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민의 채권포커스] 가계대출 규제와 대출금리 상승..그리고 부채의 증가속도

한국은행이 매 분기말 여는 '금융안정' 금융통화위원회를 통해 국내 금융시스템은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향후 주요국 통화정책 정상화 움직임에 따라 시장금리가 상승하고 자본 유출입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지만 대체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판단했다.
금융안정과 관련해 가장 큰 관심인 가계부채 문제에 대해선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가계부채 문제는 단시일에 해결할 수 없는 만큼 장기적인 안목으로 부채 증가속도를 줄이는 게 중요하다. 가계부채는 절대 규모를 억지로 줄이기보다 소득 증가 속도 이해로 관리하는 게 합리적이다.
■ 향후 가계대출 증가율이 둔화될 환경 조성
우선 한은은 앞으로 정부 대책과 대출금리 상승으로 가계부채 증가세 둔화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가계부채는 지난해 정부의 주택시장(8.2) 및 가계부채(10.24) 대책 등에 힘입어 최근 증가세가 둔화됐다. 앞으로도 新DTI, DSR, 예대율 규제 변경 등 추가 대책이 대기하고 있다. 아울러 최근 대출금리가 오른 데다 추가적인 상승압력이 작용할 수 있다.
향후 금융당국은 예대율 규제에 들어간다. 예금에 대한 대출의 비율을 낮춰서 대출이 좀더 어려워지는 것이다. 앞으로 예대율을 산정할 때 가계대출 가중치가 강화(100%→115%)된다. 가계대출을 조이는 대신 기업대출은 완화(100%→85%)된다.
이는 부동산 투자 등을 옥죄는 대신에 돈이 생산적인 부분으로 흐르도록 하는 조치다. 한은, 금융위 등 당국은 최근 가계대출을 까다롭게 하는 쪽으로 제도를 손보고 있다. 예컨대 BIS자기자본비율 계산시 담보인정비율(LTV)이 60%를 넘는 주택담보대출(주담대)에 대해 고(高) LTV로 규정해 위험가중치를 최대 2배까지 높인다.
위험가중자산을 계산할 때 주담대에 적용하던 위험가중치를 기존 50% 이하에서 70% 수준으로 높이게 되면 은행들의 BIS비율이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 BIS는 자기자본을 위험가중자산으로 나눈 값이다.
이밖에 가계대출을 늘릴 때 은행이 자본을 더 쌓도록 하는 경기대응 완충자본(countercyclical capital buffer)을 도입하는 등 규제를 강화한다.
최근 대출금리가 오르는 현상 역시 가계대출 증가속도를 줄이는 요인이다.
은행들이 신규 취급한 주담대 금리는 2015년 12월 3.12%, 2016년 12월 3.13%로 3%를 약간 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지난 11월 기준금리 인상 후 작년 12월 주담대 금리는 3.42%로 올라왔다. 올해 들어서는 금리가 조금 더 오르면서 1월과 2월엔 3.46~3.47% 수준을 나타냈다.
규제 강화와 금리 상승이라는 환경을 통해 가계대출 증가속도가 둔화될 여지는 커져 있다.
■ 여전히 빠른 가계부채 증가속도
가계부채가 늘어나는 속도가 최근 둔화되긴 했지만 여전히 부채 증가율은 빠르다.
즉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계속 올라가고 있다. 부채 증가율이 소득 증가율을 상회하면서 가계가 소비에 나설 수 있는 여력이 축소되는 것이다.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16년말 154.6%에서 2017년말 159.8%로 5.2%p 높아졌다. 명목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도 2016년말 81.8%에서 2017년말 83.8%로 2.0%p 상승했다.
지난 2016년 부채 증가율이 소득 증가율을 8.4%p나 상회했고 지난해에도 3.5%p 웃돌았다. 이처럼 쓸 수 있는 돈보다 빚이 빠르게 늘면서 한국경제에선 소비가 제대로 살아나지 않고 있다.
지난해 가계부채 증가율은 8.1%를 기록해 한 자리수로 떨어졌다. 2015년(10.9%)과 2016년(11.6%)에 비해 둔화된 것이다.
다만 직관적으로 보더라도 성장률 3%, 물가상승률 2% 정도의 경제 현실에서 가계부채 증가속도는 여전히 높아 보인다. 1500조원에 육박해 가는 가계신용의 절대규모 그 자체보다 빚이 늘어나는 속도를 여전히 제어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 가계부채, 상류층·하류층 각자 사정 따라 빚 늘려
한국의 가계부채에선 상위계층의 점유비중이 높다. 일반적으로 잘 사는 사람들이 빚을 내는 규모도 크다. 소득ㆍ신용ㆍ자산 측면에서 상위계층의 점유 비중이 높다는 것은 가계부채에 따른 위기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이다.
실물자산을 감안한 순자산(총자산-총부채) 상위(40%) 가구의 부채가 전체 금융부채의 59.2%를 차지한다.
2017년말 현재 전체 대출 중 고소득(상위 30%) 및 고신용(1~3등급) 차주의 대출 비중은 전년보다 상승(+0.4%p, +3.0%p)한 65.9%, 68.7%를 기록했다. 상위계층의 가계부채 비중이 압도적인 것이다. 이는 한국의 가계부채가 당장 부실화할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의 근거가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상황이 아주 안 좋은 사람들도 늘어났다. 상위층과 하위층이 각자의 사정에 따라 빚을 늘린 것이다.
