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머기행] 질지언, 최고의 드럼 심벌 브랜드 된 데엔 이유 있다

조성진 기자 2018. 4. 10.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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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코스모스악기 (C)Grimmza Lee
질지언 역사와 심벌 제작 공정을 설명하는 폴 프랜시스 [사진제공=코스모스악기 (C)Grimmza Lee]
사진제공=코스모스악기 (C)Grimmza Lee
K클러스터 심벌 시연중인 드러머 이정훈(좌)과 김진원(우) [사진제공=코스모스악기 (C)Grimmza Lee]

[스포츠한국 조성진 기자] 기업이 한 종목으로 수백 년 동안 사업을 이어간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그런 점에서 세계적인 드럼 심벌 브랜드 질지언(Zildjian)의 존재감은 매우 크다.

1618년 터키(당시엔 오스만투르크 제국)에서 시작된 질지언은 현재 드럼 심벌 분야 세계 최정상의 브랜드로 평가받고 있다.

버디 리치와 진 크루파는 물론 링고 스타와 비틀즈, 스티브 갯 등 다수의 세계적인 명 드러머들이 질지언 심벌로 대중음악사에 길이 남을 명곡들을 연주 녹음했다.

질지언이라는 이름은 투르크어로 심벌을 뜻하는 ‘Zil’과 제조사를 뜻하는 ‘dj’ 그리고 자식을 뜻하는 ‘ian’이 합쳐진 것으로 ‘심벌 제조자의 자식’을 의미한다. 1623년 오스만투르크 황제 오스만 2세에게 받은 칭호다.

독자적인 합금 기술을 개발한 아베디스 1세가 자식에게 엄격한 보안을 유지하며 비법을 계승, 자식들에 의해 심벌의 역사를 이어온 질지언 심벌즈는 모차르트, 하이든은 물론 베를리오즈와 바그너를 거처 미국 재즈의 태동과 함께 3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많은 작곡가, 아티스트에게 사랑 받았다.

17세기 터키 콘스탄티노플에 살던 아르메니안인 연금술사 아베디스 1세는 구리 80%와 주석, 은 등을 합금해 청명하고 큰 사운드를 내는 심벌즈를 개발했다. 이 심벌은 군악대와 종교음악 등에서 사용되며 황제의 사랑을 받았다. 그의 심벌은 대대손손 인기를 끌어 군악, 종교음악 뿐 아니라 오케스트라를 위한 심벌즈로도 확장된다.

1868년 공방의 큰 화재로 경제적 어려움에 처하자 오스만 황제는 “질지언 가족을 구하기 위해선 무슨 일이든 할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그 총애가 대단했다. 이 당시 질지언은 K로 불리우는 ‘손으로 두드려 만드는’ 독특한 심벌로 큰 인기를 끌었다.

20세기 초에 들어서 미국에 건너가 사탕공장을 운영하던 아베디스 3세는 최대 수출국인 미국에서 가업을 잇기로 했다. 이때는 재즈가 태동하던 1929년이다. 명 드러머 진 크루파와 친밀했던 아베디스 3세는 재즈를 위한 심벌을 만드는데 관심을 기울였다. 유색인종으로 차별을 받은 경험으로 회사 내에 인종차별을 없앴으며 아프리카계 미국 뮤지션과 긴밀하게 협조해 재즈 씬에 최고의 심벌즈를 제작해 큰 인기를 끌었다.

음악적 능력이 가족 중에 가장 뛰어났던 다음 세대 사장 아만드는 아티스트가 원하는 심벌 개발에 박차를 가해 질지언 역사상 ‘아티스트 릴레이션의 아버지’로 불린다. 당시 인기 드러머인 진 크루파, 버디 리치, 맥스 로치, 셜리 맨, 엘빈 존스, 토니 윌리엄스 등과 한 마음이 돼 새로운 사운드 탐구를 통해 사업을 추진해 나갔다.

이어 명 재즈 드러머 루이 벨슨의 의견을 수렴한 질지언 ‘뉴 비트 하이해트’를 출시한다. 이 하이해트는 상부 심벌은 가볍고 하부 심벌은 무거워 하이해트를 닫았을 때 ‘칙’ 하는 소리가 매우 강력한 인상을 남겼다. 이 심벌은 순식간에 모든 드러머들을 매료시켜 큰 인기를 끌었고 심벌의 기준이 됐다.

