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TALK] 재벌엔 눈감고, 일반인엔 철저한 감시.. 관세청의 '두 얼굴'
얼마 전 직장인 김모(34)씨는 신혼여행지인 유럽에서 아내의 명품 가방을 산 뒤 입국할 때 신고하지 않았다가 적발돼 100만원 넘는 세금을 냈습니다. 그는 요즘 연일 터져나오는 대한항공 총수 일가 관련 뉴스를 보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총수 일가가 직원과 회사를 동원해 지금껏 세금 한 푼 내지 않고 외국에서 산 물건을 반입했다는 증언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총수 일가의 명품 밀반입을 세관이 알면서도 눈감아줬다는 의혹까지 높아지면서 그의 '분노 지수'는 더 높아졌습니다. 김씨는 "나도 잘못했지만, 세관이 나 같은 일반인만 잡고 재벌은 봐주는 건 말 그대로 '적폐'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김씨의 경우와 같이 일반인에 대한 세관의 감시는 갈수록 정교해지고 첨단화되고 있습니다. 가령 신용카드 해외 사용의 경우 종전에는 분기별로 5000달러 이상일 때만 관세청에 추후 통보됐지만, 이달 1일부터는 600달러 이상의 물건을 사거나 현금을 인출할 경우 실시간으로 통보되고 있습니다. 해외 여행객이 어디에서 무엇을 샀는지 세관 직원들이 훤히 꿰뚫어볼 수 있게 된 셈입니다. 관세청은 신용카드 사용 내용뿐 아니라 여행자정보시스템(APIS)이라고 불리는 첨단 시스템을 통해서도 여행객을 다각도로 분석합니다. 여행객의 과거 여행 이력, 행선지, 체류 기간, 여행 목적, 동반자, 면세점 사용 명세 등 각종 정보를 분석해 밀수나 밀반입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사람을 집중 감시하는 것이죠. 밀반입에 대한 처벌도 종전보다 강화됐습니다. 2015년부터 면세한도가 400달러에서 600달러로 상향되면서, 면세 범위를 초과하는 물품을 자진신고하지 않았다가 적발됐을 때 부가되는 가산세도 30%에서 40%로 올랐습니다.
세관의 이런 활동은 그 자체로는 문제 될 것이 없습니다. 마약이나 무기 등 위험물품으로부터 국경을 더 튼튼히 지키고, 법으로 정해진 세금을 내지 않는 위반자들을 더 확실히 걸러내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엄중한 잣대를 일반 국민과 특권층에 다르게 적용한다면 관세청의 선한 의도도 의심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관세청과 세관 직원들이 이번 사건을 뼈저린 자성의 계기로 삼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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