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①]정엽 "유일한 히트곡 '나씽베터', 12년째 불러도 어려운 노래"
이지석 2018. 5. 16. 07:03

[스포츠서울 이지석기자]그룹 브라운아이드소울(이하 브아솔) 맏형 정엽은 요즘 브아솔 전국 투어 활동으로, 3년 만에 솔로 가수로서 발표한 싱글 ‘없구나’로, 또 최근 오픈한 케이크 가게 사장으로, 때로는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방송인으로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정엽을 만나 솔로 가수, 브아솔 멤버, 방송인, 요식업계 종사자로서의 삶에 대해 대화를 나눠보는 시간을 가졌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최근 공개한 신곡 ‘없구나’를 소개해 달라.
곡을 직접 쓰다 보니 매너리즘에 빠지는 것 같아서 외부 작곡가의 곡을 받아보자는 마음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지난해 중반부터 40~50곡을 받았다. 외국 작곡가의 곡도 있었다. 혹시 내가 편견을 가질까 봐 작곡가 이름을 가리고 블라인드 테스트를 진행했다. 마음에 드는 곡이 안 나오다가 들었는데, 들어본 듯 편안한 느낌이 좋아서 ‘없구나’를 선택하게 됐다.
새 싱글을 준비하며 새로운 시도도 고민해 봤는데 결국 기존에 내가 가진 느낌에서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노래를 발표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없구나’는 마치 들어본 듯한 노래라는 점이 크게 와닿았다. 자연스럽고, 튀지 않는 곡이다. 누구나 MP3 플레이리스트에 있을 법한 발라드다.
선택한 이후 보니 이 곡 공동 작곡가 세 명 중 나와 친한 에코브릿지의 이름이 있더라. 결국에는 비슷한 느낌을 어쩔 수 없었나 보다. 친해서 선택한 게 아니라 오히려 피하고 싶은 이름이었다.
-사람들이 원하는 정엽의 색깔은 무엇인가.
지난 2015년 정규 3집에서 밝은 느낌의 타이틀곡 ‘마이 발렌타인’을 발표했는데 대중이 아무 감흥을 못 느끼더라. 나에게 원하는 건 슬픈 느낌 같다. 꼭 ‘나씽베터’ 같은 느낌이 아니라도, 사람들이 나를 생각하면 슬픈 발라드를 먼저 떠올리는 것 같다. 그래서 이번에 그런 곡을 찾았고, 군더더기는 없는 슬픈 발라드를 부르고 싶었다.
-익숙한 색깔을 고수하면 자칫 매너리즘으로 이어질 것 같은데.
늘 고민한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 내가 하고 싶은 것의 중간 지점을 찾으려 노력하는데 풀기 어려운 숙제 같다. 계산을 해서 ‘이걸 좋아할 거 같다’ 생각하면 반응이 냉담하고, 의외로 기대를 안 했는데 반응이 오는 경우도 있다. 이번엔 외부곡을 받았으니 다음엔 내 안에서 새로운 시도를 해볼 것 같다.
-이번 곡 ‘없구나’ 반응은 어떤가.
반응이 없구나. 내가 꾸준히 방송이나 앨범 활동을 해온 것도 아니고, 역시 TV에 얼굴을 자주 비추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한다. 음원 차트가 모든 걸 말해주진 않지만 중요한 지표이긴 하다. 발표했는데 아예 실시간 차트 등에서 찾아볼 수 없으니 ‘나 혼자 자위하나’라는 생각도 들고 답답하긴 하다.
-중견 가수, 솔로 가수가 앨범 발표를 이어간다는 게 쉽지 않은 환경 같다.
정확하게 확인되진 않지만 그래도 음악을 듣는 층이 다양할 것이다. 우리나라 음악 시장이 획일화된 편이긴 하지만 그래도 많지 않은 소수가 기다려준다면 그들을 위해서라도 내 음악을 하는 게 의무인 것 같다. 분명히 좋아하는 사람, 기다리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 늘 그때그때 유행하는 음악만 듣는 사람만 있는 건 아니니까. 시장의 다양성을 채운다는 의미도 있다. 날 찾아주는 사람이 없는 것 같아 어떨 땐 노래를 하고 싶지 않다가도 일부가 인정해주는 것 같으면 뿌듯하기도 하고 그렇다.