또한 질지언의 후원을 받은 비틀즈가 ‘에드 설리번쇼’에 출연해 질지언 심벌즈의 수요가 폭발한다. 연간 7만개를 생산하던 질지언은 비틀즈로 인해 이 해 9만개의 백 오더를 기록했다.

1980년대엔 드러머 엘빈 존스의 의견을 수렴해 인간의 손으로 해머링하는 K시리즈를 다시 선보여 재즈씬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이후 질지언은 아티스트들을 후원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것으로 사세를 크게 확장했고 2010년엔 세계 최고의 드럼 스틱 제조사 빅퍼스와 합병하며 세계 시장에 드럼 스틱 공급사로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1990년대로 와서 질지언은 스팅의 드러머 비니 칼리우타의 의견을 받아들여 A 커스텀 시리즈를 제작한다. 이 심벌은 반짝이는 아름다운 모습과 팝 사운드에 맞는 청명함으로 지금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렇게 아티스트와 하나가 돼 베스트셀러를 만들어내고 대대손손 최고의 입지를 갖추게 된 질지언은 매년 전 세계를 돌며 최고의 드러머를 후원하고 자사의 후원을 받는 아티스트와 교류한다.

드러머 임용훈은 “다양한 메뉴로 적당한 가격에 적당한 맛을 제공하는 식당(저가형 다양한 심벌들)도 있고, 특정 메뉴를 맛있게 낼 줄 아는 식당(타사의 고가형 심벌들)도 있다. 그 중 질지언 심벌은 종로의 40년 된 일류 칼국수집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만큼 다른 칼국수 집과 결코 비교할 수 없는 최고의 풍미다. 그만큼 오랜 전통의 고유한 사운드와 최고 퀼리티를 자랑하는 세계 최고 브랜드”라고 말했다. 또한 임용훈은 “최근 질지언은 트렌드에 맞춰 기존 사운드+좀 더 특색이 강한 사운드의 심벌, 즉 Special Dry Trash 크래쉬 심벌, EFX 심벌 등등을 출시하면서 시대의 흐름에 발맞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6일(금) 서울 서초동 코스모스악기 본사에서 질지언 본사 고위층과 국내 유명 드러머들이 함께한 ‘질지언 패밀리 데이’가 열렸다.

질지언 대표이사 존 스테판스(John Stephans), 심벌 개발연구소 총감독 폴 프랜시스(Paul Francis), 아티스트 교류 최고 디렉터 사라 헤이건(Sarah Hagan) 등 질지언 본사의 핵심 멤버들과 킴 팽(Kim Pang) 질지언 아시아태평양지부 부사장 등이 내한해 자리를 빛냈다. 신제품 출시 이전에 한국 질지언 아티스트들에게 제품을 선보이고 의견을 듣기 위해서다. 지난 2015년에 내한했던 질지언 소유주(최고경영자)인 크레이기 질지언에 이어 질지언 대표이사가 직접 한국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패밀리 데이’라는 행사명은 “질지언의 아티스트 릴레이션 정책에 의해 선발된 연주자들은 진실된 가족”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강수호를 비롯해 한국 재즈 드럼의 선구자 안기승, 봄여름가을겨울의 전태관, 최근 북한 공연을 마치고 온 윤도현밴드의 김진원, 이승철 밴드의 이상훈, 크래쉬 정용욱, 재즈밴드 젠틀레인의 서덕원, 드럼 클리닉과 유튜브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임용훈, 싸이의 임채광, 최근 다양한 활동으로 주목받는 조재범, 이정훈, 곽동민, 김홍기 등 질지언의 후원을 받고 있는 국내 유명 드러머들이 함께 했다.

또한 질지언 ‘사운드 랩’ 개발 부서의 디렉터인 폴 프랜시스가 이번 패밀리데이 행사에서 질지언의 역사와 심벌 제작 공정을 설명했다.

