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마음 사이] 성폭행 父, 딸의 '네이버 지식인 글'에 덜미


한 지붕 아래 함께 살고있는 친딸을 수년간 성추행·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50대 아버지에게 징역 12년의 중형이 선고됐다.
친족 성폭행은 대부분 집안에서 몰래 일어나 폐쇄회로(CC)TV 같은 명확한 증거가 없다. 이 사건도 마찬가지였다. 피해자인 딸이 수사기관에서 한 진술이 유일한 증거였지만 다른 재판처럼 진술의 신빙성이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재판에선 고등학생이 된 딸이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아빠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며 도움을 요청하는 글을 올린 게 유죄 판단의 결정적인 근거가 됐다.
춘천지법은 최근 아동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아동복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하고,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120시간 이수를 명령했다.
재판부는 “가정에서 보호 받아야 할 어린 나이의 피해 아동을 오히려 친부가 오랜 기간에 걸쳐 간음, 추행하고 학대한 것으로 죄질이 몹시 나쁘다”면서도 “그런데도 피고인은 피해자와 서로 좋은 감정에서 이뤄진 행위들이라고 자신의 범행을 합리화하고 있다”고 판시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12년 아내가 잠시 외출한 틈을 타 집안 거실에 누워있던 딸 B양(당시 11세)을 성추행했다. 이듬해엔 집에 있던 B양에게 외국 성인 남녀가 등장하는 음란 동영상을 억지로 보게 했다. 딸이 중학생이 되자 아버지의 '몹쓸 짓'은 더 과감해졌다. ‘교복 입은 모습이 너무 섹시한 것 아니냐'며 성폭행까지 저질렀다. 싫다는 의사를 밝힌 B양에게 A씨는 “너와 나 사이의 일을 다른 사람에게 말하면 내가 죽어버리겠다”는 식으로 협박하기도 했다. A씨는 지난해 11월 결국 재판에 넘겨졌다.
문제는 범행 모두가 집 안에서 은밀하게 일어나 명백한 증거가 남지 않았다는 점이다. A씨는 법정에서 “딸을 성폭행한 사실이 없다”고 잡아뗐다. 사건의 유일한 증거는 딸이 수사기관에 한 진술들. 그러나 과거 수년에 걸쳐 발생한 일이라 일부 진술이 불명확했다.
이 가운데 사건의 실마리를 풀 증거가 나타났다. 고등학생이 된 B양이 지난해 3월 네이버 지식인에 '친족 성폭행과 가정 폭행 도와주세요'라며 도움을 청하는 글을 올렸던 것. B양은 “증거가 없는 성폭력 관련 범죄를 어떻게 해야하나”라는 내용으로 장문의 글을 올려 주변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했다.

B양은 글에서 "많은 성추행과 성폭력을 당했지만 몇년에 걸쳐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전부 진술하기는 어렵다"면서도 "그러나 아빠를 신고할 수만 있다면 용기를 내어 아픈 기억을 끄집어 떠올릴 순 있다"고 했다. 이어 "가장 중요한 건 이 모든 것이 제 기억 속에만 존재하며, 어떠한 증거도 없다. 오직 제 진술만이 있는 상황에서 신고가 가능할지 여쭙고 싶다”고 했다. 이어 “아빠의 폭행은 멍이 들지 않을 정도로만 때리기 때문에 증거 사진을 촬영하지도 못한다. 이런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하나. 제발 도와달라”라고 썼다.
법원은 B양이 작성한 네이버 지식인 글 내용 등을 고려해 진술의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이 사건에 관해 최초로 네이버 지식인에 게시한 글에서도 성폭행을 시도했다고 기재한 점에 비춰보면 피해자의 진술이 어머니나 조사관에 의해 오염된 것으로 보이는 흔적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고인을 무고할 목적으로 허위로 진술할 만한 뚜렷한 이유도 찾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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