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에 '두 발' 들었나.. 걷는 사람 줄고 있다

박상현 기자 2018. 4. 12.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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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세상]
주 5회 이상 걷는 성인 비율, 최근 2년 연속 감소
여의도 벚꽃축제 작년 방문객, 265만명 줄어든 560만명
4년전 미세먼지 예보 시작 이후 시민들, 예전보다 더 민감해져
"밖에 조금만 있어도 두통이.. 혹시 나가도 집에 얼른 들어와"

11일 점심시간 서울 여의도동 여의서로 국회 헌정기념관 부근 벚꽃길에서 한 사람이 기타를 치며 거리 공연을 하고 있었다. 10여명이 둘러싸고 지켜봤다. 너댓 명은 마스크를 끼고 있었다. 사진 찍을 때만 마스크를 살짝 내렸다가 다시 코와 입을 가렸다. 드문드문 지나는 사람들이 잠깐씩 걸음을 멈췄다. 하루 전 비와 강풍 덕분에 그 시간 서울의 미세 먼지는 '보통' 수준이었다. 그러나 만개한 벚꽃을 거리에서 즐기는 이들은 예년보다 확연히 줄었다. 근처 핫도그 노점 주인(58)은 "3~4년 전만 해도 이맘때 평일 점심시간에 벚꽃 보며 산책하는 사람들이 도로를 가득 메웠다"며 "지금은 벚꽃이 한창인데도 거리가 한산하다"고 했다.

2013년 윤중로(사진 위)와 2018년 윤중로(사진 아래) - 봄을 맞아 전국에 벚꽃이 만개했지만 이를 즐기며 걷는 이들이 예년보다 줄었다. 미세 먼지와 황사 때문에 밖에 나오는 것을 꺼리는 것이다. 2013년 4월 16일 평일임에도 서울 여의도 윤중로(여의서로)를 사람들이 가득 메웠다. 5년 뒤인 지난 6일 오후 윤중로를 찾은 시민들의 숫자는 그때와 비교해 줄었다. /조인원 기자·장련성 객원기자


◇'미세 먼지'와 함께 줄어든 걷기

몇년 전만 해도 '걷기 열풍'이 거셌다. 평일 점심시간 직장 근처, 저녁 주택가 공원에선 걷기 운동을 하거나 산책하는 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2~3년 새 '걷는 인구'가 줄고 있다. 미세 먼지와 황사, 변덕스러운 날씨 탓에 밖에 나와 걷는 것을 포기하는 것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성인 남녀의 '걷기 실천율'(최근 일주일 동안 1일 30분, 주 5회 이상 걷기를 실천한 사람의 비율)은 2014년 41.3%를 기록한 후, 2015년 40.6%, 2016년엔 39.1%로 떨어졌다. 2007~2010년 기간 이 비율은 41~45% 구간에서 오르내렸다.


2014년 이후 '걷는 인구'가 줄어든 것은 미세 먼지와 관련이 있다는 지적이다. 환경부는 2013년 8월 미세 먼지 시범 예보를 시작한 뒤 이듬해 2월부터 기상청과 함께 미세 먼지, 초미세 먼지 예보를 하고 있다. 사람들이 미세 먼지 예보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시작한 것이다.

날이 풀렸지만 사람들은 바깥나들이를 주저한다. 11일 오후 서울 남산타워 케이블카 탑승장에는 60여명이 표를 끊고 줄을 서 있었다. 대부분 외국인 관광객이었다. 케이블카 하차장 근처의 분식집 주인은 "몇 년 전만 해도 이곳을 찾는 한국인과 외국인의 비율이 반반이었지만, 최근엔 한국인 관광객이 자취를 감췄다. 미세먼지에 대해 모르는 외국인들만 온다"고 했다. 대전에서 친구들과 함께 남산타워를 찾은 김현순(62)씨는 "봄꽃 구경하면서 운동 삼아 산책로로 내려가려다가 황사가 심해 포기했다"고 했다. 남산을 자주 오른다는 서현복(69)씨는 "예전엔 평일에도 산책로를 걷는 노인과 직장인이 많았는데 요즘엔 확 줄었다"고 했다.

◇미세먼지가 지역축제 성패 좌우

사람 북적이던 청계천도 한산 - 11일 오후 평소 사람으로 북적이던 서울 청계천이 한산하다. 이날 황사가 온다는 예보에 점심 후 산책을 즐겨 하던 근처 직장인들의 모습도 잘 보이질 않는다. /고운호 기자


'걷는 도시'를 만든다며 지난해 5월 개장한 '서울로 7017'은 미세 먼지가 심해진 후 이용객이 줄었다. 서울로 인근 상인들은 "차도였을 때보다 손님이 더 줄었다"고 한다. 서울로 고가 보행로 아래에서 국밥을 파는 한 상인은 "휴대폰에서 미세 먼지 경보가 울리는 날이면 '서울로'를 찾는 사람이 확 줄어 손님이 없다"며 "직장인들도 밥만 먹고 곧장 들어간다"고 했다. 다른 상인은 "걸으라고 길도 만들고 광장도 넓힌다는데, 정작 걷는 사람은 별로 없다"고 했다.

걷는 사람만 줄어든 것이 아니다. 봄이 오면서 각종 꽃축제가 열리지만 행락객들 발걸음이 뜸해졌다. 경남 하동의 화개장터벚꽃축제는 재작년 117만명에 달했던 관람객이 작년에는 29만5000명, 올해는 20만3000명으로 줄었다. 이상 기온으로 개화(開花) 시기가 들쭉날쭉해진 데다 미세 먼지 때문에 벚꽃축제를 찾는 사람들이 줄어든 탓이다. 여의도벚꽃축제도 2016년 825만명이던 방문객이 작년엔 560만명으로 줄었다. 올해는 축제를 하루 남겨둔 11일 오후까지 427만명이 찾았다. 서울 영등포구청 관계자는 "황사나 미세 먼지가 심하다는 보도가 벚꽃축제 흥행의 가장 큰 복병이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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