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장애 활동보조 "가족이 해야" "가족은 안돼" 두 목소리 왜
[경향신문] ㆍ장애인부모회 “활동지원사 구하기 어려워, 법 개정을”
ㆍ차별철폐연대 “자립 힘들고 부모들 학대 가능성” 반대

지체·발달·시각 등 복합장애를 가진 아들을 둔 강혜연씨(45)는 아이의 활동을 도와줄 활동지원사를 찾는 데 애를 먹었다. 사지를 쓸 수 없는 아이를 매번 안아서 옮겨야 하는 데다 식사를 할 때도 신경써서 먹여줘야 하다 보니 국가에서 수당을 준다 해도 선뜻 나서는 활동지원사가 없기 때문이다. 간신히 5시간짜리 활동지원사를 구하긴 했지만 강씨는 차라리 자신이 아이의 활동지원사가 되는 것이 낫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현행법상 가족이 직접 활동지원사로 활동하는 것은 금지돼 있다. 가족 활동지원사는 활동지원사가 부족한 산간·벽지·도서 지역에서만 예외적으로 허용되고 있다.
이런 실정이다 보니 강씨 주변의 중증장애인 부모들은 서로의 자녀를 돌보는 방식으로 활동지원사가 되기도 한다. 강씨는 “법 제도를 고쳐 활동지원수당을 가족에게도 직접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3일 한국장애인부모회는 국회에서 가족이 직접 활동지원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법령을 개정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다른 장애인단체들은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중증장애인 당사자 단체인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8일 서울 종로장애인복지관 앞에서 이 법령 개정 반대 기자회견을 했다.
지체장애인 선철규씨는 “가족이 활동지원사를 대신한다면 장애인들은 절대 부모의 손에서 벗어나 자립할 수 없다. 힘들면 자식인 장애인을 때리는 등 학대도 있을 수 있다”며 “부모들은 장애인들이 원하는 것을 제대로 해주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당초 정부가 활동지원사에 당사자인 가족을 제외한 것에도 장애인 학대 가해자의 상당수가 가족인 점 등이 고려됐다.
전문가들은 장애인 자립 지원을 위한 공공서비스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아 벌어진 일이라고 지적했다. 활동지원사 정창조씨는 “만약 활동지원사가 더 나은 임금과 노동조건을 보장받는다면 이 제도가 지금보다 공공성을 갖게 될 것”이라며 “애초에 제도가 잘못돼 있다 보니 장애인 부모들이 그런 요구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숙경 경희대 교수는 “장애인 정책은 장애인 당사자 의사결정권이 보장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장애인이 다양한 사회적 관계를 경험하고 자립성을 높일 수 있도록 활동지원 서비스를 확대하되, 가족에게 활동지원을 전면 허용하는 것보다 상황에 따라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방안이 고려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재덕 기자 du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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