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카 찍고 포르노 올리고..음란물에 점령된 초등교실

김기윤 기자 2018. 5. 29.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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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학생, 여학생 사진 올려

SNS 이용 채팅방서 공유

학폭위 열려도 면담 그쳐

교사들 실질대책 없어 난감

인천 A초등학교의 한 여교사는 남학생들이 같은 반 여학생을 몰래 찍어 채팅방에서 공유하거나 채팅방에 강제 초대해 포르노를 올린다는 사실을 최근에야 알았다. 이 교사는 삭제를 지시하고 교장에게 보고했지만, 외부에 알려져서는 안 된다는 자체 결론 끝에 몇 차례 상담하곤 종결했다. 그는 29일 “남학생들이 특정 단어를 연상하게 하도록 SNS 대화명을 ‘ㅅㅅ’(섹스를 뜻하는 인터넷 은어)으로 설정해 황당하고 곤혹스럽다”며 상황의 심각성을 전했다. 앞서 지난해 수도권 B초등학교 교실. 친구끼리 자신의 신체 부위를 찍은 사진을 단체 채팅방에 공유하다 한 여학생이 이를 신고했다. 학교 측은 학교폭력자치위원회(학폭위)를 열고 개인·전문기관 상담 조치를 내렸지만 학부모가 “이런 문제로 전문상담까지 받느냐”고 거부하자 징계도 없이 흐지부지됐다.

몰카 및 디지털 성범죄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초등학교 교실조차 SNS를 타고 돌아다니는 음란물에 의해 점령당하고 있다. 몰카·음란물 공유 문제로 종종 학폭위가 열리기는 해도 형식적 면담에 그치고 있다. 학폭위 개최도 가해자와 피해자를 특정할 경우에나 열린다. 제대로 된 징계나 교육은 찾아볼 수 없다. 일상화된 현실을 감안할 때 한계가 많다는 지적이다.

현장 교사들은 “어린 학생들의 호기심 수준으로 보기엔 정도가 지나친데 실효적·전문적 지도 방침은 없다”며 교육당국 차원의 강력한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올봄 “학년별로 연간 15시간 이상의 의무 성교육 방침과 인식 개선에 중심을 두겠다”며 개선 의지를 밝혔지만 뚜렷한 효과는 없다. 교사들은 학생의 성적인 장난이나 범죄에 대응할 매뉴얼이 효과적이지 않다고 지적한다. 부산 초등학교 교사 C 씨는 “성교육을 맡은 보건교사들이 나서도 형식적 수준에 그쳐 아이들 의식을 따라가지 못한다”고 말했다. D 교사는 “아이들은 본인 행동이 그저 장난일 뿐 범죄라고 생각하지 않고, 부모들도 자식의 행위가 징계 대상이라는 사실에 별로 동의하지 않아 상담 효과도 떨어진다”고 털어놨다.

전문가들은 ‘음란물을 보지 말라’는 단순 경고나 제재를 떠나 학교·가정에서 더 밀도 있는 성교육과 성문제의 위험성을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정원 차의과학대 교수는 “아이들이 몰카를 찍고 포르노를 공유하며 자신·타인의 신체 부위를 노출하는 게 위험한 폭력이며 범죄에 쉽게 이용될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한 교육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손경이 관계교육연구소장은 “6∼7년 전부터 노출 사진을 찍어 올리는 사건이 종종 있었는데,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성범죄가 사회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며 “교육부 차원에서 또래 집단의 그릇된 놀이문화가 사회적 병폐가 되지 않도록 힘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허창덕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아이들이 스마트폰으로 무엇이든 접할 수 있는 만큼 절제력을 키우는 가정교육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기윤 기자 cesc30@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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