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의진의 시골편지]사랑 사랑 누가 말했나
[경향신문]

코알라는 ‘물을 마시지 않는다’라는 뜻. 호주 원주민들은 코알라를 제 아기처럼 예뻐한다. 엄마 잃은 코알라를 데려다 키우기도 하는데, 아침마다 유칼립투스 나뭇잎을 대령했다. 코알라는 하루 종일 유칼립투스 나뭇잎을 씹어 먹는다. 이게 밥이고 물인 게다. 다른 잎은 쳐다보지도 않는다. 잎에 알코올 성분이 들어 있어 달큰히 먹으면 취기가 돈다. 코알라의 낙천성은 유칼립투스 잎에서 나오는가 보다.
유칼립투스란 꽃이 덮여 있어서 지어진 이름. ‘덮여 있다, 가려져 있다’라는 뜻. 유칼립투스의 꽃말은 ‘추억’이다. 추억 또한 덮여 있거나 가려진 일들이 배나 많은 법이렷다.
코알라는 유칼립투스를 사랑한다. 마치 판다곰이 대나무 순과 잎을 아껴먹는 것처럼. 세상에 이 나무 이 그늘뿐이라는 듯 한번 타고 올라가면 내려올 줄 모른다. 한번은 이브가 아담을 졸졸 따라다니면서 자꾸 캐물었다. “여보! 나만 사랑해?” 이브는 더 당겨 앉아 아담에게 물었다. “날 진짜 사랑하냐구… 응?” 그래도 시큰둥. 뿔딱지가 난 이브가 아담에게 소리를 버럭 질렀다. “마지막으로 묻겠다. 너 나 사랑해?” 그제서야 아담이 한마디. “여기에 당신 말고 누가 또 있다구 그러셩. 안심하셩. 증말~”
사랑한다는 말. 꼭 말로 하지 않아도 알아들을 수 있는 말. 시골에선 이런 일도 있다. 엉덩이에 종기가 난 아주머니가 병원에 가서 생긴 일. “선상님. 요거이 그냥 종기 맞지요?” “암 그라지요. 걱정 마시쑈잉.” 아낙은 그길로 병원을 빠져나와 대성통곡. 암이라는 말이 그 나쁜 암을 가리킨 게 아닌데….
“사랑 사랑 누가 말했나. 아아. 향기로운 꽃보다 진하다고. 오오. 사랑 사랑 그 누가 말했나. 아아. 바보들의 이야기라고. 오오.” 단점, 약점, 흠과 티를 물고 흔드는 것도 모자라 거짓부렁까지 해가면서 갈라서게 만들고 미워하게 만드는 짓들. 사람과 사람뿐만 아니라 나라와 나라 사이에도 이런 어깃장을 부리는 자들이 있다. 코알라에게 유칼립투스를 빼앗고, 판다에게 대나무를 빼앗으려는 자들. 사랑 노래를 진창 불러도 모자랄 판에.
<임의진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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