-신곡 발표에 3년이 걸렸다.
2015년 열심히 준비해 정규 3집을 냈는데 힘이 빠졌다. 10곡 넘는 풀 패키지를 냈는데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으니까. 1년 넘게 준비한 앨범 수록곡 대부분이 빛을 못 보고 사장됐고, 심지어 타이틀곡(마이 발렌타인)도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니 대중가수로서 힘이 빠졌다. 다양한 시도를 통해 여러 색깔을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들어주는 사람이 없으면 의미가 없다. 그런 면에서 아쉬웠다.
충전할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 혼자 여행을 가는 등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런 일련의 행위가 노래를 만드는 좋은 밑거름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정엽의 최고 히트곡은 ‘나씽베터’(2007년 발표)다. 솔로 가수로서 12년째 동안 이 노래를 넘어서는 노래를 만들지 못하는 데 대한 부담감은 없나.
딜레마는 있다. ‘나씽베터’ 같은 곡이 있다는 것만으로 감사하지만 그보다 더 좋고, 인상적인 곡을 쓰고 싶은 게 늘 목표다. 그 곡을 넘는 노래가 나올 것이다. 그렇게 스스로 최면을 걸고 있다. 그런 노래가 있다는 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진 않는다. 내가 자신을 옥좨는 스타일은 아니다. 성격이 낙천적이라, 늘 재미있게 하려고 노력한다.
요즘에도 행사 등 무대에 가면 “내 유일한 히트곡을 부르겠다”고 나 자신을 놀린다. 심리적 압박감은 있지만 한 곡이라도 히트곡이 있는 게 어디인가.
-12년째 모든 무대에서 ‘나씽베터’를 부를 텐데, 지겨울 때는 없나.
2007년 11월 연대 노천극장에서 열린 브아솔 콘서트에서 처음 라이브로 그 노래를 불렀다. 부를수록 힘든 노래다. 만들 땐 힘들지 않았는데 부를 수록 어렵다. 부를수록 해석이 어려워진다. 예전엔 미처 보이지 않았던 디테일한 부분이 자꾸 신경 쓰인다. 동영상 사이트에서 다른 사람이 내 노래를 오히려 훨씬 쉽게 부르더라. 난 왜 그리 불편한지 모르겠다.
-솔로 가수로서 어떤 길을 걷고 싶나.
인기에 개의치 않으면서 하고 싶은 음악을 하고 싶은데 그건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두문불출하고 음원만 내면 안 될 거 같다. 사실 나는 지금이 좋다. 얼굴이 막 알려지진 않아 밖에 다니기 편하다. 하지만 대중가수라면 인지도 상승에 따른 어느 정도의 노출, 그에 따른 제약은 감수해야 할 부분이다. 내가 인디 가수도 아니고, 내 음악을 듣는 사람들과 같이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혼자만 위안하는 음악을 하는 건 대중가수로서 큰 의미가 없다. 방송 출연 등 일련의 활동을 병행하면서 대중과 호흡해 나가고 싶다.

-정엽이 음악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내가 음악을 하고 노래를 하는 이유는 돈을 벌기 위해서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맛있는 걸 사주고 싶고, 소중한 걸 나누고 싶다. 좋아하는 사람들과의 관계가 없다면 내게 음악은 큰 의미가 없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잘 살고 싶어서 돈을 번다. 음악은 내 직업적 수단이다. 음악으로 명예의 전당에 오르기보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행복하게 사는 삶이 우선이다.
가수, 연예인은 받는 게 많은 만큼 쏟아내야 하는 직업이다. 자신이 쏟아붓는 에너지 탓에 공허함을 느낄 여지가 있다. 그래서 음악만 전부라고 생각하면 힘들어질 수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 사랑이 없으면 어떤 일도 가치가 없다.
-서울 용산구 후암동 일명 해방촌에서 레스토랑을 운영 중이다. 최근 인근에 케이크 가게도 오픈했다. ‘해방촌의 홍석천’ 혹은 ‘해방촌의 백종원’을 꿈꾸나.
