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기, '최경환 덕에 예산 해결됐다' 1억 전달 지시"

(서울=연합뉴스) 이보배 기자 = 이헌수 전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이 이병기 당시 국정원장에게서 "최경환 의원 덕분에 국정원 예산편성이 잘 풀렸으니 1억원을 갖다 주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법정에서 증언했다.
이 전 기조실장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조의연 부장판사) 심리로 25일 열린 자유한국당 최경환(63) 의원의 재판에 출석해 이같이 증언했다.
최 의원은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던 2014년 10월 23일 부총리 집무실에서 이 전 기조실장으로부터 특수활동비로 조성된 1억원을 뇌물로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국정원 수장이 이병기 전 원장이다.
이 전 기조실장은 당시 국정원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아 예산 삭감 가능성이 컸고, 이 전 원장에게 "이를 해결할 사람은 최 의원밖에 없다. 실무자 선에선 해결이 안 되니 최 의원에게 전화를 한번 해보면 어떠냐"고 보고했다고 말했다.
이후 이 전 원장이 기조실 간부와의 오찬 자리에서 "최 의원에게 전화 한 번 드렸다"는 얘기를 했다고 들었고, 이후 실제 예산 감액 폭이 줄어들었다고 증언했다.
이 전 기조실장은 돈 전달 상황에 대해 "1억원이 든 가방을 갖고 직접 정부서울청사 안 부총리 집무실로 찾아갔고,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다가 테이블 밑에 가방을 두고 나왔다"고 증언했다.
집무실을 나와 엘리베이터를 탈 때 그곳 직원이 "왜 가방을 안 갖고 가느냐"고 물어 "가방은 두고 오는 것이다"고 말해주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이 전 원장은 최 의원과 통화한 뒤 직원들로부터 예산안 처리가 잘 돼 가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고, 고마운 마음에 격려 차원에서 돈을 지원한 것이란 입장이다.
반면 최 의원은 당일 이 전 기조실장을 만난 적이 없고 돈을 받은 적도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이 전 기조실장은 이날 청와대에 국정원 특활비 상납을 처음 요구한 것도 최 의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2013년 5∼6월께 국회에 업무보고 찾았을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였던 최 의원을 만났고, 그로부터 국정원에서 청와대를 지원해달라는 요구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당시 최 의원이 "청와대 예산이 부족한데 국정원에서 몇억을 지원하면 안 되겠느냐"라고 해 바로 답하지 못했더니 "그럼 원장에게 보고를 한번 드려라"고 말했다고 했다. 이 전 기조실장은 당시 남재준 원장에게 이를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남 전 원장은 재임 시절인 2013년 5월부터 2014년 4월까지 원장 특활비로 배정된 40억원 중에서 매달 5천만원씩 총 6억원을 청와대에 상납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bob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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