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의진의 시골편지]리틀 포레스트

임의진 목사·시인 2018. 4. 11.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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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자랑자랑(자장자장) 웡이 자랑, 금도 자랑 효도 자랑. 우리 아기 자는 소리. 곤밥(쌀밥) 먹엉 자는 소리. 놈의 아기 우는 소리, 고치(같이) 먹엉 우는 소리. 저래 가는 깜동 개야, 우리 아기 재와 두라. 느네 아기 재와 주마, 이래 오는 깜동 개야. 아니 재와주민(안 재워주면), 솔진솔진(날카로운) 촐(풀) 베려당(베어) 손발 꽁꽁 묶엉이네, 지푼지푼(깊디깊은) 천지 소레(물구덩이) 들이쳤다 내쳤다 허켜.”

‘웡이 자랑’이라는 제주도 자장가란다. 노란 뱅애기(병아리)가 꼬꼬꼬 울면서 뛰어가는 제주 유채밭도랑. 아기 무덤 지나면 아방 어멍 무덤, 너머엔 하르방 할망 무덤. 제주 봄날 꽃다운 사람들 아이고게(아이고) 죽고, 하영(너무) 가난한 사람들 아이고게 죽고.

수학여행 가던 아이들 먼바다에서 아깝게 죽고, 원통 분통한 봄날 슬픈 일 견디라고 꽃들은 저리 음쑥듬쑥 피는 걸까. “삼춘. 이디 봅써. 잘도 고우시다예.” 동백나무가 나를 붙잡고 말을 걸어온다. “나도 사랑허주게~게” 그래그래, 알았어 알았어잉.

자전거를 탄다. 봄 날씨엔 자전거지. 뜰낭(산딸나무), 굴무기낭(느티나무), 흰꽃이 무더기로 달린 시오기낭(섬개벚나무). 자전거는 보풀을 일듯 꽃눈을 날리면서 동네를 가로지르다가 삼춘들(어르신들) 타령소리에 멈춰 선다. “저 산천에 풀 이파리는 해년마다 푸릇푸릇 젊어나지고, 이내야 몸은 해년마다 소곡소곡 늙어간다. 이엿사나 이여도 사나 이엿사나 이여도 사나.”

오! 리틀 포레스트. 삶을 고양시켜주는 자연과 이런 체험. “조그만 동네를 산책할 때, 농부들의 장터에서 농산물을 구입할 때, 놀이터나 공원에 얘들을 데려갈 때, 리틀 야구를 구경할 때, 커피집에서 잠깐의 휴식을 즐길 때. 이처럼 이웃들과 섞이는 경험이 없다면 얼마나 삶이 무미건조할까.” <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학>에서 파커 J 파머는 이기와 냉소의 풍조에 휘둘리지 말고, 서로 마음을 쓰다듬자며 호소한다. 할망이 불러주는 자장가, 나무 아래 모인 삼촌들의 노래에 장단을 맞추면서 춤춰야 한다. 영악한 세상에 순수한 사람이여! 부디 다치지 말으시길.

<임의진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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