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민간인 학살 50년..잊혀지지 않는 상흔
[뉴스데스크] ◀ 앵커 ▶
베트남 기획시리즈.
오늘(9일)은 어두운 역사를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베트남전에서 한국군에 의해 숨진 민간인 학살사건 이야기입니다.
한국인들이 많이 가는 다낭도 여기에 등장합니다.
정시내 기자가 현장을 직접 찾아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 리포트 ▶
베트남 중부 최대 도시인 다낭과 고풍스런 매력의 호이안.
매년 한국인 관광객만 수십만 명이 찾을 정도로 인기가 많은 여행지입니다.
그런데 이곳은 베트남전 당시 참전한 우리군, 청룡부대의 주둔지이기도 합니다.
호이안에서 차로 15분 떨어진 하미마을에 사는 80살 쯔엉티투 씨.
지난 1968년 음력 1월 24일, 출산한 지 백일쯤 된 그녀에게 한국군이 들이닥쳤습니다.
[쯔엉티투/당시 28살] "한국군이 총을 쏴서 사람들을 죽였고, 집에 불을 질렀어요. 난 엉덩이와 팔에 총을 맞았고, 오른발도 잃었어요."
두 아이를 포함해 가족 12명이 숨졌고, 할머니는 겨우 목숨을 건졌습니다.
당시를 기억하는 주민들은 아직도 많습니다.
[응우옌 티 탄/당시 11살] "한국군이 우리 가족을 방공호에 몰아넣고 수류탄을 던졌어요. 엄마와 동생의 제삿날만 다가오면 비명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요."
이때 숨진 하미 마을 주민은 약 135명으로, 50주기를 맞은 올해는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위령제가 열렸습니다.
비슷한 일은 다낭 인근의 퐁니·퐁넛이라는 마을에서도 일어났습니다.
[응우옌 티 탄/당시 8살, 엄마·언니 등 5명 사망] "우리 집에는 여자와 아이들밖에 없었는데, 도대체 왜 죽였나요? 한국군이 정말 원망스러워요."
한국군에 의해 학살된 민간인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한 위령비입니다.
이런 위령비는 베트남에 50,60기 정도가 세워져 있습니다."
1968년 호이안이 있는 꽝남성에서만 4건의 학살 사건이 벌어졌고, 베트남 내 5개 성 전체적으로는 한국군에 의해 모두 9천여 명이 숨진 것으로 베트남 관련 민간단체들은 추정하고 있습니다.
희생자들은 대부분 노인과 여성, 그리고 어린 아이들이었습니다.
[권현우 팀장/한베평화재단] "(희생자 명단에) 생년월일이 없어요. 임신 중이었던 여성의 태아이고 이름에 '티'가 들어간 것은 100% 여성이고…"
지난달 베트남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은 간접적으로 양국 간의 불행한 역사에 대해 유감의 뜻을 밝혔지만, 정부는 공식적으로는 민간인 학살을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다음 주말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학살문제를 다루는 시민평화법정이 열리는데, 생존자 두 사람이 참석해 증언할 예정입니다.
[응우옌 티 탄] "한국 정부와 참전 군인의 사과를 받고 싶습니다."
반세기가 흘러 이제는 새로운 반세기를 시작하는 지금.
베트남 민간인 학살은 우리가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역사가 되고 있습니다.
베트남 다낭에서 MBC뉴스 정시내입니다.
정시내 기자 (stream@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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