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열·서송희 부부의 심리학 콘서트 '중년, 나도 아프다'](93)파멸의 네 기수 '비난' '경멸' '방어' '의사방해'

2018. 5. 9.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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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관계를 해치는 ‘네 기수’가 자주 나타나면 나타날수록 관계는 점점 더 어려워진다. 그리고 마치 늪에 빠진 것처럼 더욱 더 깊이 빠지는 느낌이 들면 빨리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5월은 ‘가족’을 많이 생각하는 달이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이 있고, ‘부부의 날’도 있다. 그리고 비록 혈육의 부모는 아니지만 ‘군사부일체’일 만큼 고마운 ‘스승의날’도 있다. 해마다 돌아오는 5월에 다시 한 번 가족의 소중함과 중요성에 대해 생각해보아야 할 만큼 요즘 주위에는 원만치 못한 가족관계 때문에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져간다. 가족은 저절로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다.

부부 갈등 일러스트 / 김상민 기자

“당신 부모(형제)도 다 마찬가지야…”

상담실에서 가족 때문에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느끼는 안타까움은 더욱 절실하고 크다. 이미 남남처럼 살고 있는 자녀들 때문에 힘들어하는 부모, 대조적으로 부모 때문에 고통 받는 자녀들의 사연을 듣다보면 가족이란 과연 무엇인지에 대해 새삼 생각이 깊어진다, 안타깝게도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가족 간의 관계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상담실을 찾는다. 그런데 가족관계의 어려움의 근원을 찾아보면 거의 부부관계로 귀결되곤 한다. 결국 부부 사이에서 갈등이 있으면 그 갈등을 자녀를 통해 해결하려는 마음이 강해지고, 그 결과 자녀에게 집착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반대로 부부 간의 갈등이 원인이 되어 배우자의 원가족과 원만한 관계를 맺지 못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열심히 상담을 받은 결과, 다시 예전처럼 좋았던 관계를 회복하는 부부들도 많이 있다. 하지만 상담 받으러 너무 늦게 오는 부부들도 적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안타깝게도 많은 도움을 줄 수 없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들은 다시 좋은 관계를 맺겠다는 마음이 아니라 마지막 결정을 내리기 전에 “해볼 것은 다 해봤다”는 명분을 가지기 위한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이런 경우에는 대개 상담을 받으러 올 때는 이미 몇 년 또는 길게는 몇십 년 동안 결혼생활에서 많은 상처를 주고받으며 큰 어려움을 겪고, 참을 만큼 참다가 더 이상 참을 수 없을 경우가 많다. 그리고 마음속에는 이미 나름대로 결정을 내린 경우가 많다. 이런 부부들에게는 상담실은 일종의 ‘이혼의 문’을 두드리기 전에 차를 세우고 주차해놓는 주차장과 같은 느낌이 드는 경우가 종종 있다.

부부관계와 결혼문제 전문가인 거트만(John Gottman)에 의하면, 그가 ‘파멸의 네 기수(騎手)’라고 부르는 특정한 행동의 존재 여부와 발생빈도 및 강도(强度)를 통해 관계가 성공할 것인지 실패할 것인지를 알 수 있다. 이 네 가지 기수는 ‘비난’ ‘경멸’ ‘방어’와 ‘의사방해’이다. 비난은 상대방의 잘못이나 결점을 책잡아서 나쁘게 말하는 것이다. 불만을 하는 사람은 항상 시선이 상대방과 결점을 향해 있다. 이런 점에서 비난은 불만과는 다르다. 불만은 자신의 마음에 흡족하지 않은 것이다. 즉 불만은 내 마음의 표현이다. 예를 들면, 배우자에게 비가 올 것이라고 알리고 집을 떠났는데도 문을 열어두고 외출하는 바람에 커튼과 방이 젖었다고 가정해보자. 이때 그 사실을 단순히 지적하기보다 “당신은 항상…” “당신은 절대…” 등의 문구를 사용하면서 상대방의 결점에 대해 장황하게 이야기하는 것이다.

‘경멸’은 상대방의 말이나 생각에 대해 성격의 결점까지 지적하면서 무시하거나 모욕하거나 조롱하는 말이나 행동을 하는 것이다. 부부 간에 서로 경멸하는 것은 단순한 힘겨루기나 조종하려는 것이 아니다. 경멸은 서로 사랑하거나 돌보아야 할 사람에 대해 전혀 존중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는 결혼의 핵심 감정에 위배되는 것이다. 상대방만이 아니라 그의 원가족들까지 거론하면서 경멸하면 그 여파는 걷잡을 수 없게 커지게 된다. 이들은 주로 “당신 부모(형제)도 다 마찬가지야…” 등의 말을 자주 한다. 자신에게 행해지는 경멸은 참을 수 있는 사람도 원가족까지 무시를 당하는 경우에는 참을 수 없게 된다.

입을 다물고 말을 하지 않는 ‘의사방해’

‘방어’는 상대편의 공격을 막는 것이다. 즉, 상대방의 말이나 행동이 자신을 공격하는 것이라고 지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을 지키는 다양한 책략을 사용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것이 ‘회피’하는 것이다. 부부 간에 문제가 있으면 그 문제를 공개적으로 꺼내서 서로의 의견과 감정을 주고받아야 오해도 풀리고 해결방안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방어를 많이 사용하는 사람은 공개적으로 의사표현하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고 문제에 직면하는 것을 피한다. 대개의 경우 이 세 가지 기수, 즉 비난, 경멸, 그리고 방어는 함께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마지막으로 ‘의사방해’가 있는데, 이는 아마도 네 가지 중에 제일 해로운 것이다. 의사방해는 입을 다물고 말을 하지 않거나 기회 자체를 만들지 않는 것이다. 의사방해는 일반적으로 대화와 의사소통의 끝을 의미한다. 다시 말하면, 더 이상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사를 전달하는 것이다. 의사방해를 하는 사람은 거의 대부분 남자인데, 팔짱을 끼거나 치사스럽지만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대답한다거나 차갑게 응시하면서 잘난 체하듯이 무시하면서 이야기를 한다. 이것은 감정적인 교류를 차단하는 것이기 때문에 상대로부터 격한 감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낸다.

모든 결혼생활에는 크고 작은 문제가 있게 마련이다. 서로 성장 배경이 다른 두 남녀가 만나 서로 다른 생각과 감정을 나누고 조화를 이루며 살다보면 당연히 갈등이 생기게 마련이다. 그래서 문제를 없애려고 노력하기보다는 타협하고 이해하는 방법을 익히는 것이 더 현실적이다. 문제가 있는 모든 관계에는 불행하게도 다시 되돌아갈 수 없는 지점이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지점은 뒤돌아볼 때야 비로소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의 관계가 자신들의 노력으로 해결될 수 없다고 느껴지면 빨리 전문가와 상담하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다. 그리고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결혼관계를 해치는 ‘네 기수’가 자주 나타나면 나타날수록 관계는 점점 더 어려워진다. 그리고 마치 늪에 빠진 것처럼 더욱 더 깊이 빠지는 느낌이 들면 빨리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부부관계의 복원도 다른 관계들과 마찬가지로 적절한 시간에 도움을 받는 것이 핵심이다. 상담은 서로의 잘못을 들추어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모습을 거울을 보듯이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준다. 그리고 자신의 말이나 행동으로 상대방이 얼마나 아픔과 고통을 느끼는지를 깨달을 수 있는 기회를 가지는 것이다. 그리고 노력하면 원래의 즐거웠던 관계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잃지 않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한성열 고려대 심리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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