우선 취약차주는 다중채무자(3개 이상 금융기관 차입)이면서 저신용(7~10등급) 또는 저소득(하위 30%)인 차주를 말하는데, 이들의 빚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2017년말 현재 이들 차주의 대출규모는 82.7조원(전체 가계대출 1,370.1조원의 6.0%)으로 다중ㆍ저소득자를 중심으로 전년말 대비 4.2조원 증가했다.
차주 수로는 149.9만명(전체 가계대출자 1,876.0만명의 8.0%)으로 전년말(146.6만명) 대비 3.3만명 증가했다.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이고 저신용인 차주는 2016년말 40.6만명에서 작년 말 41.8만명으로 늘었다. 전체 가계대출자의 2.2%다. 이들의 대출규모는 12.7조원(전체 가계대출의 0.9%)으로 전년말 대비 0.5조원 증가했다.
취약차주들은 은행 대출이 여의치 않아 금리가 높은 제2금융권 대출 등을 활용하고 있다.
취약차주의 금융기관별 대출 비중은 2017년말 현재 비은행이 66.4%로 은행(33.6%)의 2배 수준이었다. 비은행금융기관별로 보면 상호금융(26.2%), 여전사(15.5%), 대부업(10.2%) 등에서 돈을 빌렸다.
■ 가계부채, 당장은 문제되지 않을 것
한국은행은 가계부채가 당장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은은 "가계부채가 누증된 상황에서 금리가 상승하면 가계의 이자부담이 늘겠으나 현재 부채 보유 가계의 소득 및 자산 규모 등을 감안할 경우 단기적으로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상류층의 가계부채 비중이 높아 큰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은 것이다. 아울러 2016년 4분기 이후 전체 가계대출자 가운데 연체한 비율은 2% 후반에서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전체 가계부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상류층에 비할 바가 못 되지만, 취약차주가 향후 문제될 소지가 있다. 형편이 안 좋은 대출자 수와 규모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은 금리가 오를 경우 더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대출금리 상승시 부채 상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금리상승에 따른 부담은 취약 계층이 클 수밖에 없다.
한은은 차주별 이자 DSR(이자 상환액/연소득) 분포를 취약ㆍ비취약 차주로 구분하고 대출금리 상승시 이들의 이자 DSR 및 고(高)DSR(이자 DSR 40% 이상) 차주 비중 변화를 추정했다.
한은의 분석을 보면 2017년말 현재 대출금리 100bp(1%p, 1bp=0.01%p) 상승시 가계대출 차주 전체의 이자 DSR은 1.4%p(9.5% → 10.9%) 정도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말 현재 취약차주의 이자 DSR(24.4%)이 비취약차주(8.7%)보다 크게 높아져 있어 향후 대출금리 상승시 상환부담이 상대적으로 클 것으로 예상됐다. 금리 100bp 상승시 취약차주의 이자 DSR은 26.1%, 비취약차주의 DSR은 10.1%로 올라갔다.
금리가 200bp 오를 경우 전체 이자 DSR은 12.3%로 높아지는 가운데 취약차주의 DSR이 27.8%, 비취약차주의 DSR은 11.5%로 오르는 것으로 추정됐다.
금리가 오르면 취약차주의 비중도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은은 "이자 상환부담이 상대적으로 큰 高DSR 차주의 비중 변화를 보면 가계대출 차주 전체 기준으로 대출금리 100bp 상승시 4.2%(2017년말)에서 5.0%로 올라간다"고 설명했다.
취약차주의 高DSR 비중은 대출금리 100bp 상승시 19.5%에서 21.8% (+2.3%p), 비취약차주는 3.0%에서 3.8%(+0.8%p)로 각각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법정최고금리(24%) 제한에 힘입어 대출금리 상승폭 확대에 따른 高DSR 취약차주 비중의 추가 상승폭은 점차 축소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 대출금리 오르고 규제 강해지는 국면..금리인상도 대기
지난 2016년 6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25%로 사상최저 수준으로 낮춘 뒤 그해 말 은행의 순수저축성 예금금리는 1.54%로 떨어졌다.
이후 지난해 11월 6년 5개월만의 금리인상이 이뤄졌으며, 올해 2월 현재 예금금리는 1.75%로 21bp 가량 올라온 상태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2016년말 3.13%에서 2월 현재 3.46%로 33bp 가량 올랐다.
기준금리가 가장 낮았던 해와 현 시점의 금리를 보면 주담대 금리가 예금금리보다 더 빠르게 오른 것을 알 수 있다.
향후 시기적인 불확실성은 있지만 추가적인 금리인상이 예비돼 있는 만큼 대출 여건은 악화될 수 있다.
최근 은행대출을 신청했던 한 직장인은 "상가와 신용을 담보로 지난해 10월엔 3.2% 정도에 대출을 받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3.7% 이상을 달라고 한다"면서 "실제 체감하는 대출금리 상승폭은 통계자료 보다 더 큰 것같다"고 말했다.
기준금리 인상 시기로는 5월, 7월 등이 거론되고 있다. 미국의 금리 추가 인상에 따라 한국은행 역시 올릴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일반적이다.
채권시장의 한 딜러는 "3월에 금리를 올린 미국 연준이 6월에 또 올릴 수 있는 상태"라면서 "한은이 그 전(5월)에 올려서 현재의 한미 금리 역전폭을 유지할지, 미국의 6월 인상을 확인한 뒤 7월에 올릴지 관심이 모아져 있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1.50%, 미국 연방기금금리는 1.50~1.75% 수준이다.
taeminchang@fnnews.com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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