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영②] '라이브' 배성우는 오양촌이었다, 처음부터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하나의 작품은 작가의 예술이고 감독의 예술이다.
세상 모두가 다 아는 '로미오와 줄리엣'도 무대 위에서 배우가 배역으로 느껴지지 않는다면 그 순간 작품의 생명은 끝나는 법이다.
영화를 통해 얼굴을 알린 배성우를 비롯해 경찰시보를 연기한 이광수, 정유미 등 작품을 '인생작'이라 불러도 손색없을 만큼의 연기를 보여준 배우들이 많았다.
오양촌의 감정이 변하는 순간마다 출중한 배우들이 양 옆과 뒤에서 그를 잘 받쳐준 덕이 크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서울경제] 하나의 작품은 작가의 예술이고 감독의 예술이다. 그러나 그 예술을 완성시키는건 배우다.
많은 연극연출가들은 ‘내 역할은 무대에 조명이 켜지기 전까지’라고 말한다. 그 다음은 전적으로 배우들의 몫이다. 세상 모두가 다 아는 ‘로미오와 줄리엣’도 무대 위에서 배우가 배역으로 느껴지지 않는다면 그 순간 작품의 생명은 끝나는 법이다.
‘라이브’의 세계관을 창조한건 작가 노희경이지만 숨결을 불어넣은건 배우들이었다. 영화를 통해 얼굴을 알린 배성우를 비롯해 경찰시보를 연기한 이광수, 정유미 등 작품을 ‘인생작’이라 불러도 손색없을 만큼의 연기를 보여준 배우들이 많았다. 늘 믿고 보는 연기를 보여주는 성동일과 배종옥, 장현성과 조연으로 익숙한 이얼까지 모든 배우들이 확실하게 눈도장을 찍었다.

배성우의 연기는 연극에서부터 그랬다. 비교적 최신작인 ‘가을 반딧불이’에서 저수지 보트선착장에 얹혀사는 40대 실직자를 연기할 때도, ‘클로저’에서 마초적인 의사를 연기할 때도 배성우는 늘 배성우였다.
연극무대에서 기틀을 세운 배우들은 캐릭터를 분석하면서 옷을 입듯 편하게 그 인물을 입어버린다. 인물을 설명할 때 “오양촌이라는 친구는···”이 아니라 “오양촌은” 또는 “저는”이 되는 식이다. 자신의 개성은 유지한 채 인물의 특성을 살리는 연기는 보는 이들을 빠져들게 만든다. 작품을 보며 자연스럽게 배성우를 오양촌이라 부르게 된다.
초반에 억울한 징계를 이기지 못해 자신을 ‘개새’로 부르던 그가 어머니의 존엄사로 심경 변화를 겪게 되고, 안장미(배종옥 분)에게 꾹꾹 눌러뒀던 속마음을 털어놓는 장면은 백미였다. 감정을 던지고 받는 과정이 너무나도 자연스러웠다. 마지막회 사명감을 논하는 장면은 홀로 이끌어가야만 했다. 그는 담담하게 시작해 분노하다 결국 절규했다. 드라마에서 단시간에 이런 감정변화를 모두 담아낼 수 있는건 그 인물에 보통 빠져서는 불가능하다.
미디어가 배성우라는 이름을 처음 불렀던 작품은 영화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이었다. 주인공의 시동생으로 출연한 그는 요상한 잎을 씹으며 어딘가에 취한 표정으로 형수를 강간하는 괴상한 인물이었다. 이미지가 너무 강렬했던 탓인지 이후 코믹한 캐릭터로 눈을 돌렸고, ‘베테랑’ 이후 감초 조연 역할로 자리잡았다.
재치있는 주조연급 배우들은 이 위치에서 정체기를 맞는다. 이를 넘어서느냐, 정착하느냐 기로에서 몇몇은 새로운 시도를 해보지만 고정된 이미지를 깨기가 쉽지 않다. 물론 유해진처럼 이를 넘어 주연으로까지 입지를 굳히는 경우도 종종 있다.

과거 연극 ‘클로저’ 인터뷰에서 그는 연기비결을 묻는 질문에 “나를 속여야 한다. 내가 속지 않으면 관객도 속지 않는다”고 말했다. 어떤 인물을 연기해도 배성우는 배성우지만 또 배성우가 아닌 이유가 이 한마디에 압축된다. 아버지 이순재가, 아내 배종옥이, 지구대장 성동일이, 팀장 장현성도 그렇다.
좋은 작가와 동료 배우들이 멍석을 잘 깔아줬고, 배성우는 신나게 춤을 췄다. 시청자들은 배성우보다 오양촌에 환호한다. 그럼 됐다. 배우에게 이보다 더 큰 찬사가 어디 있을까.
/김진선기자 sestar@sedaily.com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종영] '라이브' 경찰, 몰라봐서 정말 미안하다
- [SE★VIEW] 라이브, 노희경은 최고다 정말 최고다
- [SE★VIEW]'라이브' 노희경의 10년이 대중성을 만났을 때
- [SE★VIEW] 드라마 '라이브'가 그리는 경찰의 삶
- '구속심사중' 김성태 폭행범, 카메라 보더니 돌연
- 文대통령 지지율보다 더 놀라운 한국당 지지율
- 2만 댓글·210만 클릭..드디어 밝혀진 '드루킹 세력'
- 마을대표 뽑는 필리핀서 후보자 20명 죽임 당한 이유는?
- [포토] 하와이 화산폭발, 용암 700m 치솟고 주택가 삼켜
- 대학 증명서 위조해 취업·결혼한 30대 무더기 적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