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째 그대로 지하주차장 높이..예고된 '택배대란'

다신신도시에서 발생한 ‘택배대란’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40년째 변함없는 지하주차장 높이 규정을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상에 차 없는 단지’가 늘어나는 추세에 맞춰 지하주차장 높이를 택배차가 통과할 수 있도록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관련법률 수정 없인 아파트 주민과 택배기사간 갈등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1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현재 주차장법 시행규칙에 명시된 지하주차장의 높이 기준은 최소 2.3m다. 이 기준은 1979년 주차장법이 제정된 후 개정된 적이 없다. 대부분 건설사는 비용을 늘리지 않기 위해 이 높이에 맞춰 지하주차장을 짓는다.
200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대형차가 들어갈 일이 없어 기준을 높일 필요가 없었지만 최근 상황이 달라졌다. 새로 짓는 아파트가 대부분 ‘지상에 차 없는 단지’를 내세우면서 지하주차장의 활용도를 높였기 때문이다.
택배산업이 급성장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지상에 차 없는 단지’에서 택배기사가 물건 배송을 위해 지하주차장을 이용하는데 택배차량 높이가 2.5~3m여서 지하주차장에 진입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아졌다.
최근 경기 남양주시 다산신도시의 한 아파트에서 벌어진 주민과 택배기사의 갈등도 여기에서 비롯됐다. 단지 지상에는 최소한의 차량(소방차 등)만 다니도록 설계돼 택배차를 비롯한 대부분 차량의 출입이 제한된다. 택배차량은 단지에 못들어오게 하면서 물건은 집 앞까지 배송하라는 주민 요구가 온라인을 통해 알려지자 ‘주민 갑질’ 논란까지 불거졌다.
실버택배(어르신 배송 택배), 주민자치기구 등으로 문제를 해결한 곳도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위해선 지하주차장 최소 높이 기준을 올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공사비 절감 등을 이유로 최소 기준에만 맞춰 지하주차장을 짓는 건설사가 많기 때문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기준은 그대로 두고 건설사들이 알아서 공사비를 늘려 최소기준보다 더 높게 짓기는 어려운 일”이라고 꼬집었다.
국토부 관계자는 “당장 지하주차장 높이 기준을 올리는 방안은 검토해보지 않았다”면서도 “이번 택배사태의 근본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면밀히 살펴볼 것”이라고 전했다.
김사무엘 기자 samue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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