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사는게 맞아?" 아버지 삶에 물음표를 던지다
3040 젊은 아빠들 위한 계간지
장난감·사춘기.. 통념깨는 주제로 완판 행진하며 잡지 시장에 돌풍
'볼드(bold)'. 영어로 '용감한'이란 뜻이다. 2016년 5월 창간한 계간지 '볼드 저널'은 이름 그대로 '용감함'을 추구한다. 잡지의 모토는 '모던한 아버지들(modern fathers)을 위한 삶의 지혜'. 타깃 독자는 30~40대 젊은 아빠들이다. 젊은 아빠들을 위한 잡지를 만드는 일이 왜 용감한 일일까?
지난 14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사무실에서 만난 김치호(42) 발행인은 "대부분의 대한민국 남성이 성취지향적이어야 한다는 압박감 속에 살고 있다"며 "'이런 방식의 삶이 과연 맞나?'라는 질문을 던지고 가정 중심 삶을 향해 한 발짝 내딛는 것을 추구한다"고 했다. 최혜진(36) 편집장은 "일·가정 양립을 위해 애쓰는 아버지의 삶 자체가 우리 사회에서는 '용기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빠들을 위한 잡지 볼드 저널이 출판·잡지 시장에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패션지와 여성지가 양분한 잡지 시장에서 '아버지'란 화두를 내세운 점, 출판 시장 주 구매층인 20~30대 여성이 아니라 30~40대 기혼 남성이 주독자층(60%)이란 점, 석 달에 한 번 발행하지만 거의 매번 완판되는 현상이 주목받고 있다.
잡지는 9세 아들, 6세 딸을 둔 김치호 발행인의 개인적인 고민에서 시작됐다. "예전 직장에서 브랜드 컨설팅 일을 했다. 매일 야근하면서 아이와 관계가 멀어졌다. '이렇게 사는 게 맞나' 회의가 들었다. 내 또래 남성들이 볼만한 책이 없다는 것도 한몫했다." 최혜진 편집장이 거들었다. "남성지의 경우 'GQ' 같은 패션지가 한 축, '월간 산' '월간 낚시' 같은 취향지가 한 축을 이룬다. 또 대부분의 남성지는 미혼인 척한다. 기혼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잡지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거 좀 문제 있는 거 아닌가?' 생각했다."

'이게 상식이라는데 정말 그래?'라는 의문은 '볼드 저널'의 문제의식이기도 하다. 그간 '볼드 저널'은 '아빠들의 사춘기', '탈것', '집' 등 다양한 주제를 다뤘다. '집'을 주제로 한 5호와 '젠더 감수성'을 주제로 한 최근호는 특히 화제가 됐다. "아파트 문화를 당연시하는 한국 사회에 '정말 우리가 살고 싶은 집이 아파트야?'라고 물어보고 싶었다. 서울 방배동 빌라촌을 취재했더니 재개발을 반대하는 주민이 20%나 되더라. 프랑스인 남편과 한국인 아내 부부를 인터뷰했는데 남편이 '집이라는 공간엔 돈으로 환산되지 못하는 가치가 있는데 왜 한국에선 집=돈이 당연시되냐'고 묻더라." 직원은 모두 11명. 콘셉트는 직원들과 독자 자문단이 쌍방향 소통하며 정한다. 책뿐 아니라 강연, 인터넷용 영상까지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 권의 잡지가 완성된다.
지적이고 골치 아픈(?) 책이지만 판매는 성공적. 매 호를 2000부씩 찍는데 거의 다 소진된다. 특히 창간호와 5호(집)는 "다시 출간해주면 안 되느냐"는 문의가 빗발쳤다. 출판평론가 표정훈씨는 "'볼드 저널'도 기존 남성지와 마찬가지로 '소비'에 관한 잡지이나, 그 소비가 사회적·정치적 올바름과 연관돼 있어 IMF 세대인 젊은 남성들에게 내 선택이 쿨하면서도 '옳다'는 안전한 느낌을 준다"고 했다.
'볼드 저널'의 다음 기획은 '아빠의 퇴사'다. "자신을 송두리째 건 선택을 왜 했는지, 그렇게 함으로써 삶이 어떻게 좋아졌는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최혜진) "대한민국 아버지의 80~90%는 인생 후반부를 위해 퇴사를 해야만 하죠. 굉장히 중요한 선택이라 이 주제를 꼭 다뤄보고 싶었어요." (김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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