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재준 "국정원에 원래 청와대가 쓰는 돈 있다고 생각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매달 5000만원씩 총 6억원의 국가정보원장 특수활동비를 전달한 혐의를 받는 남재준 전 국정원장이 "국정원에 편성됐지만 청와대가 쓰는 돈이라고 생각해서 줬다"고 증언했다.
남 전 원장은 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성창호)에서 열린 박 전 대통령의 국정원 특활비 뇌물사건에 증인으로 나와 "안봉근 전 청와대 비서관의 요청을 '특활비 속에 들어 있는 청와대 예산을 매달 5000만원씩 분할해서 달라'는 뜻으로 생각했냐"는 검사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박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초인 2013년 5월부터 2016년 9월까지 남 전 원장을 비롯해 이병기·이병호 전 원장까지 3명의 국정원장들로부터 총 36억5000만원 규모의 특활비를 뇌물로 받았다는 혐의를 받는다. 이 중 남 전 원장이 제공한 규모는 12개월간 매달 5000만원씩 총 6억원이었다.
이날 재판에는 박 전 대통령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은 앞서 진행된 3차례의 공판준비기일은 물론 지난달 17일, 19일, 27일의 본 공판에도 불출석한 바 있다. 이날은 남 전 원장 등 증인들에 대한 신문이 진행됐다.
남 전 원장은 "국정원 예산을 (군의) 합동참모본부가 쓰듯 (문제가 된 특활비도) 똑같은 케이스로 국정원 예산으로 편성됐지만 청와대가 쓰는 돈이라고 생각했다"며 "제가 국정원장을 할 때까지는 진실로 믿었다"고 했다. 또 "(해당 특활비의) 집행은 청와대가 하니까 청와대로 보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러나 "청와대 예산을 왜 국정원 예산으로 편성한다고 생각하느냐" 등에 대한 검찰 측 질문에 대해 남 전 원장은 "예산에 대한 무지 때문에 아무 생각도 없다. 솔직히 공금을 제 주머니에 넣지만 않으면 잘 쓴 것이라 생각한다"고도 했다.
이외에도 검찰은 "청와대 돈이라고 생각했으면 총액으로 돌려주거나 한 두번에 나눠주면 될 것을 왜 매달 정기적으로 갖다줘야 한다고 생각했냐" "5000만원을 (현금 형태가 아니라) 계좌로 보내줘야겠다는 생각은 안했냐"고 되물었으나 남 전 원장은 "생각을 해보지 않았다. 아는 게 없어서 답변을 드릴 수 없다"고 했다.
한편 검찰은 지난달 26일 박 전 대통령과 같은 재판부가 맡고 있는 남 전 원장과 이병기·이병호 전 원장 등의 뇌물공여 등 사건의 결심공판에서 남 전 원장에게 징역 7년, 이병기 전 원장에게 징역 5년, 이병호 전 원장에게 징역 7년을 구형한 바 있다.
황국상 기자 gshw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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