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민감한 내용' 대통령기록물 직접 파기..'기록 미이관'도 사실상 승인
[경향신문] 이명박 전 대통령(77)이 진보 진영 탄압 등의 내용을 담아 위법 소지가 있는 대통령기록물 일부를 직접 파기한 것으로 검찰 수사결과 드러났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현안 자료’ ‘주요 국정정보’ ‘주간 위기징후 평가보고’ ‘현안 참고자료’ 등을 보고받은 뒤 일부를 직접 파기했다”고 이 전 대통령의 공소장에 적시했다.

이 전 대통령이 보고 받은 자료들은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국가정보원, 경찰청 등이 작성한 것으로, ‘법원 내 좌편향 실태 및 조치 고려방안’ ‘좌파의 인터넷 커뮤니티 장악 기도에 대한 맞대응 조치’ ‘각종 보조금 지원 실태를 재점검해 좌파성향 단체는 철저하게 배제, 보수단체 지원 강화’ 등의 내용이 담겼다. 또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이 다스 소송 상황과 이 전 대통령의 퇴임 후 계획 등을 보고한 문건도 포함됐다.
이에 대해 검찰은 “외부로 알려지면 큰 문제가 발생하고, 그 자체로 형사상 범죄를 구성할 만한 내용”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이러한 문건을 직접 파기하고, 일부 자료는 청와대 제1부속실 행정관에게 파기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김모 제1부속실 선임행정관은 파기되지 않고 남은 문건을 이 전 대통령 집무실에서 수거해 제1부속실에 보관했다.
이 전 대통령은 총무기획관실부터 ‘기록물을 재분류해 대통령기록관 이관 대상을 선정하겠다’는 내용의 ‘PPP(Post Presidency Plan·퇴임 후 계획) 관련 진행상황’ 문건을 보고 받은 뒤 이를 승인했다. 검찰은 “관련법상 대통령이 보고 받은 보고서는 모두 대통령기록관에 이관해야 한다”며 “‘현안 자료’ ‘주요 국정정보’ 등은 이 전 대통령 재임시 단 한건도 대통령기록관에 이관되지 않고 그대로 제1부속실 등에 보관됐다”고 설명했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 임기가 종료되기 직전인 2013년 2월 김 선임행정관은 3402건의 대통령기록물을 개인 이삿짐인 것처럼 포장해 이 전 대통령 소유의 서울 서초구 영포빌딩으로 보냈다. 검찰은 이번 수사 과정에서 영포빌딩을 압수수색해 해당 기록물들을 확보했다. 검찰은 지난 9일 이 전 대통령을 110억대 뇌물수수와 349억원의 다스 자금 횡령 혐의 등으로 기소하면서 대통령기록물 유출·은닉 혐의도 적용했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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