레스토랑을 낸 건 장사의 목적은 아니었다. 친구들과 노는 걸 좋아하는데 아지트를 만들고 싶었다. 주위에 연주자가 많아 2층에 피아노와 마이크도 놓고 시작했는데 하다 보니 주객이 전도됐다. 손님들 앞에서 취한 모습을 보일 수 없어 정작 나는 잘 못 간다.
먹는 걸 좋아하다 보니 케이크 가게도 내게 됐다. 내가 어릴 때 맛있게 먹은 버터크림 케이크를 제대로 만들고 싶어 오랜 준비 끝에 만들었다. 사람들이 어떻게 느끼는지 궁금한데 나름 많이 찾아와주고 있다.
가게를 운영하다보니 직원들이 많아지고 있다. 아르바이트생까지 스무명 정도가 있다. 직원들과 함께 법인도 만들었다. 그 친구들에 대한 책임감이 슬슬 생겨 내가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가게를 더 늘려가볼 생각도 있다.
-연예인은 불안정한 직업군이라 안정성을 위해 자영업을 병행하는 이들도 많은데.
경험해본 이들은 알 것이다. 고정된 수익을 추구하기 위해 장사를 하면 절대 안 된다. 뭔가 안정적인 걸 생각하고 갑자기 하려는 분은 말리고 싶다. 애당초 자기 전공 분야도 아니고, 그렇게 큰 수익이 나지도 않는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맛있는 걸 나누고 싶은 마음이 커서 운영할 수 있는 것 같다.
monami153@sportsseoul.com
<정엽. 사진 | 롱플레이뮤직 제공>
내가 음악을 하고 노래를 하는 이유는 돈을 벌기 위해서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맛있는 걸 사주고 싶고, 소중한 걸 나누고 싶다. 좋아하는 사람들과의 관계가 없다면 내게 음악은 큰 의미가 없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잘 살고 싶어서 돈을 번다. 음악은 내 직업적 수단이다. 음악으로 명예의 전당에 오르기보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행복하게 사는 삶이 우선이다.
가수, 연예인은 받는 게 많은 만큼 쏟아내야 하는 직업이다. 자신이 쏟아붓는 에너지 탓에 공허함을 느낄 여지가 있다. 그래서 음악만 전부라고 생각하면 힘들어질 수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 사랑이 없으면 어떤 일도 가치가 없다.
-서울 용산구 후암동 일명 해방촌에서 레스토랑을 운영 중이다. 최근 인근에 케이크 가게도 오픈했다. ‘해방촌의 홍석천’ 혹은 ‘해방촌의 백종원’을 꿈꾸나.
레스토랑을 낸 건 장사의 목적은 아니었다. 친구들과 노는 걸 좋아하는데 아지트를 만들고 싶었다. 주위에 연주자가 많아 2층에 피아노와 마이크도 놓고 시작했는데 하다 보니 주객이 전도됐다. 손님들 앞에서 취한 모습을 보일 수 없어 정작 나는 잘 못 간다.
먹는 걸 좋아하다 보니 케이크 가게도 내게 됐다. 내가 어릴 때 맛있게 먹은 버터크림 케이크를 제대로 만들고 싶어 오랜 준비 끝에 만들었다. 사람들이 어떻게 느끼는지 궁금한데 나름 많이 찾아와주고 있다.
가게를 운영하다보니 직원들이 많아지고 있다. 아르바이트생까지 스무명 정도가 있다. 직원들과 함께 법인도 만들었다. 그 친구들에 대한 책임감이 슬슬 생겨 내가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가게를 더 늘려가볼 생각도 있다.
-연예인은 불안정한 직업군이라 안정성을 위해 자영업을 병행하는 이들도 많은데.
경험해본 이들은 알 것이다. 고정된 수익을 추구하기 위해 장사를 하면 절대 안 된다. 뭔가 안정적인 걸 생각하고 갑자기 하려는 분은 말리고 싶다. 애당초 자기 전공 분야도 아니고, 그렇게 큰 수익이 나지도 않는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맛있는 걸 나누고 싶은 마음이 커서 운영할 수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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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엽. 사진 | 롱플레이뮤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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