폴 프랜시스는 “한국 시장은 아주 특별하고 특히 K팝은 아시아 전반에서 인기가 많다”며 “K팝에 맞는 성향의 심벌즈를 만든다면 아시아에서 성공하리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에선 빈티지하며 인기 있는 K 시리즈를 더욱 현대적인 음악에 맞도록 업그레이드한 K클러스터(K Cluster) 시리즈가 소개됐다. 아직 시험단계이기 때문에 표면에는 ‘사운드 랩 프로토 타입’이라는 인장이 있었다. 그리고 지난 1월에 열린 세계 최고의 악기박람회 남쇼( NAMMSHOW)에서 새로운 시리즈인 K 스위트 시리즈 중, 새로운 하이해트 프로토 타입을 공개했다. 현장에선 새 심벌에 대해 발매 여부와 개선 여부에 대한 의견이 뜨겁게 오갔다.

YB 드러머 김진원은 “신제품인 K 클러스터 크래쉬는 어두운 사운드를 내는 K 콘스탄티노플과 A 커스텀 크래쉬의 중간 단계로 들린다”며 “좀 더 밝아졌고 여러 장르를 아우를 수 있는 가능성이 커졌다고 볼 수 있다. 공개된 크래쉬 중 20인치 사이즈가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강수호는 “K 스위트 하이해트가 마음에 든다”며 “소리가 아주 예쁘고 요즘 음악에 적합하다. 마이크로 녹음해보고 싶고 합주할 때 한 번 사용해보고 싶다. 다른 악기와 조화롭게 소리가 잘 나는지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새로운 K 클러스터 심벌들은 적당히 약하게 치는 사람에게 좋다. (재즈 등) 아주 예쁜 소리가 난다. 하이해트와 라이드가 구미에 당긴다”고 했다.

이승철 밴드 드러머 이상훈은 “강수호 선생님 의견에 동감하며 K 스위트 하이해트가 마음에 든다. 15년 동안 이승철 밴드에서 질지언 심벌을 사용해온 나로선 이 심벌이야말로 달콤한 이승철표 발라드에 적합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K 스위트라는 이름이 아주 적절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한 YG 아티스트 세션과 강동대 실용음악과 교수로 재직 중인 이정훈은 “기존의 K 시리즈는 음향 효과음처럼 사용하는 심벌이 많지 않았었다”며 “심벌은 심벌 고유의 소리와 효과음적인 소리 특성이 있는데 K 클러스터 시리즈는 그 두 가지의 소리가 잘 어우러져 있다. 두께도 적당하게 얇아 심벌 지름이 커도 과하지 않게 들린다. 보통 크래쉬 심벌은 18인치가 넘어가면 음량이 과한 감이 있는데 이 K 클러스터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제일 마음에 든 것은 K 클러스터 20인치 크래쉬다. 20인치라는 큰 지름에 비해 듣기가 좋고 음량도, 효과음적인 소리도 가장 균형 잡혀 있다. 질지언 후원을 받지 않았어도 무조건 구매했을 심벌이다. 2장 사서 아껴서 썼을 것”이라고 극찬을 했다.

서덕원(젠틀레인)은 “K 클러스터 심벌의 사운드는 기존의 K 시리즈인 K 콘스탄티노플과 K 커스텀 - K 질지언 심벌의 장점들을 하나로 모아서 만들어낸 것 같은 느낌이다. 여음과 울림이 풍성해 팁 사운드의 품질은 재즈에서 사용하는 18인치 크래쉬 라이드의 대용으로도 가능할 정도며, 따뜻하면서도 고급스러운 사운드를 창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임용훈은 “19인치 K 클러스터 크래쉬에서 느꼈는데 기존 시리즈인 K 다크 커스텀과 K 세션 커스텀의 중간 정도의 제품이라고 생각한다”며 “웅장하고 따뜻하면서 너무 어둡지 않아서 가요나 팝에서 사용되던 K 시리즈에서 퓨전재즈나 록까지 더 여러 장르를 아우르는 범용 심벌로 적합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질지언 한국 공식 유통사인 코스모스악기 관계자는 “K 스위트 하이해트와 K 클러스터 시리즈는 한국 아티스트의 호평을 받았으니 충분히 기대해도 될 것 같다”며 “출시 시기 등은 한국 외에 다른 국가 아티스트들의 의견도 수렴해야 하므로 더 기다려 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400년 동안 최고의 심벌로 평가받는 질지언의 성공은 이처럼 선대에서 물려받은 비법을 지켜오고 전 세계를 돌며 트렌드를 선도하는 아티스트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며 심벌의 소리에 대한 개발과 연구에 아낌없는 투자를 해오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조성진 기자 corvette@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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