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모의 Respect] '즐라탄'이 월드컵에 나온다면 우리의 대응법은?

LA 갤럭시 데뷔전을 앞두고 직접 월드컵행에 대한 입장을 밝힌 즐라탄. 사진캡쳐=골닷컴
"그들은(스웨덴) 지금까지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지만 나는 이기는 법을 안다. 그러니, 어떻게 될지 두고 보자."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축구계 최고의 정통파 공격수이자 '위너'(Winner)이며 누구보다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진, 언제든 한 방으로 경기를 바꿀 수 있는 이 남자가 한국, 독일, 멕시코 팬들에게 주는 의미가 달라질 가능성이 생겼다. 물론 아직은 '가능성' 단계에 그치고 있지만, 그저 한 명의 레전드에서 가장 위협적인 '적군'이 될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그것도 대한민국의 2018 러시아 월드컵에 가장 중요한, 스웨덴과의 첫 경기에서 말이다. 

과연 우리는 70여일 앞으로 다가온 러시아 월드컵에서 지난 10년 이상 세계 최고의 스트라이커로 군림했던 이 남자를 상대하게 될까? 만약 그렇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이번 칼럼에서는

1) 즐라탄의 월드컵 복귀에 대한 스웨덴 현지의 반응

2) 즐라탄의 월드컵 행을 가로막을 수 있는 이슈

3) 그럼에도 불구하고 즐라탄이 월드컵에 진출할 경우 그것이 우리 대표팀에 줄 영향

4) 그리고 만약 그렇게 된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할지에 대해 살펴본다. 

(최근 연일 스웨덴 언론을 장식하고 있는 즐라탄. LA 갤럭시에서 환상적인 데뷔전을 가진 후 그의 월드컵행에 대한 많은 이야기들이 오가고 있다. 사진= 스웨덴 언론 아프돈블라뎃 캡쳐)

1. '즐라탄이 즐라탄했다' LA 갤럭시 데뷔전에서 건재함 과시한 즐라탄

말뫼, 아약스, 유벤투스, 인터 밀란, 바르셀로나, AC 밀란, PSG, 맨유. 

1999년부터 19년 동안 즐라탄이 거쳐온 클럽들이다. 즐라탄은 위 클럽들 중 자신이 성인 데뷔를 했던 말뫼를 제외하고 다른 대부분의 클럽들에서 데뷔전에 골을 터뜨렸다. (딱 하나 예외는 임대로 이적했던 AC 밀란 뿐이다.)

이번 LA 갤럭시 이적 후 그의 첫 경기를 앞두고 과연 그의 그런 '데뷔전=데뷔골' 기록이 이어질까에 관심이 집중됐지만, 회의적인 시선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는 이미 36세의 나이로 공격수로서 은퇴해도 이상할 것이 없는 나이인데다가 이번 시즌 맨유에서 부상을 겪으며 7경기 1골에 그치며 완전한 하락세에 접어든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거리낌없이 '사자'라고 부르는 즐라탄 특유의 자부심도 이제 막을 내리는 듯 했다. 

그러나 그는 LA 갤럭시 데뷔전에서 교체투입 되어 19분 뛰는 동안 2골을 뽑아내며(역전 결승골 포함) 데뷔전부터 MLS를 열광케했다. 

한마디로, '즐라탄이 즐라탄했다'라고 말해도 무리가 없는 '즐라탄 다운' 데뷔전이었다. 

* 보너스 정보 : 즐라탄 커리어 주요 기록.
스웨덴 국가대표팀 역대 최다골 - 116경기 62골 
스웨덴 올해의 선수 역대 최다수상 - 11회
스웨덴 올해의 선수 역대 최다 연속 수상 - 10회
프로 커리어 통산 725경기 420골 169어시스트(2017년 12월 기준) 
2003/04시즌부터 2010/11시즌까지 8시즌 연속 리그 우승   

즐라탄의 LA 갤럭시 데뷔전 직후 스웨덴 언론에서 실시한 온라인 투표. 

2. '즐라탄이 월드컵 가야하는가?' 설문에 20만 명 이상 투표 참가

한편, 이렇게 한동안 잠잠한 모습을 보이고 있던 즐라탄이 LA 갤럭시 데뷔전부터 그가 여전히 '한 방'을 갖고 있다는 모습을 증명해보이자, 스웨덴 언론에서는 연일 즐라탄의 월드컵행에 초점을 맞추며 보도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스웨덴 현지의 즐라탄 월드컵행에 대한 반응을 살펴보기 위해 지난 북아일랜드전 현장 취재시 만났던 스웨덴 언론 아프톤블라뎃의 마이클 바그너 기자에게 연락을 취해 자세한 상황을 알아봤다. 다음은 그가 전하는 스웨덴 현지의 생생한 분위기다. 

