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타임' 허비..회피하는 책임자들 어디에?

이정은, 조효정 입력 2018. 4. 14. 20:25 수정 2018. 4. 14.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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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앵커 ▶

지금부터는 MBC가 세월호의 진실에 한 걸음 더 다가서기 위해 취재한 내용을 전해드립니다.

왜 구조하지 않았을까?

되돌아볼수록 고통스러운 질문입니다.

선원들은 승객을 놔두고 먼저 탈출했고 현장에 출동한 해경부터 최종 청와대까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았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또 이제 보실 리포트에 구조라인에 있던 해경 관계자의 실명이 여럿 등장하는데 이들은 어떤 책임을 졌는지, 이정은·조효정 두 기자가 이어서 보도합니다.

◀ 리포트 ▶

사고 해역에 출동한 헬기의 첫 보고.

[9시25분] "배 우측으로 기울어져 있고 지금 대부분 선상, 선상과 배 안에 있음."

해경 여인태 경비과장이 현장에 직접 전화를 걸어 더 자세하게 물었습니다.

[여인태/해양경찰청 경비과장] "자, 그 배 상태 지금 어때요?"

[김경일/123정장] "현재 좌현으로 약 45도, 50도 기울었습니다."

[여인태/해양경찰청 경비과장] "사람들 보여요 안 보여요?"

[김경일/123정장] "사람들 하나도 안 보입니다. 지금"

배가 기울었고 사람들은 안에 있다.

목포해양경찰서 상위기관인 서해해양경찰청, 최상위 기관인 해양경찰청 모두에 현장 정보가 전해졌습니다.

그런데 지휘부는 퇴선명령이 아닌 다른 이야기를 합니다.

[서해해양경찰청 상황실/9시47분] "1번님 지시사항임. 123 직원들이 안전 장구 갖추고 여객선 올라가 가지고 승객들이 동요하지 않도록 안정시키기 바람."

승객들을 안정시키라는 겁니다.

본청 상황실에는 청와대에서 분 단위로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대통령 보고가 이유였습니다.

[청와대 국가안보실 관계자/9시51분] "여기 지금 VIP 보고 때문에 그러는데 영상이라도 하나 찍어서 핸드폰으로 보내줄 수 있습니까?"

3층 객실이 물에 모두 잠긴 시각, 지휘부는 침몰을 막기 위해 배에서 물을 빼자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김수현/서해해양경찰청장] "배수 작업에 전력을 해서 배가 더 이상 침몰 안 되도록 배를 세우는 것이 좋은 방법 중의 하나가 아닌가 싶으니까"

10시 28분, 해경본청이 드디어 승객들을 퇴선시키라 지시했습니다.

세월호는 뒤집어져 선수 일부만 보이고 있었습니다.

[최상환 해경경찰청 차장/10시 28분] "우선은 뭘 가서 부수든지 뭐든지 해서 문을 열어서 안에 있는 사람을 갑판으로 나오도록 해서 물에 뛰어내리도록 해야 된다 말입니다."

미진한 구조상황을 뒤늦게 파악한 이춘재 경비안전국장은 늦었다며 아쉬워했습니다.

[이춘재 해양경찰청 경비안전국장/10시35분] "지금 여객선에 항공구조단이 못 내려갑니까? 진작 내렸어야 했는데 그림이 됐어야 하는데 그게 문제라 말이에요, 못 올라가면…우리가 올라가서 유도한 것을 보여줬어야 했는데"

이 상황을 여러 차례 곱씹어 본 유가족들은 아무리 노력해도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김미나/故 김건우 군 어머니] "왜 그때…누군가가 한 사람만 내리라고 했으면 뛰어내리라고 했으면 그 배 안에 있던 분들 전부 다 수용할 수 있는 배가 (주변에) 있었는데…"

MBC뉴스 이정은입니다.

◀ 리포트 ▶

검찰은 해경 김경일 123정장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겼습니다.

현장지휘관의 판단이 절대적이라는 게 그 이유였습니다.

[조은석/대검찰청 형사부장] "123 정장이 세월호와의 교신조치를 이행하지 않고, 123정 승무원 등에게 승객 퇴선 안내 및 유도조치를 지휘하지 않았으며…"

구조 실패의 책임을 100톤급 소형 경비정으로 출동한 김 정장 한 사람에게만 물은 겁니다.

재판부는 "해경 지휘부가 김 정장에게 보고를 하게 하는 등 구조활동을 방해했고, 평소 조난 사고에 대한 교육과 훈련을 소홀히 한 공동책임이 있다."고 판시했지만,

사법처리가 김정장 윗선까지 올라가진 않았습니다.

[박선영 변호사/대한변협 세월호 특위 활동] "세월호에서 해경 지휘부를 제대로 기소하지 않은 것은 오히려 현장 공무원들이 이 모든 책임은 내가 져야 하기 때문에 더 소극적으로 구조를 하고 소극적으로 활동할 수밖에 없는 전례를 만든 것이거든요."

이후, 김수현 서해지방해경청장과 김문홍 목포해양경찰서장, 김형준 진도 VTS 센터장 등 현장과 가까이 있었던 사람들에게 크고 작은 징계가 내려졌습니다.

의아한 것은 상부로 올라갈수록 징계조차 비켜 갔다는 겁니다.

중앙구조본부의 본부장으로서 사고의 총괄 지휘를 담당했던 김석균 해경 청장은 해경이 해체되면서 자연스레 퇴임했습니다.

[김석균/해경청장] "해양 경찰을 아껴온 사람으로서 참으로 안타깝고 비통한 심정입니다."

김 청장과 함께 사고 관련 보고를 받았던 이춘재 경비안전국장.

그리고 김경일 정장과 직접 통화까지 했던 여인태 경비과장은 해경에 남아 승진까지 했습니다.

[당시 해경 본청 간부] "1차적으로는 지역구조본부에서 책임을 지고 수색을 하는 거예요. (본청 지휘부에 어떤 책임이나 이런 부분이 일단은 정리가 됐다고 보시는 건가요?) 감사원에서 (조사) 다 하고 징계할 거 다 하고 했어요."

그리고 이 모든 책임 회피의 끝에는 청와대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있었습니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자신들이 재난의 컨트롤타워라는 위기관리지침을 무단으로 삭제하고, 이를 비밀에 부쳤습니다.

[이재영/새누리당 의원] "청와대가 컨트롤타워였습니까, 아닙니까?"

[김기춘/대통령 비서실장] "최종적인 지휘본부는 안전행정부 장관이 본부장이 되는 중앙재난대책본부장으로 되어 있습니다."

국가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책임마저 부정했던 지난 4년.

책임지지 않은 책임자들은 어디에 있는지 세월호는 묻고 있습니다.

MBC뉴스 조효정입니다.

이정은, 조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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