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슬러' 유해진, 언제 봐도 편안한 사람 [인터뷰]

장수정 기자 2018. 5. 5.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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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진

[티브이데일리 장수정 기자] 유해진은 유쾌하고 편안한 매력을 가진 배우다. 실제로도 유해진은 배역에 찾아온 변화도 의연하고 받아들이고, 자신에게 지워진 부담감과 책임감도 유연하게 이겨내는 건강한 매력이 빛나는 사람이었다.

'레슬러'는 전직 레슬러에서 프로 '살림러'로 변신한 지 20년. 살림 9단 아들 바보 귀보 씨(유해진)가 예기치 않은 인물들과 엮이기 시작, 평화롭던 일상이 유쾌하게 뒤집히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유해진은 가족 이야기를 다룬 이번 영화의 소소하고 일상적인 이야기가 좋았다며 "우리 영화는 전반적으로 짝사랑 이야기라는 생각을 했다. 귀보의 윗집 딸, 소개팅 상대와의 사랑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엄마의 아들 짝사랑, 귀보의 아들 짝사랑 등 가족의 짝사랑이 녹아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그는 "그런 새롭고, 소소한 드라마가 좋았다"고 작품에 만족을 표했다.

유해진은 이번 영화에서 전직 레슬링 선수이자 홀로 아들을 키우며 헌신적인 사랑을 보여주는 귀보 역을 맡아 수더분하면서도 매력 넘치는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20살 아들이 있는 아버지라는 설정은 이를 직접 경험하지 못한 유해진에게 낯선 것이기도 했다. 이에 유해진은 "배우들은 극 중 가족 구성원이 어떤지에 따라 나이 먹는 게 느껴지는 것 같다"고 운을 떼며 "예전에는 작은 아이들의 아빠였는데, 그 아이들의 나이대가 높아지더니 이젠 성인의 아빠가 됐다"며 웃음 지었다.

그러면서 유해진은 "결혼을 20대 후반에만 했어도 스무 살 아들이 있을 수 있다. '말도 안돼. 벌써 그런 나이인가'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그렇더라"라며 유독 남다른 감정을 느꼈다고 했다. 이미 친구들 중에서는 아이 아빠가 여럿이라는 유해진은 자신이 아버지가 되면 "참 멋있는 아버지가 되고 싶지만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이 또한 나이를 먹으면서 하게 된 자연스러운 생각으로, 그는 "어렸을 땐 '쿨한' 아버지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나이를 먹고 이런 영화를 겪다 보니 정말 쿨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 같다. 진짜 잘 키우는 게 뭘까 싶다"라며 진지한 반응을 보였다.

이렇듯 새로운 역할을 통해 신선한 고민을 하게 된 유해진은 자신의 부모님을 떠올리며 "시간이 지난 뒤의 후회지만, 예전에 부모님 가슴에 못 박는 짓을 왜 그렇게 했는지 후회가 된다"고 회상했다. 특히 20대 초반, 연극하는 자신을 말리는 부모님에게 반항심이 컸고, 이 과정에서 짜증을 낸 것이 생각난다며 씁쓸해하기도 했다. 그는 "내가 그 입장이 간접적으로 돼 보니 그 마음을 알 것 같더라.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자꾸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 깊게 느껴졌다"라며 "우리 영화를 보는 사람들도 한 번쯤 생각하는 시간이었으면 한다. 누구나 한 번쯤은 이런 적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고 당부했다.

때문에 유해진은 영화에서 아들의 소꿉친구 가영(이성경)이 자신을 짝사랑하고, 독특한 매력을 가진 의사 도나(황우슬혜)가 자신에게 대시하는 설정에 대해서도 영화 전체 흐름 중 일부라는 것을 강조했다. 특히 자신은 귀보가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매력에 대해서도 크게 생각해 본 적이 없다며 "이를테면 개성이 강하면 어떤 매력이 있다고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귀보가 무슨 매력이 있는지 잘 모르겠더라. 하지만 이야기의 흐름이 있으니, 전체적인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매력이 전달이 되지 않을까 싶더라"고 했다.

그러면서 유해진은 이번 영화의 편안함을 강조하며 "내가 나오니 코믹을 많이 생각을 하시는데, 나는 그냥 유쾌한 드라마라고 생각했다. 너무 웃기기보다는 유쾌하게 잘 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다"고 말했다. 더불어 그는 "중간 중간 웃음 나오게 하는 에피소드들을 보며 미소를 지었으면 했다"는 바람도 덧붙였다.

이렇듯 억지 감정보다는 자연스럽고, 편안한 느낌을 거듭 언급한 유해진은 주연 배우로서의 부담감에 대해서도 유연하게 대처했다. 그는 "영화가 잘 나왔든 못 나왔든 항상 걱정이 앞선다. 여러 명이 모여 하나를 만든 게 아니냐. 야생에 가서 잘 살까 싶더라"라는 속내를 털어놓으면서도 "많은 사람들이 함께한 작품이니 그냥 서로 얼굴 보기 안 미안할 정도만 됐으면 한다"고 너스레를 떨며 유쾌한 분위기를 더했다.

평소에도 유해진은 스트레스나 부담감은 산을 오르거나 운동을 하며 털어낸다고 했다. 최근에는 산에 많이 오를 수 없으니 자전거를 타고 스케줄 이동을 하며 대신 쾌감을 느낀다고. 그는 자전거 타기에 대해 "불규칙한 생활에 운동도 되고, 좋은 에너지를 발산하기도 한다. 살아있다는 걸 느끼게 해주는 것 같다. 그때의 쾌감이 있다"며 장점을 말했다. 평소에도 집에 있는 걸 못 견딘다는 그는 "스트레스를 그런 걸로 푸는 것 같다"며 나름의 건강한 스트레스 해소법을 강조하기도 했다.

결과에 큰 욕심을 내지 않는 그의 성향은 작품을 대하는 그의 태도에도 자연스럽게 묻어났다. 수많은 작품과 캐릭터를 소화해온 유해진은 그럼에도 "앞으로도 다양한 이야기를 보여주는 게 내 숙제인 것 같다. 때로는 의미 있는 작품을 하고 싶기도 하고, 그러면서 때로는 대중적인 걸 하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균형을 잘 맞추고 싶다"고 말했다. 더불어 그는 "현장에서 게을리 하지 않으려고 한다. 내가 갑자기 명배우 숀 펜이 될 수도 없는 게 아닌가. 어쨌든 주어진 연기를 게을리 하지 않는 게 최선인 것 같다"고 평소 연기관을 언급했다.

유해진은 늘 유쾌하면서도 수더분한 매력으로 보는 이들을 편하게 한다. 그러나 이러한 대중들의 신뢰가 그냥 주어진 것은 아니었다. 욕심내지 않고 꾸준히 자리를 지키며, 찾아온 기회는 마다하지 않고 최선을 다한 유해진이기에 가능한 일이 아닐까.

[티브이데일리 장수정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레슬러|유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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