"지금 스웨덴에서는 즐라탄의 월드컵행에 대해 실제로 아주 많은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 그 본인이 LA 갤럭시 데뷔전 전에 그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고, 스웨덴 대표팀의 안데르손 감독 역시 그에 대한 많은 질문을 받고 있는 중이다."

"우리 매체에서는 즐라탄 복귀에 대한 팬들의 반응을 알아보고자 홈페이지를 통해 온라인 투표를 실시했는데, 이 온라인 투표에는 22만 1천 명이 참가했다.(스웨덴의 인구는 약 990만 명이다 - 필자 주) 이건 정말 믿기 힘든 참여자 숫자다. 그 중 43%가 '즐라탄이 당장 뛰어야 한다'에 투표했고 '57%는 아직 아니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즐라탄은 스웨덴 대표팀을 위해 완벽한 '슈퍼서브'가 될 수 있다. 물론 데뷔전 뿐 아니라 앞으로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말이다. 또 하나의 관건은 그가 안데르손 감독에게 직접 그가 자신의 대표팀에 대한 마음을 바꿨다고 말하고 대표팀을 위해 뛰겠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즐라탄이 월드컵에 갈 가능성이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즐라탄이 모델로 활동하고 있는 베팅회사 'BETHARD' 
베팅회사에 연루된 사람의 국제대회 참가에 대한 FIFA 규정 4조 25항.

3. 즐라탄 월드컵행을 '가로막을 수도' 있는 FIFA 규정

한편, 이와 같이 즐라탄의 스웨덴 대표팀 복귀에 대한 여론이 점차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그의 월드컵 행을 규정으로 인해 금지할 수 있는 FIFA 규정이 발견되면서 스웨덴에서는 다시 한 번 논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자칫 잘못 이해하면 지금 바로 이 규정 때문에 즐라탄의 월드컵행이 불가능하다고 못이 박힌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그것은 '가능성'일 뿐이지 완벽하게 이 규정이 그의 월드컵행을 원천적으로 금지시키는 것은 아니다. 

문제가 된 것은 즐라탄이 최근 홍보대사 겸 모델로 활동하기 시작한 베팅업체 'BETHARD'와의 관계다. FIFA 규정집 4조 25항에는 "이 규정에 저촉을 받는 사람들은(선수들은) 직접적으로도 간접적으로도 베팅, 도박 등에 연루되서는 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에 대해 스웨덴 축구협회 측은 스웨덴 언론에 직접 낸 입장을 통해서 "월드컵까지는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아있고 FIFA 규정과는 별도로 적용될 문제다"라며 남은 기간 동안 이 문제가 합의점을 찾을 수 있는 이슈라고 밝혔다. 

다른 관점에서 보자면, 스웨덴 축구협회 측에서 이렇게 즉각적으로 구체적인  입장을 내놨다는 것은 곧 그들이 현재 즐라탄의 소집을 진지하게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4. 즐라탄 월드컵행이 실현될 경우 우리에게 줄 영향은?

"즐라탄의 복귀 가능성은 20~30%지만 합류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우리 대표팀을 위해서는 그가 합류하지 않는 것이 좋다."(한준희 KBS 해설위원)

그렇다면, 만약 즐라탄이 정말로 스웨덴 대표팀에 복귀한다면, 그것은 그들과 월드컵 본선 첫 경기를 가질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줄까? 또 우리는 어떤 점을 주의해야 할까.

이 주제에 대해서는 KBS 해설위원이자, 다음 '원투펀치'에 출연중인 국내 최고의 축구전문가 한준희 해설위원의 의견을 소개하고자 한다.

"즐라탄의 복귀 가능성은 현재로선 20~30% 정도입니다. 일단 안데르손 감독 자체가 애초부터 즐라탄을 환영하지 않는데다가, 즐라탄 본인도 월드컵에 가기 위해 남에게 자존심을 굽히는 스타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과르디올라도 존중하지 않는 즐라탄 아니겠습니까. 안데르손의 입장에서는 즐라탄이 오게 되면 지금껏 고생한 공격자원 가운데 한 명의 기회가 날아간다는 측면도 분명히 고려 대상일 겁니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즐라탄과 안데르손이 손을 잡을 가능성은 완전히 사라지진 않았습니다. 우선 스웨덴 팀 자체가 에밀 포스베리를 제외하면 이번 A매치 주간에서도 이렇다할 창의성을 펼쳐보이는 선수가 없다는 게 증명됐기에, 단조롭고 예측가능한 공격에서 탈피하기가 쉽지 않은 실정입니다.

