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체 책임 없다'..소비자피해 '나몰라라'한 가상화폐 약관

김상윤 2018. 4. 4.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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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12개 사업자 약관 시정 권고
가상화폐거래소 앞에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세종=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회사는 다음의 경우에는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국내 12개 가상통화취급소(가상화폐거래소)의 약관에 담긴 일반 면책조항이다. 거래소는 단서로 ‘가상화폐 발행 관리 시스템 또는 신서비스 업체의 서비스 불량으로 인한 또는 정기적인 서버점검기간으로 인해 가상화폐전달에 하자가 발생했을 경우’ 등을 포함했다. 해킹 등을 당했을 때도 책임을 지지 않겠다고 약관에 담았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런 가상화폐거래소의 불공정한 약관에 대해 ‘칼’을 댔다. 가상화폐거래소의 실수나 잘못이 있더라도 이용자에게 책임을 모두 전가하는 행위는 문제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공정위는 12개 가상통화취급소에서 사용하는 이용약관을 심사해 이용자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14개 유형의 불공정 약관조항을 시정했다고 4일 밝혔다.

공정위는 일반면책조항은 고객에게 불리한 조항으로 무효라고 판단했다. 전시·사변·홍수·지진 기타 이에 준하는 천재지변 등과 같은 불가항력적인 사유를 제외하고, 사업자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행위로 회원이나 제3자에게 손해가 발생하였다면 사업자는 손해배상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 민법상 기본원칙이라는 설명이다.

공정위는 특히 DDoS 공격이나 해킹 등의 원인이 가상통화 취급소의 자체 보안 시스템상의 하자, 서버의 부실, 통신설비 관리의 잘못이나 직원의 관리 소홀 등일 경우 거래소가 책임을 지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부당한 입출금 제한 조항도 시정권고를 내렸다. 거래소는 ‘결제 이용금액(출금액)의 과도함’, ‘회사의 운영정책’과 같은 포괄적인 사유로 결제, 입금, 출금을 제한할 수 있다는 규정을 갖고 있다. 하지만 제한사유가 불분명한데다 포괄적·자의적으로 규정돼 있어 고객에게 부당하고 불리하다고 공정위는 판단했다.

자의적인 서비스 이용 제한 조항도 문제가 됐다. 약관에는 ‘결제 이용금액(출금액)의 과도함’, ‘관리자의 판단’, ‘장기간 미접속’과 같은 포괄적인 사유로 로그인, 거래 등 서비스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공정위는 이 역시 포괄적·자의적인 사유로 서비스 이용을 제한해 고객이 예상할 수 없는 만큼 무효라고 판단했다.

이외 거래소가 아이디와 비밀번호의 모든 관리책임과 부정사용 등에 의해 발생하는 모든 결과 책임을 고객에게 돌리는 점도 무효로 판정됐다. 사업자는 고객의 정보가 저장된 서버를 제대로 유지·관리하고, 해킹 등을 막기 위한 보안시스템 및 절차를 수립하는 등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를 다해야하기 때문이다.

배현정 약관심사 과장은 “이번 가상통화취급소의 불공정 약관 시정을 통해 이용자들의 피해 예방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다만 약관이 시정되더라도 불법행위나 투기세력에 의해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신중하게 판단해 이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윤 (yoo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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