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소득 南 30%는 돼야 통합해도 혼란없어"

KDB산업은행이 최근 내놓은 '성장회계 방식을 활용한 북한 경제 재건비용 추정' 보고서는 이전 연구들과 달리 적용 범위가 넓고 일반적인 '성장회계 방식' 분석을 도입한 게 특징이다. 보고서는 '남북한 사이에 점진적 경제 통합이 추진된다'는 가정하에 통일비용을 추산했다. 사회적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통일 방법일 뿐 아니라 현 정부가 구상 중인 남북 경제협력의 큰 틀과 잘 맞는다는 평가다.
보고서를 통해 산은은 정치적 통합보다 선행되는 경제적 통합을 위해선 남북 간 소득격차가 일정 수준 이내로 좁혀져야 한다고 분석했다. 소득 차이가 지나치게 크면 사회 혼란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전제하에 보고서는 '경제 통합이 가능한 북한 주민의 소득 수준'을 1인당 1만달러로, '이를 위해 필요한 기간'을 20년으로 산정했다. 이를 통해 이 기간에 투자해야 하는 남한의 경제적 투자비용을 총 705조원으로 추산했다.
보고서는 북한의 1인당 소득 목표를 남한의 30% 수준인 1인당 1만달러로 정한 이유에 대해 "남한 내 소득이 가장 낮은 지역의 소득은 가장 높은 지역의 30% 수준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보고서가 제시한 통계청의 남한 지역 내 총생산(GRDP) 통계 등에 따르면 2015년 중 실질 GRDP가 가장 낮은 대구(1840만원)는 GRDP가 가장 높은 울산(6070만원)의 약 30.3% 수준을 기록했다. 두 지역이 남한에서 공생하는 데 문제가 없음에서 보듯 최저 소득이 최고 소득의 30% 수준이면 큰 혼란 없이 경제적 통합이 가능할 것으로 봤다는 설명이다.
재건기간을 20년으로 가정한 이유는 2015년 북한의 1인당 명목 국내총생산(GDP)이 650달러로 남한의 1970년대 중반 수준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남한은 20년 후인 1990년대 중반 1인당 명목 GDP 1만달러를 돌파했다. 또 2036년 남한의 1인당 실질 GDP는 약 3만3100달러로 예상되며 그중 30%는 약 1만달러다. 산은 관계자는 "남한 경제 발전 사례와 20년 후 남한 1인당 실질소득 전망을 감안하면 북한의 1인당 실질 GDP가 1만달러로 증가하는 기간은 20년 정도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소 수백조 원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막대한 통일재원 조달 방법에 대해선 벌써부터 학계의 논의가 뜨겁다. 그중에서도 국제기구를 포함해 해외 자금을 끌어들여 충당해야 한다는 방안과 가능한 한 국내 재정만을 투입하자는 방안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북한 경제 재건을) 재정사업으로 추진하게 되면 한국 정부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재원이 필요하고 한국 정부에도 리스크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꼭 필요한 인프라스트럭처는 정부가 지원해 건설하되 나머지는 적절하게 경제성 있는 사업을 중심으로 해외자금을 끌어들여 함께 들어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나치게 재정에 의존하면 국채 시장이 불안해지고 증세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반면 점진적 통일이 이뤄진다면 가급적 한국 정부 재정을 투입하고 국내 기업들이 수주하는 인프라 투자가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많다. 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각종 통일비용 추산은 급진적 통일의 경우를 가정한 것으로 점진적 통일이 진행될 경우 비용이 생각보다 적게 들 수 있다"며 "이러면 한국 입장에서는 가급적 많은 인프라 사업을 수주해 주권을 확보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일비용이 과도하면 국제기구 투자를 마중물로 해 전 세계 투자자금을 끌어들여 인프라 투자에 나서는 방안을 모색하게 되지만 정부에서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라면 가급적 정부 주도 재정사업을 펼치는 것이 낫다는 설명이다.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부소장은 "비용만 따질 경우 한국 정부에 과도한 부담이 될 수도 있겠지만 북한 인프라 사업 중에는 비용이 아니라 투자로 볼 수 있는 것도 많을 것"이라며 "투자 관점에서 접근하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김동은 기자 / 이승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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