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피플]'반아파르트헤이트 운동' 넬슨 만델라 전 부인 위니 만델라 별세
[경향신문] 남아프리카공화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 넬슨 만델라(1918~2013)의 전 부인이자 정치적 동지였던 위니 마디키젤라 만델라가 2일(현지시간) 세상을 떠났다고 메일앤드가디언 등 현지 매체가 보도했다. 향년 81세.
유족들은 이날 성명을 내고 “위니 만델라가 오랜 투병생활을 해왔으며,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남아공의 한 병원에서 숨을 거뒀다”고 밝혔다. “그는 아파르트헤이트 투쟁의 가장 위대한 아이콘 중 하나였다. 인종차별적 국가에 맞서 용감하게 싸웠고 조국의 자유를 위해 자신을 희생했다”며 추모의 말도 덧붙였다.
넬슨 만델라의 두 번째 부인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지만, 위니 본인도 반아파르트헤이트 투쟁에 앞장선 활동가였다. 아파르트헤이트 종식 후에는 집권당 아프리카민족회의(ANC)의 여성 정치인으로 정치활동을 이어갔다. 남아공 사람들로부터 ‘마마 위니’라는 애칭을 얻기도 했다.
위니는 1955년 흑인 여성 최초로 수도 요하네스버그의 한 병원에 사회복지사로 취직한다. 그러나 그의 머릿속에는 남아공 전역을 강타한 아파르트헤이트 철폐 운동에 대한 관심이 떠나지 않았다. 당시 ANC 대표로 전국적인 저항운동을 이고 있던 만델라와 만나 사랑에 빠진 것도 이무렵의 일이다. 위니와 만델라는 1958년 결혼한 이후 38년간 부부 관계를 유지했지만, 만델라의 투옥 기간 27년을 빼면 함께 생활한 기간은 길지 않았다. 둘은 1996년 이혼했지만, 이후로도 정치적 동반자로 관계를 이어나갔다.
위니는 넬슨 만델라의 투옥을 계기로 본격적인 직업 정치인의 길을 걷는다. 넬슨 만델라가 옥살이를 하는 20여년 동안, 그녀는 남편의 대변인이자 ANC 최고위원으로 아파르트헤이트 철폐 진영을 규합하는 역할을 했다. 이 과정에서 18개월간 독방에 수감되는 등 정치적인 고초를 겪기도 했다. 그러나 당국의 탄압이 심해질수록 위니의 정치적 중량감은 높아져갔다. 위니가 출소한 넬슨 만델라와 함께 손을 들고 걸어나오는 모습은 반아파르트헤이트 투쟁의 가장 상징적인 장면으로 기억된다.
그러나 위니의 반인종차별 운동은 점차 과격해져갔다. 1986년에는 경찰관의 목 주위에 불에 탄 타이어를 걸어 죽이자는 선동적인 연설로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1988년에는 만델라 연합 축구클럽(MFC)을 창단해 폭력·살인 등 각종 범죄 행위를 사주했다는 의혹도 받았다. 특히 14세 소년 제임스 세이페이를 납치해 살인을 교사한 사건은 위니의 경력에 치명상을 입혔다. 1998년 남아공 진실화해위원회는 “위니가 MFC의 반인륜적 행위에 도덕적, 정치적인 책임이 있다”고 결론지었다.
잦은 정치적 스캔들에도 위니의 정치 생명은 계속 연장됐다. 1994년 만델라 정부의 예술문화과학기술부 차관으로 등용된 지 약 1년 만에 부패 혐의로 해임됐지만, ANC 여성동맹 대표직을 비롯한 의회 내 지위는 계속 유지했다. 2003년에는 은행에서 불법 대출을 받은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으나, 2009년 총선에서 ANC 선거인 명부 5번째에 이름을 올리며 정계에 복귀한다. 2016년에는 민주화 투쟁에 헌신한 공로를 인정받아 남아공 최고 영예인 ‘루툴리 훈장’을 받기도 했다.
위니에 대한 평가는 양극단을 오간다. 남아공의 민주화를 이끈 국모로 칭송받지만, 아동 살해를 주도한 범죄 조직 수장이라는 비난도 동시에 받는다. 뉴욕타임스는 “위니는 남아공 역사 상 가장 극단적인 평가를 받는 인물로 남게 됐다”며 “그녀의 불안한 모순을 무시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논평했다. 위니 만델라의 장례식은 14일 국장으로 치러질 예정이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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