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 동원·잡무 갑질에 환자 보기도 전에 '피곤죽'

24시간 운영되는 병원 인력 부족이 심각한 가운데 일부 병원이 각종 행사에 직원들을 동원하고 업무 외 부당한 업무까지 강요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전국 54개 병원에 근무하는 보건의료산업 노동자 1만1662명을 대상으로 의료기관 내 갑질과 인권유린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간호사 강제 장기자랑’ 문제로 지난해 사회적 논란이 됐던 S병원만이 아니라 전국의 병원에서 부당업무를 강요한 실태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보건의료노조 자료에 따르면 일부 병원은 각종 행사에 직원들을 동원하고 있었다. 개인 의사와 무관하게 QI경진대회나 장기자랑대회, 체육대회, 학술대회 등 병원행사에 동원된 사례는 46.1%였고, 그 중 간호사 직종이 54.7%로 타 직종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또 근무시간 외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봉사 활동이나 캠페인, 홍보 활동에 동원된 경우도 23.9%였고, 이 역시 간호사 직종이 28.8%로 타 직종에 비해 강제 동원되는 비율이 높았다.
업무와 관련 없는 행사에 참여해 단체로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춘 사례도 25.3%에 이르렀고,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특정 단체나 특정 종교에 가입할 것을 강요당하거나 이들 단체가 주최하는 행사에 참가하도록 강요받은 사례도 7.5%로 조사됐다.

병원 노동자들은 본인 업무 외에 부당한 업무를 강요받는 경우도 많았는데 의료기관인증평가시 업무와 관련 없는 청소 및 환경정리, 병원 주변 풀 뽑기, 침대 및 철창 닦기 등의 업무를 강요받았다는 응답은 51.1%에 이르렀다. 직종별로는 간호사가 60.3%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고, 병원 특성별로는 사립대병원이 59%로 가장 많았다.
평상시에도 자신의 업무가 아닌 청소, 풀 뽑기, 주차관리 등의 업무를 하도록 강요받았다는 응답도 41.5%로 조사됐고, 간호사 직종이 46.7%로 타 직종에 비해 부당업무에 동원되는 비율이 높았다.
보건의료노조는 “의료기관의 노동기본권 침해 실태가 매우 심각한 상황임이 드러났다”며 “병원노동자의 노동 현실이 바로 응급상태이자 중증 상태”라고 목청을 높였다.
김지연 기자 delays@segye.com
세계일보·직장갑질 119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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