따라서 즐라탄의 가세는 예측불가능한, 의외성을 지닌 공격자원의 추가를 의미하는 것이고, 이는 현재의 스웨덴이 안고 있는 가장 큰 약점이 보완되는 것이기에 실리적으로 본다면 즐라탄의 추가로 인해 스웨덴은 분명 얻는 것이 있으리라는 예상입니다. 팀 워크 저해 문제보다는 이 부분의 플러스가 좀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예측불허의 한 방! 스웨덴은 이게 있으면 좀 더 강팀이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즐라탄이 선발이든 교체든 스웨덴에 존재하는 자체로 스웨덴은 강화될 수 있습니다. 다만,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안데르손 감독과 즐라탄이 어떻게 합의를 하고, 어떻게 화합을 하는지' 여부입니다. 만약 즐라탄이 조커 역할은 절대 수용하지 않으면서 반드시 선발 출전을 요구할 경우, 이 경우라면 팀 워크 저해의 마이너스가 더 커질 수도 있습니다.

공격수 한명이 월드컵에 못가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포스베리와의 신구 에이스 논쟁, "누가 스웨덴을 운전하는 핸들을 잡나?" 문제까지 빚어질 수도 있죠. 물론 이런 상황이라면 안데르손은 당초의 생각대로 즐라탄을 받지도 않겠지요. 결국 즐라탄의 복귀는 아마도 안데르손의 지시에 잘 따를 것에 즐라탄이 동의하는 경우에만 가능해질 것이라 봅니다."

"만약 즐라탄이 이 모든 것에 동의하고서 스웨덴을 위해 백의종군하면, 이는 분명 우리 조에 포함된 다른 팀들 모두에게 그리 반갑지 않은 소식이 될 것입니다.

다만 그 경우에 상대팀들은 즐라탄의 '약점'을 공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즐라탄은 여전히 기상천외한 골을 넣을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한 반면, 움직임의 다양성과 스피드 면에서는 틀림없이 절정기로부터 내려와 있습니다. (물론 그가 예전에도 스피드로 먹고 사는 유형의 공격수는 아니었지만, 지금은 더 느려진게 사실이죠.)

게다가 즐라탄은 미드필드로 내려와서 플레이메이커처럼 활약하는 것을 선호하는 성향입니다. 따라서 즐라탄을 상대하는 팀들은 중원에서부터 빠르고 조직적인 압박을 통해 즐라탄이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을 최소화시킬 필요가 있고, 그의 활동을 최대한 불편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이러한 압박이 제대로 들어가게 되면 즐라탄의 멘탈까지도 흔들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즐라탄이 있다는 것 자체로, 상대는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고 또 즐라탄에게 압박을 집중시키다보면 포스베리 같은 선수가 존재하는 공간이 더 위험해질 수도 있다는 생각입니다. 아직은 합류가능성이 낮은 편이니까 우리를 위해서는 이대로 계속 합류 안하는 방향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5. 러시아 월드컵 직전, F조 최대의 변수인 '즐라탄의 월드컵행'

이번 칼럼에서 소개한 내용을 정리하면서 다시 한번 밝히자면, 즐라탄의 월드컵행은 아직 결정된 사항이 아니다. 아직은 성사될 가능성이 더 높다고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그러나, 그가 LA 갤럭시에서 데뷔전을 치르기 전인 불과 1주일 전과 비교해보면, 그 가능성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올라온 것 역시 사실이다.

만약, 그가 이대로 LA 갤럭시에서 계속 골을 터뜨린다면? 스웨덴의 입장에서 그를 월드컵에 데려가지 않을 하등의 이유가 없다.

지금 전세계의 축구계를 돌아봐도, 즐라탄 만큼 위협적인 '슈퍼서브'가 될 수 있는 선수는 어디에도 없다. 

월드컵을 70여일 앞둔 가운데, 즐라탄의 월드컵행은 단연 월드컵 F조 최고의 변수다. 이 칼럼에서 소개한 스웨덴 현지 기자와 한준희 해설위원의 의견을 포함해, 우리 역시 그것이 현실이 될 경우에 미리 대비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