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를 고친 '화타' 송진우 코치 "난 투수들의 내비게이션"

[스포티비뉴스=대전, 김건일 기자] 한화 유니폼을 입고 지난 3년 동안 4승 24패. 팬들에게 애증의 이름이었던 송은범은 이제 웃는다. “그동안 애증의 송은범이었죠”라고 말할 만큼 꽤 여유가 생겼다.
올 시즌 송은범을 일으킨 무기는 투심 패스트볼. 송은범은 “송진우 투수 코치가 투심 패스트볼을 권유해 줬다. 송 코치님 덕분에 이렇게 됐다”며 매번 고마워한다.
송 코치를 찾는 투수는 송은범 한 명이 아니다. 현역 최다승 투수 배영수는 바깥쪽을 던지라고 일러 준 송진우 투수 코치를 “은인”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외국인도 마찬가지다. 키버스 샘슨과 제이슨 휠러도 “송 코치의 조언에 따라 투구에 해답을 찾았다”며 “땡큐 미스터 송”이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샘슨은 디딤발을 바꿔 제구를 잡았고 휠러는 송 코치에게 체인지업을 배웠다. 선발진에서 힘을 싣고 있는 김재영을 비롯해 안영명 서균 박상원 등 좋은 활약을 하고 있는 불펜 투수들의 말에도 송 코치의 이름이 빠지지 않고 나온다.
송 코치의 한 마디는 한화 마운드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고질적인 문제였던 한화 불펜은 평균자책점이 3.40으로 리그에서 압도적인 1위다. 최근엔 선발진까지 안정을 찾았다. 한화 마운드의 평균자책점은 4.60으로 LG에 이어 리그 2위로 올라섰다. 올 시즌 약체로 꼽혔던 한화는 환골탈태한 투수진의 활약에 힘입어 3위를 달리고 있다.
송은범을 일으키고 외국인 선수들을 개조한 송 코치는 야구계 ‘화타’로 불린다. ‘송골매직’이라는 말도 등장한다. 송 코치는 “다 선수들이 열심히 하고 잘한 결과”라고 손사래를 치면서 “생각보다 투수진이 빨리 자리를 잡았다. 지금 투수진은 빈틈이 없다. 퍼즐이 맞춰진 기분”이라고 허허 웃었다.
현역 시절 통산 최다 이닝, 최다승이라는 넘을 수 없는 대기록을 남기고 은퇴한 송 코치는 2011년 한화 투수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2015년부터 2시즌 동안 해설 위원으로 활동하다가 올 시즌 한 감독, 장종훈 수석코치와 같은 이글스 전설들과 함께 현장으로 돌아왔다.
송 코치는 “아무래도 해설위원을 하면서 견문이 넓어지고 야구를 보는 시각이 달라졌다. 또 예전에 코치를 했을 때보다 지금 내가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이 커졌다”며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내 중심이 아니라 선수 중심으로 가야 한다. 마운드에서 던지는 건 투수다. 난 쉽게 말해서 내비게이션이다. 선수가 다르게 가면 좋은 길로 안내해 주는 내비게이션 말이다. 우리가 그전에 훌륭한 지도자들에게 배우고 경험했던 것들을 선수들에게 알려 주고 잘하고 있을 때 칭찬하는 게 내 일이다. 선수들과 이런 커뮤니케이션이 잘 이루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송 코치는 요즘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국내 선수 외국인 선수 가릴 것 없이 송 코치에게 질문을 하기 위해 줄을 선다. 그래서 송 코치는 선수들과 자주 캐치볼을 한다. 최근엔 휠러와 캐치볼을 하면서 체인지업 그립을 고쳐 줬다.
송 코치는 “커뮤니케이션이 생각보다 선수들에게 큰 것 같다. 요즘 선수들과 캐치볼을 하면서 체인지업을 알려 주고 투심 패스트볼을 알려 준다”며 “예전엔 훈련하기에 급급했는데 지금은 훈련량이 많지 않고 훈련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그러다 보니 투수들 스스로 타자와 이기기 위해 시간을 쏟는다. 그러면서 투수들이 자신감이 생기고 욕심을 내고 있다”고 기특해했다.
송 코치는 투수 지도에 있어서 확고한 철학 하나를 갖고 있다. 투수의 투구 폼은 건드려선 안 된다는 점이다. 지난해 추격조에서 올 시즌 자책점이 한 점도 없는 필승 불펜, ‘미스터 제로’로 탈바꿈한 서균은 “지난해 바뀐 투구 폼은 힘이 분산되는 느낌이었는데 송 코치님의 조언에 따라 다시 셋업 포지션으로 투구 폼을 바꾸니 제구와 볼 끝 모두 살아난 느낌”이라고 말했다.
송 코치는 “투구 폼은 전혀 건드리지 않는다. 투수들은 아마추어 시절에서 자기가 가장 좋은 폼으로 10년을 던져 왔다. 투구 폼을 바꾸는 건 극단적인 생각이다. 선수들이 구속이 떨어지고 회전수가 떨어질 때 자세를 문제로 생각하니 계속 바꾸고 더 안 좋아지는 것”이라며 “내가 대표적인 예다. 아마추어 시절에 많은 지도자들이 내 투구 폼은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난 고치지 않았고 여기까지 왔다. 샘슨 역시 투구 폼을 바꾼 게 아니라 디딤발이 잘못된 점을 지적했던 것이다. 투구 폼은 절대 안 만지려 한다”고 강조했다.
12일 비로 경기가 취소되기에 앞서 한화 투수들은 “몸 풀자”는 송 코치의 말과 함께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맞으며 삼삼오오 모여 캐치볼을 했다. 송 코치도 글러브를 갖고 대열에 합류했다. 송 코치가 체인지업을 던지자 장민재는 놀란 토끼 눈이 됐다. “체인지업이 이렇게 많이 떨어집니까?”라며 화들짝 놀랐다.
송 코치는 “선수들을 칭찬하고 싶다. 마운드에서 던지는 건 내가 아니라 투수들이다. 정말 잘해주고 있고 긍정적인 신호도 계속 나오고 있다”며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면 너무 기특하다”고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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