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선택과 배제..'기울어진 공론장' 의혹 못 떨친 네이버

주영재 기자 2018. 4. 25.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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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지난 정권은 포털의 뉴스 편집과 기사 배열을 바꾸려 했고, 국가정보원과 군 사이버사령부 같은 정치권력의 수족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댓글을 조작했다. 민간에서 매크로를 이용해 포털 댓글의 추천수를 조작하고 검색 순위를 바꾸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포털만 장악하면 여론을 장악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에서 나온 행동들이다.

‘드루킹’ 사건을 계기로 네이버로 상징되는 포털의 여론 독점 문제를 해결하고 미래 공론장을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댓글이 문제가 아니라 모든 정보를 자신의 세계에 가두고 그 안에서 선택과 배제의 권력을 행사하는 네이버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네이버와 다음이 뉴스 서비스를 시작한 역사는 이제 20년을 내다본다. 기성 언론이 수익 확보 차원에서 포털에 뉴스 콘텐츠를 제공한 것이 계기가 됐다. 2001년 효순·미선양 사건과 관련한 촛불집회, 2002년 한·일 월드컵과 대통령 탄핵,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에 반대하는 촛불집회와 ‘조·중·동 불매운동’으로 포털의 영향력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다음은 2003년 ‘미디어다음’ 서비스와 함께 ‘100자평’을, 네이버는 2004년 ‘덧글’이라는 이름의 댓글 시스템을 도입했다. 대형 사회적 의제와 관련한 정보 욕구가 커졌고 포털은 댓글과 같은 인터넷의 쌍방향성·상호작용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이용자를 끌어모았다. 포털 뉴스 서비스의 순이용자 수는 2003년을 기점으로 기성 언론을 뛰어넘었다.

뉴스 소비의 포털 집중은 그 후로도 꾸준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영국 로이터 저널리즘연구소와 협력해 발행한 ‘디지털 뉴스리포트 2017’에 따르면 국내 이용자들이 포털 뉴스에 의존하는 비율은 77%에 달했다. 조사 대상 36개국 중 압도적 1위로 전년 같은 조사에서보다 17%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네이버는 2002년 지식 검색·지도, 2003년 블로그·카페 서비스를 시작했다. 유용한 서비스와 플랫폼으로 이용자들을 모았고 자연히 광고가 뒤따랐다. 영향력이 커지자 포털은 수익화에 나섰다. 비대해진 포털이 불공정한 경쟁에 나서고 있다는 비판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네이버는 2013년 윙스푼·네이버 쿠폰 등의 서비스를 내놨으나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관련 콘텐츠를 대거 철수했다. 지난해에는 간편결제, 검색 광고와 관련한 불공정행위 논란이 일었고 올해 1월 공정거래위원회의 현장조사를 받기도 했다.

네이버가 댓글 관련 정책 개편을 발표한 25일 경기 성남시에 있는 네이버 본사 앞에 취재진의 카메라가 놓여 있다. 연합뉴스

정치권력이 포털 댓글로 여론을 조작하거나 포털을 길들이려 한다는 의혹도 끊이지 않았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은 국가정보원과 군 사이버사령부 및 경찰 등 공권력을 동원해 댓글로 여론을 조작하려 했다. 2015년 5월 이병기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은 “네이버 경영진을 적극 설득, 순화시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할 정도였다.

김위근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은 “글자 그대로 인터넷 이용의 관문이 돼버린 포털을 통해 영향력을 미치려는 유혹을 권력자들이 참기는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 스스로의 부적절한 처신도 이용자들의 의심과 불신을 부채질했다. 네이버는 2016년 한국프로축구연맹에 불리한 기사를 연맹의 청탁을 받고 기사 배열에서 제외했다. 1년이 지난 시점에서 언론 보도로 이 사실이 알려지자 한성숙 대표가 이를 인정하고 사과했다.

여론 선점을 위한 전쟁터가 된 포털은 그간 여러 자구책을 내놨지만 번번이 핵심을 비켜갔다. 광고 수익이 되는 뉴스 서비스를 포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포털 뉴스는 초창기 여론 다양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이젠 오히려 다양성을 죽이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이영주 제3언론연구소장은 “어떤 언론사의 뉴스가 우선 노출되고 공급되는지, 더 나아가 어떤 이슈가 우선적으로 노출되는지가 (댓글보다) 더 큰 편향성을 갖는다”며 “댓글조작 문제 하나만 해결하려는 것은 아주 무책임한 자세”라고 말했다.

여론 독점을 완화하려는 네이버의 노력과 변화가 없다면 기업의 존속이 위태로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원용진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사회로부터 존경받지 못하는 기업의 지속가능성은 항상 위험하다”며 “네이버는 지속가능성을 고민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원 교수는 “네이버가 민주주의를 위한 미래 공론의 장을 형성하기 위한 노력과 변화에 나서야지 걸림돌이 되어선 안된다”고 했다. 김위근 선임연구위원도 “구글이 지배적 사업자가 되지 못한 것은 이용자 선택 때문이었지만 이런 현실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며 “일순간 전혀 새로운 플랫폼이 시장을 지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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