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기한 15년지난 소화기..'안전불감증'에 빠진 대학들

송승섭 2018. 4. 11.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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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내 3개대학 소화기 점검해보니
노후한 채 방치된 소화기 [사진 = 송승섭 인턴기자]
지난해 12월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와 올해 1월 밀양 세종병원 화재로 각각 29명과 46명이 희생된 이래 각종 대책이 쏟아지고 있지만, 대학교의 안전에 대한 의식 수준이 '낙제점'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매경닷컴은 지난 9일 서울 소재 주요 대학 3곳을 찾아 소화기와 소방전 비치 실태를 점검한 결과 3개 대학 모두 사용기한을 훨씬 초과한 노후화된 소화기를 비치했거나 소화기 관리 실태가 엉망에 가까웠다.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연세대학교 제 3공학관. 1층 정문 오른편에 위치한 경비실 바로 아래에는 지난해 5월에 제조된 신형 소화기가 배치돼 있었다. 하지만 계단을 통해 올라가자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무려 20년전인 1997년 11월에 생산된 소화기가 버젓이 놓여있었다. 소화기 손잡이에는 먼지가 가득했고 스티커는 칠이 벗겨져 제조일자를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었다.

1993년도에 생산된 소화기. 점검표가 붙어있지만 점검사항은 적혀있지 않다. [사진 = 송승섭 인턴기자]
다른 건물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과대학 건물의 경우 1993년에 생산된 소화기가 그대로 방치돼 있었다. 정기적으로 시행한 뒤 이상 유무를 표시하는 소화기 점검표가 붙어있었지만 93년 이래 소화기 점검은 단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반대편 복도에 위치한 소화기에는 제조일자와 소화상태를 알려야 할 스티커가 전부 떨어져 나가 있었고 안전핀은 뽑혀 있었다.

대학 내 박물관에서는 국보를 전시하고 있었지만 해당 전시실에 위치한 두 대의 소화기 모두 2003년 6월에 생산된 것으로 기한이 지난 상태였다.

연세대학교 시설팀의 담당 관계자는 "매년 소화기를 구입해 교체하고 있지만 수량이 많이 한 번에 구입할 수는 없다"면서 "점검을 나갈 때마다 소화기 상태를 체크하기 때문에 못 쓰는 소화기는 아닐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분말소화기의 사용 기한은 최대 10년이다. 만약 해당 건물 관계인이 소방용품 성능검사를 받고 사용기한을 연장한다 해도 13년이 최대이고 이를 위반하면 과태료 부과대상이 된다. 수만 명의 학생이 다니는 대학에서 소방법을 위반하고 있는 셈이다.

중앙대학교 외부 소화함에 설치된 소화기. 제조일자가 1996년이다. [사진 = 송승섭 인턴기자]
이는 연세대만의 문제만은 아니다.

학부생들의 공연이 한창이던 중앙대학교 예술회관 소화기는 먼지가 가득해 압력계를 확인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2층으로 올라가보니 1990년대 소화기가 그대로 방치돼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입구 앞에 배치된 네 대의 소화기 중 두 대가 1990년대에 만들어진 소화기였다. 캠퍼스 외부에 설치된 소화기들 역시 상당수가 1990년도에 제작된 것들이었고 기한을 지키고 있는 소화기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소화전 앞에 놓여있는 각종 실험기구들 [사진 = 송승섭 인턴기자]
소화기가 있어야 할 자리에 아예 소화기가 없는 경우도 있었다.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건물은 평상시에도 각종 실험실들이 위치해 화재가 발생하면 큰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도 있는 곳이다.

건물 복도에 위치한 소화전 앞에는 각종 실험기구들이 놓여 있었다.

실험실의 한 관계자는 "학과 사무실에서는 계속해서 치우라고 얘기한다"면서도 "공간이 부족하고 협소해 어쩔 수 없다"고 답했다. 소화용품 앞에는 원활한 화재 진압을 위해 물건을 적치할 수 없게끔 규정하고 있지만 버젓이 이를 위반하고 있는 것이다.

다른 연구실 역시 출입문에는 '인화성'이라는 경고 스티커가 붙어있었지만 바로 앞에 위치한 소화기는 각종 쓰레기와 빈 약통 더미에 묻혀 찾아보기 힘들었다.

서울대 관계자는 "과거에 비해 지금은 훨씬 더 좋아졌고 지금도 매년 점검을 하고 있다"면서도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학교 측의 관리가 소홀했던 건 사실"이라고 잘못을 시인했다.

소방전문가들은 초기 화재 시 가장 중요한 용품을 소화기로 꼽는다. 중부소방서의 한 관계자는 "실제로 화재가 나면 초기 화재를 진압할 수 있는 건 소화기 뿐"이라면서 "만약 소화기를 오래 방치하게 되면 압력이 약해져 가스가 새고 분말 가루가 굳어져 주기적으로 교체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디지털뉴스국 송승섭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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