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구속될 수도.." 의료인, 중환자실 기피

최원우 기자 2018. 4. 10.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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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목동병원 의료진 구속사태로 힘들고 위험한 곳 꺼리는 현상 심화
"현실 고려하지 않은 처벌이 문제", "잘못된 관행 근절해야" 목소리도

대전의 한 대형 병원 중환자실에 근무하는 간호사 10여명은 최근 "다른 부서로 배치해 달라. 중환자실 근무를 순환 근무로 돌리지 않으면 전원 사표를 내겠다"며 집단행동에 나섰다. 한 간호사는 중환자실 근무가 배정되자 사표를 쓰고 병원을 떠났다. 이 병원 A교수는 "가뜩이나 중환자실 근무에 부담을 느끼던 간호사들이 최근 (중환자실 간호사가 구속된) 이대목동병원 사태까지 터지자 실력 행사에 나선 것"이라며 "경력 있는 간호사들이 중환자실을 꺼려 어쩔 수 없이 신입 간호사들을 대거 투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 병원 중환자실 근무 간호 인력의 60% 이상이 1년 미만 경력자다.

◇의사·간호사들 "누가 중환자실 근무하겠나"

의료계에서 중환자실 근무 기피 현상이 확산하고 있다. 지난 4일 이대목동병원 의료진 세 명이 구속된 이후 '관행에 따라 진료해온 의료진까지 구속하는데 누가 중환자실 근무를 하겠느냐'는 분위기가 팽배해졌다는 것이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B씨는 "의료진 구속을 보고 서울 한 종합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 지원하려다 포기했다"면서 "지원만 하면 확정적인 상황이었지만 자칫 처벌받을 수 있다는 위험 부담 때문"이라고 말했다. B씨는 "근무 환경이 열악하더라도 어린 생명을 살리는 일에 헌신하고 싶다는 마음도 접었다"고 했다.

지난 8일 오후 서울 동화면세점 앞에서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들이 우비를 입고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 의료진 3명 구속을 규탄하는 집회를 갖고 있다. /고운호 기자


이런 기피 현상으로 병원 중환자실 축소 운영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도 벌써부터 나온다. 대한신생아학회 한 교수는 "젊은 의사들 사이에선 '다 그만두고 집단행동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라며 "가뜩이나 근무 환경이 열악한 중환자실은 전통의 기피 대상 1순위였는데, 이번 일이 불난 집에 기름을 부은 셈이 됐다"고 했다. 다른 병원 교수는 "명백한 잘못은 처벌받아야 하겠지만 실제 의료 현장을 고려하지 않은 처벌은 의료진 사기만 떨어뜨릴 뿐"이라고 말했다.

◇"구조적 문제부터 해결해야"

의료진이 환자를 떠넘기는 조짐까지 벌어지고 있다. 한 대형 병원 산부인과 의사는 "조기 진통이나 미숙아 환자는 받길 꺼리는 분위기가 있다. 의사 생활하면서 이 정도까지 의료계 전반에 위기감이 퍼진 경우를 못 봤다"고 말했다. 다른 대형 병원 신생아 중환자실 교수는 "병원들이 서로 문제가 생길 것 같은 환자를 전원시키려 하는 모습이 일선에선 피부로 느껴지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중환자실 기피 현상에 대해 의료계에선 "구조적인 문제는 그대로 두고 일선 의료진에 관리 감독 책임을 과도하게 물은 결과"라고 말한다. 이대목동병원 사태에서 불거진 '주사제 나눠 쓰기'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의료 비용 절감을 위해 권장하기도 한 방식인데도 정작 감염 사고 책임은 의료진만 진다는 것이다. 서울 한 대학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결국 (정부와 병원 측이) 구조적 문제는 해결하지 않고 현장 의사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내몰고 있다"면서 "의사들은 언제 내 차례가 돌아올지 모르는 '폭탄 돌리기' 상황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이번 기회에 잘못된 관행을 근절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의약품 비용 조금 아끼려다 감염으로 환자가 목숨을 잃는 일은 없어져야 한다. 주사제 나눠 쓰기 관행만큼은 이번에 확실하게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고 충분한 논의를 거쳐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장기 대책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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