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개성공단 배후에 여의도 1.5배 농업단지..北 식량자급 돕는다
농어촌공사 '농기계·인력양성·기술교류' 패키지 지원
농협은 양돈, 산림청도 종자·병해충 방제 사업 검토
1일 서울경제신문이 국회 농림축산해양식품위원회 소속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농어촌공사의 남북경제협력사업 검토 내역에 따르면 공사는 향후 남북관계 개선 시 개성공업지구 1단계 북측지역 약 460㏊(460만㎡)의 땅에 융복합 농업단지 조성을 추진할 예정이다.
위치는 황해북도 개성시 판문읍 일원 송도리 협동농장이다. 규모만 따지면 여의도(290㏊)의 1.5배다.
공사는 패키지 지원을 고려하고 있다. 농기계 지원 외에 인력양성과 기술교류를 한번에 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북한의 농산물 생산 방식과 기술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이 지역에서 나온 농산물은 개성공단 남북한 근로자 약 5만4,000명에게 공급할 계획이다. 농어촌공사는 “배후지역을 개발하면 북한의 식량난을 해소하고 주민들의 기초생활여건을 개선할 수 있다”며 “사업효과가 지속될 수 있도록 인력양성과 기술교류, 주민의 소득 증대, 생활환경 개선사업을 병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사는 북한이 추진 중인 임농복합경영을 위한 관수시설 정비사업 지원도 들여다보고 있다. 관수시설 정비는 산에 물을 댈 수 있는 시설을 만들어 밭작물을 키우는 사업이다. 공사는 북한에 10㏊ 크기의 관수시설 시범단지 조성이 가능한지 따져보고 있다.
농업협동조합중앙회도 대북 지원을 검토 중이다. 유엔 제재 해제 같은 단서를 달았지만 양측이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보고 있다. 현재 농협은 △정부 차원의 대북 쌀·비료 지원 시 적극 참여 △양돈·온실·농자재 추가 지원 △사료·백신 제공(2015년 양돈 지원 후속조치) 등을 염두에 두고 있다. 지금까지 농협은 양돈장 건설과 비료·비닐 등을 포함해 총 29건, 금액으로는 73억5,300만원 상당의 물품을 북한에 제공했다. 이와 별도로 농협은행이 통일기금 조성용 예·적금을 개발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경협 사업으로 농업이 부상하는 것은 북한의 열악한 식량 사정 때문이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김정은 정권 들어 두 차례의 중요한 농업개혁조치를 취했지만 농업생산 증대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지난 2015~2016년 북한의 식량 필요량은 550만톤이었는데 공급량은 510만톤에 그쳤다. 부족량만 40만톤이다. 당장 먹고사는 문제가 시급하다는 뜻이다.
수산업 지원도 비슷한 맥락이다. 북한은 먹거리 확보 차원에서 양식과 어선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이와 관련, 전라남도 같은 지방자치단체는 북한에 수산양식기술 지원 여부를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4·27 남북 정상회담에서도 공동어로가 합의된 만큼 남북 간 수산분야 협력은 더 많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은 1998년 세계식량기구(FAO)에 △서해안 간척지 20만㏊ 새우양식 개발 △서해안 패류 채취용 선박·채취 어구 △내수면 어업개발을 위한 기술지원 △원양어군 탐색 연구지원 등을 제시했다.
산림분야 협력도 속도를 내고 있다. 산림청은 내년부터 대북지원용 종자저장시설 조성을 어떻게 할지를 연구할 계획이다. 남북산림협력을 위한 국제회의를 4회 개최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내년 사업예산에 북한산림정보 데이터베이스(DB) 구축 비용을 포함시키는 안도 들여다보고 있다. 북한이 산림병해충 방제사업과 산림종자 및 묘목 지원을 원하고 있어 이 부분에 대한 지원 여부도 검토 대상이다. 2015년 정부는 북한의 금강산(800㏊) 방제사업을 도왔다.
전문가들은 북미 정상회담 이후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로드맵이 나와야 본격적인 경협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농업처럼 먹거리와 관련된 사업이라도 대북 제재의 큰 틀을 봐가며 이뤄져야지 지나치게 앞서나가면 곤란하다는 얘기다. 전직 경제부처 고위관계자는 “아직은 아이디어 차원이겠지만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이 중구난방식으로 대북 경협사업을 준비하면 곤란하다”며 “경협이 잘 이뤄지면 국내 경제와 기업에 좋겠지만 거꾸로 과도한 기대도 금물”이라고 지적했다. /세종=박형윤·김영필기자 man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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