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시대별 가장 아름다운 차 Top 12-①롤스로이스

자동차는 시대 흐름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진화해 왔다. 그래서 모든 차들은 출시 당시에 유행한 디자인과 기술력을 판가름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한편으로는 최근 연결성, 자율주행, 전기화 등의 첨단 기술이 강조되면서 옛 것에 대한 가치가 흐려지기도 한다. 이를 되짚어보기 위해 40년간 자동차 산업을 지켜본 한국자동차문화연구소 전영선 소장이 예술적 가치가 뛰어난 클래식카 12대를 소개한다. 그 첫 번째는 롤스로이스 팬텀1 용크리 에어로다이내믹 쿠페와 듀센버그 모델 J-마일스톤 로드스터다.<편집자주>
-1925년형 롤스로이스 팬텀1 용크리 에어로다이내믹 쿠페
아름다운 자동차는 1920년대 중엽 아르데코 예술(Art decoration)을 바탕으로 유럽에서 등장하기 시작했다. 아르데코는 1910년대 말부터 프랑스 파리를 중심으로 시작된 장식 예술로 패션, 실내, 건축, 공예, 자동차 등의 분야에서 풍미했던 화려하고 육감적인 장식 예술이다. 그 본질은 과거나 현재의 장식 또는 여러 지역의 양식을 자유롭게 혼합해 독창적인 장식 예술을 창조하는 것에 있다. 20세기 초반 디자이너들은 이런 아르데코의 혼합성을 자유분방하게 활용해 아름답고 육감적이며 기하학적인 곡선 스타일을 탐구했다. 그 결과 대량 생산차보다 한정 생산하는 맞춤제작차에 아르데코 풍의 디자인이 급속히 적용되기 시작했다.
아르데코 풍 자동차의 전성기인 1930년대에는 동력 및 구동계, 섀시를 자동차 회사가 만들고 차체는 전문 제조사인 코치빌더(Coach Builder)나 시제차 제작이 가능한 이탈리아의 카로체리아(carroceria)들이 만들어 조립했다. 특히 코치빌더들은 1910년대에 이미 서유럽과 미국에서 아름다운 차체 만들기에 열풍을 불어넣기 시작했다.
이 가운데 1925년형 롤스로이스 팬텀1 용크리 에어로다이나믹 쿠페(Jonckheere aerodynamic coupe)는 세계 고급 뷰티(Beauty) 카의 선두 주자이자 아르데코 섹시카의 첫 번째 타자로 꼽힌다. 단 두 대만 제작했던 이 차는 롤스로이스 팬텀 I 섀시를 기반으로 벨기에의 코치빌더인 앙리 용크리(Henry Jonckheere)가 차체를 만들어 얹었다.
외관은 그 당시나 지금의 눈으로 보아도 환상적이고 육감적인 형태다. 둥근 문, 분할 개방된 반달형 도어 윈도우, 개폐식 선루프, 여체를 연상케 하는 후부의 부드러운 곡선 등 섹시 필링이 충만하다. 동력계는 6기통 7,688㏄ OHV 엔진을 탑재해 최고출력 108마력을 발휘한다. 변속기는 4단 수동으로 최고시속 161㎞를 냈다.

-1929년형 듀센버그 모델 J-마일스톤 로드스터
자동차 역사상 세계 3대 최고급 클래식카를 꼽자면 영국의 롤스로이스, 프랑스의 부가티, 그리고 미국의 듀센버그다. 이 가운데 듀센버그는 1937년에 문을 닫은 탓에 상태가 좋은 제품은 수집가들 사이에서 수백만 달러를 넘나드는 고가에 거래되고 있다.
듀센버그는 1913년 품질완벽주의자인 프레드릭과 오거스트 듀센버그 형제가 설립했다. 철저한 품질과 스타일을 강조한 고성능 레이스카와 고급 승용차를 만들어 시장에서 좋은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경영 미숙으로 1926년 재정파탄에 이르자 당시 자동차 재벌 사업가였던 에렛 로반 코드의 도움으로 소생하게 됐다. 듀센버그를 인수한 코드는 듀센버그 형제에게 적극 투자해 세계 최고의 차를 만들 것을 주문했다. 그 결과물이 모델 J다.
모델 J는 8기통 6,882㏄ DOHC 엔진을 얹어 최고출력 256마력을 낼 수 있었다. 최고속도는 205㎞/h로 당시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 코드는 '듀센버그는 네 바퀴를 단 자동차 중 세상에서 가장 훌륭하고 아름다운 작품'이라고 극찬했다. 당시 포드차 50대 가격이 넘는 최고 3만 달러의 가격표를 붙여 주로 상류층 명사들이 구매했다. 1930년대 초 할리우드 톱스타라면 갖춰야 할 두 가지로 아카데미 상과 듀센버그를 꼽을 정도였다. 게리 쿠퍼, 클라크 게이블, 마를렌 데트리히, 케리 그란트뿐만 아니라 스페인 국왕, 폴 게티 등도 듀센버그를 찾았다. 이 중 게리 쿠퍼와 클라크 게이블을 위해 특별 제작한 슈퍼차저의 SJ은 비극이 숨어 있다. 1932년 프레드릭 듀센버그가 시험운전 도중에 사고로 세상을 떠난 것. 이 사고를 계기로 회사는 하락세를 맞아 미국 클래식 카의 최고봉은 더 이상 연명하지 못하게 됐다.

전영선<한국자동차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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