비혼 늘자 靑도 '발상의 전환'.."文대통령, 고심한 흔적"

백지수 기자 2018. 6. 4.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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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靑, 지난 4월 "'미혼' 말고 '비혼' 표현" 공식화..사회적 합의는 숙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오후 청와대 본관 충무실에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문 대통령, 이낙연 국무총리, 임종석 비서실장./사진=청와대


“지원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지점이 있다. 문화와 의식의 변화도 중요하다. 모든 형태의 출산이 동등한 대우를 받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 지난달 31일 국가재정전략회의.)

문재인 대통령이 저출산 대책 관련 논의 과정에서 한 공식 발언 내용이다. ‘모든 형태의 출산’이라고 표현했지만 실제 발언은 ‘비혼’ ‘낙태’ 등 구체적이었다. “결혼하지 않고 비혼인 상태에서 (낙태)하는 경우” “낙태아수가 출생아수보다 많을지도…” 등 언급이 이어졌다. 문 대통령이 공식 석상에서 '비혼'이라는 단어를 직접 언급한 것이 알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회의에 참석한 한 여당 의원은 “문 대통령이 비혼 출산이나 비혼 가구, 낙태 문제 등에 대해 굉장히 깊게 고민한 흔적이 보였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문 대통령의 메시지는 사회 변화에 따른 발상 전환을 주문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성간의 혼인과 이에 따른 양육이 '정상적'이라는 인식의 전환까지 전제로 한다. 가정이 남녀의 혼인으로만 이뤄진다는 고정관념을 청와대를 비롯한 행정부부터 깨고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다. ‘차별 금지’와도 맞물린다. 저출산 대책이 지금까지처럼 '결혼 장려'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는 한계에 대한 고민도 묻어난다.

‘비혼’을 언급한 것부터 다른 접근으로 해석된다. 그동안 ‘미혼모’ 개념이 통용돼 왔다. 미혼이라도 애를 낳으면 국가가 보살피는 복지 차원의 접근이었다. 이에반해 ‘비혼’은 결혼하지 않아도 아이를 낳아 키울 수 있는 사회적 제도 정비에 방점이 찍혀있다.

정부의 발상 전환은 진행 중이다. 지난 4월24일 '히트앤런방지법' 제정 관련 국민 청원 답변에서는 정혜승 뉴미디어비서관이 "미혼모(未婚母) 대신 비혼모(非婚母)라는 용어를 쓰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히트앤런방지법'은 아이를 혼자 키우는 비혼모에게 아이 아빠가 양육비를 내지 않을 경우, 정부에서 우선 지급하고 이후 당사자 소득에서 원천징수하는 내용의 법안을 말한다. 결혼을 하는 것이 정상이지만 '못했다'는 부정적 의미가 내포된 '미혼'라는 어휘 대신 중립적 의미의 '비혼'이라는 말을 사용한 것이다.

그동안에는 '비혼모·부' 대신 '한부모'라는 어휘도 써 왔다. 당시 청원 답변에서 엄규숙 청와대 여성가족비서관은 "정부 출범부터 국정과제를 통해 한부모 가족 지원 대책을 고민해 왔다"고 밝혔다. 기혼 부부 가정을 전제로 한 정책에 대한 재검토도 진행중이다.

다만 고민할 부분은 존재한다. 제도 정비와 별개로 사회적 합의, 문화와 관행 등이 넘어야 할 현실의 벽이다. 문 대통령이 “문화와 의식 변화가 중요하다. 이런 문화를 국민들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특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비혼’ 등을 언급한 사례를 굳이 밝히지 않는 것도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만큼 논쟁 여지를 줄이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회의에 참석했던 여권 인사는 “문 대통령이 “전반적으로 우리 사회의 제도와 관행에 고민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혼이나 낙태 등에 대해서는 여전히 사회적 합의와 논의가 전제돼야 한다"며 "앞으로 정책 입안에서도 넘어서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백지수 기자 100jsb@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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