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장' 파격인사 고수하는 청와대
[경향신문] ㆍ역대 원장 ‘금융 관료’ 독식 탓 ‘이번엔 유착 막자’ 강한 의지
ㆍ차기 후보에 검사·교수 거론…금융위, 오늘 임명제청안 의결
김기식 전 의원의 사퇴로 공석인 금융감독원장에 검사 출신 인사가 거론되고 있다. 또 다른 후보군도 교수 출신이다. 지난해 문재인 정부 첫 금감원장으로 내정 직전에 취소된 것으로 알려진 김조원 전 감사원 사무총장과 민간인 출신 최흥식 전 원장, 시민단체·개혁성향의 김기식 전 의원까지 감안하면 모두 파격적 인사였다. 문재인 정부는 왜 금감원장 자리에 파격 인사를 고집하는 것일까.
3일 현재 금감원장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김오수 법무연수원장, 윤석헌 서울대 객원교수, 원승연 금감원 부원장 등은 모두 그간 관례와 완전히 다른 인사이다. 김 법무연수원장은 금융 경력이 전무한 검사 출신이다. 검찰에서도 주로 형사부를 거친 인물이다. 윤 교수나 지난해 11월 임명 전까지 명지대 교수였던 원 부원장은 금융권에서 진보적 목소리를 내온 학계 인사들이다.
후보군을 보면 금감원장 자리를 ‘관료’에게 내주지 않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강한 의지를 읽을 수 있다. 문재인 정부 전까지 역대 금감원장을 보면 10명 모두 금융 관료 출신이다. 소위 말하는 ‘모피아’(재무관료+마피아 합성어)가 독식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모피아 출신들에게 휘둘리면 일에 진척이 없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라고 전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금감원을 민간 감독기구로 만들자는 게 1997년 금융개혁위원회의 취지였고 지금이 비정상의 정상화”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가 금융권과 ‘유착’되지 않은 외부 인사를 쓰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분석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13일 “근본적 개혁이 필요한 분야는 과감한 외부 발탁으로 충격을 줘야 한다는 욕심이 생긴다”고 말한 바 있다. 이는 단순히 금융 관료를 쓰지 않겠다는 의미가 아니다. 관세청장에 검사 출신을 보냈듯이 해당 업계를 경험하지 않은 사람으로 충격을 주고 싶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지난해 금융 경력이 전무한 김조원 전 사무총장을 임명하려다가 금융권의 거센 반발에 부딪쳐 포기한 전례가 있는데도 또다시 금융 무경력자인 법조인 가운데 후보를 찾았다는 점은 이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학계에서는 검사 출신 인사의 기용 가능성에 반발하는 기류도 감지된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금융을 선악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안된다”고 말했다. 전성인 교수는 “금감원은 범죄자를 잡는 금융범죄수사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금감원 내부에서는 ‘한번쯤은 금융권이 아닌 곳에서 오는 것도 개혁의 방법’이라는 주장과 ‘금융을 모르는 사람이 오면 오히려 정치권에 휘둘릴 가능성이 더 크다’는 반론이 부딪치고 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진정 금융개혁을 하고 싶다면 방법을 잘못 택하고 있다는 지적들도 나온다. 성태윤 교수는 “금융개혁을 할 때 금융감독기구 개편을 할 것인지, 소비자 보호를 할 것인지 등 방향성부터 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 교수는 “금융감독기구를 개편하는 방안이 근본적인 금융개혁 방향”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뭔가 바꾸고자 한다면 권한이 더 많은 금융위원장을 바꾸면 될 테고, 현행 감독체계에서 오는 문제는 감독기구를 개편하면 되는데 어려운 길을 피해가려니 쉬운 방법으로 금감원장만 바꾸려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는 4일 임시회의를 열고 금감원장 임명제청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임지선 기자 vis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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