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차 사이렌 120데시벨의 한계.. 안전한 출동이 최선이다

이건 2018. 4. 16.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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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의 미국소방 평론 12] 소방차 사이렌도 결국 소리일 뿐

[오마이뉴스 이건 기자]

1분 1초가 급한 상황에서 신속한 출동을 하던 소방차나 구급차가 무게중심을 잃고 전복되거나 혹은 일반시민의 차량과 부딪혀 사상자를 내는 뉴스를 종종 접하곤 한다.

'미 연방 소방국(United States Fire Administration)' 자료에 따르면 해마다 미국 내 소방차 관련 교통사고는 평균 약 15000여건에 달하며, 이런 사고로 인해 부상을 당하거나 순직하는 소방대원의 수는 100여명에 이른다.

사고유형을 보면 교차로에서 일반 차량과 추돌하거나 급격히 회전을 하면서 소방차가 무게중심을 잃고 전복하는 사고가 주류를 이룬다.

테네시 주 설리번 카운티(Sullivan County) 소속의 구급차가 출동 중 전복돼 3명의 구급대원이 부상을 입었다. ⓒmodelcityfirefighter.com
버지니아 주 노퍽(Norfolk) 시내의 한 교차로에서 출동 중인 소방차와 한 시민의 차량이 충돌했다. ⓒShapiro & Appleton 홈페이지
소방차나 구급차의 사이렌 소리는 대략 120데시벨(dB) 정도로 록 콘서트 장에서의 소리와 비슷하다. 참고로 제트 엔진이나 총소리는 약 140데시벨(dB) 정도다.

하지만 소방차의 사이렌 소리는 소방차 정면 3미터에서 측정한 수치로 소방차와 거리가 멀어지거나 정면이 아닌 측면이나 90도 각도에서 사이렌 소리를 듣는다면 당연히 그 소리의 강도는 약해질 수밖에 없다.  

소방차나 구급차에 직접 탑승하는 소방대원들에게 120데시벨(dB)은 종종 청각에 손상을 줄 정도로 시끄럽다. 그래서 소방대원들은 이렇게 시끄러운 소리를 다른 사람들이 듣지 못할 리가 없다는 착각에 빠지곤 한다. 

하지만 사이렌도 결국 공기의 파장을 통해 우리의 귀에 전달되는 소리이므로 거리가 멀어지거나 주변에 소리의 전달을 방해하는 요인들이 있다면 그 세기와 효과는 현저하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런 사실을 입증이라도 하듯 소방차와 충돌사고를 경험했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부딪히기 직전까지 사이렌 소리를 듣지 못했다고 입을 모은다.   

이와 관련해 1977년 발간된 '미 교통국(US Department of Transportation)'의 보고서에는 소방차 사이렌의 제한적 효과에 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결국 제한적인 효과를 가진 사이렌 소리에만 의존하지 말고 안전하게 출동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이다.

보통 도로를 주행하는 일반차량 내부의 소음 수준은 65데시벨(dB) 정도다. 이는 도로 노면상태, 차량 속도, 히터나 에어컨 작동 여부, 라디오 소리, 전화통화 등을 고려한 수치다. 따라서 이론적으로만 보면 소방차의 사이렌 소리는 일반차량 내부의 보통 소음 수준인 65데시벨(dB)보다 높은 75데시벨(dB) 정도가 되어야 운전자의 주목을 끌 수 있다.

하지만 요즈음 출시되는 차량은 외부소음, 그것도 고음을 효과적으로 차단하는 구조로 되어있으며 보통 30 내지 40데시벨(dB)에 달하는 외부소음을 막아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기술 덕분에 운전자 입장에서는 외부소음의 방해 없이 쾌적하게 운전할 수 있지만 소방차 입장에서 보면 사이렌의 효과는 급감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소방차의 사이렌 소리가 외부소음 차단으로 발생하는 손실분까지 고려해 적어도 120데시벨(dB)이 필요한 것이다.  물론 미국에서도 소방차의 사이렌 소리가 너무 크다는 불만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실례로 시카고 스트리터빌(Streeterville)에 거주하는 시민들은 구급차 사이렌의 소리가 뉴욕보다 훨씬 크다며 사이렌 소리를 줄여줄 것을 요청하는 공청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시민들의 불평에도 불구하고 소방당국과 제조회사에서는 사이렌 소리를 줄이는 것은 불가하며, 생명을 살리는 의무를 소홀히 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법적 책임(Liability)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며 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최근 대한민국에서도 소방차나 구급차 출동 중 교통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 2016년 한 국회의원 사무실에서 배포한 자료를 보면 한 해 평균 발생하는 소방차 관련 교통사고는 약 450건이며, 이로 인해 발생한 인명피해는 지난 5년간 1100여명에 이른다고 지적하고 있다.

현행 교통사고처리특례법에서는 소방차나 구급차가 긴급을 요하는 출동을 할 경우 신호위반이나 과속 등 면책사항을 규정하고 있으나 정작 사고가 발생하면 소방차 운전자가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

이런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지난 2016년부터 전국적으로 소방차 운전자보험을 가입해 운영하고 있으나 사고 후 대응보다 예방이 중요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래서 안전을 확보하면서도 신속하게 출동해야 하는 모순적인 상황 속에서 소방대원들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사람을 살리는 장비가 실린 소방차와 구급차, 그리고 사람을 살리기 위해 훈련받은 소방관들은 현장에 도착해서 자신의 역할을 수행할 때에만 그 존재감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기회를 통해 소방 내부에서는 안전한 출동을 위한 지침을 다시 살펴봐야 하고 골든타임에 대한 올바른 해석도 고민해 봐야 한다. 제 아무리 소방서 건물을 빠르게 벗어난다 해도 꽉 막힌 도로에서, 그리고 주택가의 이중주차 문제 등 시민들의 적극적인 이해와 협조 없이는 물리적으로 4~5분 이내에 현장에 도착할 방법은 없다.  

소방차 사이렌은 누군가 위험에 빠져 있으니 도와달라는 외침이다. 하지만 시민들이 그 외침을 듣고 양보할 수 있도록 안전하게 출동해야 한다. 누군가를 살리기 위해 또 다른 누군가를 죽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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