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단보도가 멀어서"..목숨을 건 위험한 질주 '무단횡단' 이유
보행자 중심 교통안전법체계 개선 시급
영국 등 해외 사례 '무단횡단을 인정하는것'도 방법

#. 지난 4월 20일 광주 쌍촌동 9차선 도로에서 20대 여성 2명이 새벽시간에 도로를 무단횡단하다 달려오는 차량과 부딪혔다. 해당 사고로 여성 2명 중 1명이 사망하고 1명이 크게 다쳤다. 차를 몰았던 40대 운전자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으로 불구속 입건됐다.
지난 4월 광주 쌍촌동 무단횡단 교통사고 블랙박스 영상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확산되면서 큰 논란이 됐다. 논란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으로 이어졌다. "쌍촌동 교통사고 운전자를 강력히 처벌해야 합니다"라며 과속한 차량 운전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청원이 올라왔다.
반면, 차량 운전자도 결국 피해자라며 무단횡단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달라는 청원과 비판 글도 잇달아 올라왔다. 이처럼 무단횡단은 사고 피해자도, 가해자도 모두 위험하고 곤란한 상황으로 만든다.
■ 하루에 약 2명, 무단횡단으로 사망

도로교통 공단에 따르면 보행자의 무단횡단으로 발생하는 교통사고는 2016년 기준 1만4791건에 이른다. 사망자수는 709명으로 하루에 약 2명이 무단횡단으로 사망하고 있다.
무단횡단 교통사고건수는 2012년 1만6003건에서 2016년 1만4791건으로 약 7.6%가 줄어 지속적인 감소 추세에 있으나, 무단횡단 사고는 전체 보행자 교통사고의 약 30%로 작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 5년간 무단횡단 사고의 치사율은 5.33%로 정상 횡단보다 약 1.5배 위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부터 2016년까지 무단횡단 사고는 7만7597건이 발생해 4134명이 숨졌다. 정상 횡단 시 치사율은 이보다 낮은 3.50%다. 같은 기간 14만3098건이 발생했고 5004명이 숨졌다.
신체능력과 판단력이 떨어지는 노인의 무단횡단 사고도 큰 문제다. 한국교통연구원과 도로교통공단이 발표한 '무단횡단 사고 특성 분석 및 진단' 보고서에 따르면 60대 이상 고령층의 무단횡단 사고가 25.18%로 가장 많은 피해가 발생했다.
도로교통공단이 무단횡단 단속에 걸린 고령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급한 용무가 있어서'33.0%, '횡단보도가 멀어서'26.5%를 '사고가 안 날 것 같아서'(26.4%)를 차지했다.

지난 14일 무단횡단하는 보행자를 들이받아 사망케 한 혐의로 기소된 트럭 운전자가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다른 차 사이에서 급작스럽게 보행자가 나타나 "운전자가 예상키 어려운 이례적인 사고였다"라는 점을 무죄 근거로 삼았다.
■ 무단횡단 막을 방법은 없을까?
우리나라의 보행 중 사망자수 비율은 유독 높은 편이다. 보행자 교통사고율이 높게 나타나는 원인에 대해 전문가들은 교통안전법체계가 자동차 중심으로 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2016년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4292명) 중 보행 사망자수(1662명) 비율은 38.7%로 OECD 평균의 두 배가 넘으며 1위에 해당한다. 교통안전 선진국인 노르웨이, 네덜란드와 비교하면 약 3~4배에 해당한다.

치안정책연구소의 '횡단보도 설치기준에 관한 연구(장일준)' 보고서에선 도로교통법 10조 2항, 4항을 예로 들며 "보행자는 횡단시설을 이용해서만 횡단을 할 수 있고 그 외의 곳에서 보행자의 안전은 보장되어 있지 않다고 유추할 수 있다"고 말한다. 보행자 안전보다 차량 소통에 기준을 둔 것이라는 설명이다.
일각에선 국내 무단횡단 사망 사고의 주요 원인이 횡단보도 설치 시 간격을 200m로 정해둔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한국교통연구원과 도로교통공단이 발표한 '무단횡단 사고 특성 분석 및 진단' 보고서에 따르면 경기도의 무단횡단 사고 다발 지점 169곳의 특성 등을 분석한 결과, 전체 사고 169건 가운데 61.9%(104건)가 횡단보도 간 거리가 100~200m인 경우에 발생했다. 특히 150~200m인 경우가 34.9%(59건)로 사고발생 빈도가 가장 높았다
실제로 도로교통공단 설문조사에서 무단횡단 경험자들은 무단횡단을 하는 이유로 △횡단보도가 멀기 때문(51.6%) △자동차가 와도 충분히 안전하게 횡단할 수 있기 때문(23.7%) 등을 꼽았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조준한 책임연구원은 "도로를 횡단하는 보행자가 많은 생활권 이면도로의 횡단보도 설치 간격 기준은 100m로 좁히고, 차량 소통이 중요시되는 간선도로는 현행대로 200m로 유지하는 등 보행자 안전과 통행우선권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반면, 영국처럼 무단횡단을 인정하고 보행자 안전이 우선 된 법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우리나라는 법에서 정한 곳 이외 지역을 횡단하면 무단횡단으로 정의한다. 반면 영국의 경우 무단으로 길을 건넌다는 개념이 아예 없다. 영국의 경우 횡단보도가 있어도 차도로 당당히 걸어가는 교통 문화를 가지고 있다. 심지어 경찰도 스스럼없이 건넌다. 우리에겐 무단횡단이 영국에선 당연한 보행자의 권리인 것이다.
영국에선 보행자가 차도에 들어서면 차가 멈추는 것이 운전자의 기본 의무다. 그럼에도 영국의 보행자 사망률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적다. 우리나라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한 보행자 비율은 38.9%로 OECD 회원국 중 1위지만 영국은 22.9%에 불과하다.(2013년 기준)
시민교통안전협회 김기복 회장은 "가장 기본적으로 중앙분리대를 설치해 원천적으로 무단횡단을 막고, 차단할 수 없는 도로 환경이라면 차량의 제한속도를 확연히 낮춰 보행자의 사망률을 낮추는 것이다. 아울러 영국처럼 아예 무단횡단을 인정하는 방법이 있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도로교통법을 차량중심에서 보행자 중심으로 바꾸자는 이야기는 십여 년 전부터 나오고 있지만, 정작 개선책이라 나온 정책들은 보행자보단 교통 흐름을 우선에 두고 있다"며 "보행자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정책이 실현돼야 한다"고 밝혔다.
yongyong@fnnews.com 용환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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