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소박한 와비사비 문화.. 자연을 즐긴 한국 풍류와 닮았죠"
"양국 모두 소박한 삶 귀히 여겨"
"일본 사회는 '와비사비(わびさび)와 '야스쿠니(靖國)'로 나뉘어 있습니다. 개인은 소박하게 사는 '와비사비' 문화를 지향하지만, 지배 권력은 천황제에 바쳐진 죽음을 요란하게 예찬하면서 야스쿠니 신사를 숭배하지요."
한국과 일본 문학을 잇는 김응교(56) 시인이 산문집 '일본적 마음'(책읽는 고양이)과 시집 '부러진 나무에 귀를 대면'(천년의 시작)을 잇달아 냈다. 1980년대 후반 문단에 나온 김 시인은 1996년 일본 유학을 떠나더니 1998년부터 와세대 대학에서 10년간 강의했다. 현재 숙명여대 교수로, 윤동주 시인 전문 학자로도 꼽히는 그는, 일본 최고의 시인으로 꼽히는 다니카와 슌타로의 시집 '이십억 광년의 고독'을 번역했고, 한국 현대시를 일본어로 옮기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일본학(日本學) 연구자인 김 시인은 산문집 첫머리를 '와비사비' 미학으로 꾸몄다. 그는 "일본식 정원 구석이나 사찰 한 귀퉁이엔 허술한 집 한 채가 있기 마련"이라며 "손님을 검소한 방에 모시면서 조용하게 차를 마실 때 느끼는 맑은 분위기를 '와비사비'라고 한다"고 했다. 다도(茶道)뿐 아니라 하이쿠(俳句), 미술, 건축에 두루 밴 '와비사비' 미학은 '정지와 침묵'이나 '여운과 생략'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김 시인은 "간소하고 한적한 것을 사랑하는 '와비사비'는 가난과 자연을 즐긴 한국의 풍류(風流)와도 통하니 우리가 일본인과 소통하기 위해 활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인의 무의식은 샤머니즘적 혼돈이라고들 하지만, 의식적으론 결단력이 빨라서 좋은 점도 있다"면서 "일본인은 무의식도 '질서'에 지배되고 의식은 사회적으로 '초(超)질서'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국가가 부르면 총동원돼 무섭게 변한다"고 비교했다.
김 시인은 시집을 통해 일본 사회의 이면(裏面)에 깃든 죽음의 문화를 포착하기도 했다. '침묵하는 죽음의 낌새/ 재잘대는 살림의 낌새'라며 '죽은 사시미 떼를 찾아/ 상복(喪服) 입은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다'고 노래했다. 김 시인은 "도쿄의 벚꽃을 보며 내가 '꿈'과 함께 '삶의 희열'이란 말을 떠올린다고 하자 옆에 있던 일본인 교수는 '죽음'을 이야기했다"며 "그 교수는 사쿠라와 죽음을 연결시킨 하이쿠와 옛 일본 군가를 외웠다"고 회상했다. '일본 남아로 태어났으면/ 싸우는 전쟁터에서 사쿠라처럼 져라'는 일본 황군(皇軍) 보병의 노랫말이었다.
김 시인은 "일본 사회는 '축소 지향'처럼 보이지만, '확대 지향'을 숨기고 있기 때문에 기회만 주어지면 언제든 외부로 진출하려고 한다"며 "물건을 작게 만든 건 먼 곳까지 많이 팔려고 했기 때문이고, 도시락이 발달한 건 오랜 전쟁 문화의 유산이다"고 했다. 그는 한·일 관계에 대해 "일본 정치는 막후에서 움직이는데, 우리 정치인 중 김종필과 박태준 이후 일본 정계와 소통할 만한 인물이 없는 듯하다"며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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