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모, '관봉'으로 국정원 돈인지 알 수 있느냐고 물어"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강애란 기자 = 국가정보원의 돈을 받아 민간인 사찰 의혹 폭로를 무마하는 데 쓴 혐의로 재판을 받는 김진모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돈의 출처가 드러나는 것을 염려했다는 취지의 법정 증언이 나왔다.
신승균 전 국정원 국익전략실장은 1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영훈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김 전 비서관의 속행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2012년 김 전 비서관이 전화해 "관봉으로 국정원 돈인지 알 수 있느냐"고 물었다고 증언했다.
관봉은 띠로 묶인 신권을 지칭한다. 김 전 비서관이 전달 과정에 개입한 국정원 돈은 관봉 형태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김 전 비서관은 국정원으로부터 받은 5천만원을 갖고 2011년 4월 민간인 사찰 의혹을 알고 있던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주무관을 입막음하는 데 쓴 혐의를 받는다.
법정에 증인으로 나온 신승균 전 국익전략실장은 김 전 비서관이 국정원 자금 지원을 처음 문의했던 인물이다.
5천만원을 받은 장진수 전 주무관은 1년 뒤인 2012년 3월 관련 사실을 폭로했다. 청와대에서 마련한 돈이라는 설명과 함께 류충렬 전 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으로부터 5천만원을 관봉 형태로 받았다는 내용이었다.
김 전 비서관이 관봉으로 국정원 돈인지를 분간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는 신 전 실장의 증언은 당시 폭로 때문에 돈의 출처가 드러날 가능성을 김 전 비서관이 걱정한 정황을 보여주려는 취지로 해석된다.
신 전 실장은 "당시 김 전 비서관이 장 전 주무관을 거론하며 '제일 위험한 사람'이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증언을 내놓기도 했다.
관봉이 마련되는 과정에 대한 증언도 나왔다. 신 전 실장은 돈을 지원해 달라는 김 전 비서관의 요청을 받은 뒤 상부에 보고했으며 "당시 (국정원) 2차장은 '(원세훈) 원장님이 청와대 요청대로 지원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고 했다.
신 전 실장은 이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 있는 국정원 기조실장 안가에서 김 전 비서관을 만나 돈이 든 쇼핑백을 전달했다고 증언했다. 신 전 실장은 이 시기를 2010년 가을에서 2011년 봄 사이로 기억했다.
이에 대해 김 전 비서관 측은 신 전 실장의 증언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는 취지로 문제를 제기했다.
변호인은 김 전 비서관이 장 전 주무관을 언급했다는 증언에 대해 "전화 통화 내용과 이후 언론 보도가 (기억에) 섞여서 그렇게 생각하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마련된 돈은 장 전 주무관을 비롯해 민간인 사찰 건으로 재판받은 총리실 직원들을 도우려는 목적이었지 '입막음용'이 아니었다는 취지다.
s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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