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정치인도 실적이다"..'변방장수' 이재명
[편집자주]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 시대를 열었던 1990년대는 정치의 전성시대이기도 했다. '삼김(三金)시대'로 상징되는 '보스 정치'가 우리 사회 전체를 지배했던 시절이었다. 정치인은 이른바 '지도자'였다. 국정을 이끄는 대통령은 물론 마을 조합의 장 자리 하나까지 '정치 지도자'들의 몫이 당연하게 여겨지곤 했다. 그러나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국민에 대한 정치인의 우월적 위치와 인식 덕이었다. 이들 역시 자신의 신념과 소신, 가치관 등을 정치 인생을 통해 입증하는 것이 중요할 뿐 정치인의 전문성이나 실적 등은 사소하게 치부되곤 했다.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를 눈앞에 둔 지금 정치인에 대한 인식은 완전히 달라졌다. 대통령 탄핵을 경험한 국민들에게 정치인은 '지도자'는 커녕 끊임없이 감시하고 확인해야 하는 애물단지다. '직접 민주주의' 요소의 강화로 국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논의하는 정치인들은 고유 영역마저 걱정해야 하는 처지로 내몰리고 있다. 이들에겐 '정치 지도자'가 아닌 새로운 역할이 요구되고 있다. 우리 사회의 복잡다단한 이해관계를 보다 다층적으로 대변하고 풀어내주는 한편 합리적인 갈등 조정자로서 보다 확실한 전문성을 요구받는 정치전문가, 전문가 정치가 '3만달러 시대'의 정치 리더십이다.

◇이재명이 뒤흔든 기존 질서
이재명 전 성남시장은 '변방 장수'다. 지방, 그것도 변두리 시장이 '전국구' 대선주자가 됐다. 그는 말한다. "과거에는 지명도, 명성으로 인정받았다면. 이제는 정치인도 실력을 본다. 실력은 실적으로 증명한다."
이재명의 실적은 성남시의 정책이었다. 2010년 성남시장에 당선된 직후 "성남이 정부에 끌려다니다 재정이 파탄났다"며 모라토리엄을 선언하고 성남시 개혁을 선포했다. '청년배당'으로 대표되는 보편복지 정책으로 중앙정부와 팽팽히 맞붙었다.
이재명의 실력은 돌파력이다. 그는 '일 잘하는 시장'이 되겠다고 약속했고 중앙정부의 반대에도 공약이행률을 96%까지 끌어올렸다. 서울 강남권과 가까워 '보수 벨트'로 여겨지던 분당과 판교에서도 시정 평가가 높게 나온다.
실적은 그를 대선주자로 끌어올렸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의혹이 나오자 가장 먼저 '탄핵'을 주장했다. 또 모두가 '최순실 국정농단'이라고 표현할 때 '박근혜·새누리 게이트'라며 각을 세웠다. '포퓰리즘'이라는 공격엔 "나라에 예산이 부족한 게 아니라 도둑이 너무 많다. 꼭 대청소를 해야 한다"고 역공했다. 이재명은 2016년 말, 유력 대선주자인 안철수· 반기문을 제치고 문재인에 이어 지지율 2위까지 오르기도 했다.
◇기존 정치권 진영논리 격파… "내가 진짜 보수"
의회 경력이 없다는 점은 이재명에게 되려 장점이 됐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성남시장이 됐지만 계파정치나 진영논리와 거리를 둘 수 있었다. 노동자에서 인권변호사로, 그리고 행정가로 스스로를 '캐릭터화'하는데 성공했다.
정치권의 진영논리를 유려하게 갖고 논다. 사안에 따라 진보·보수 지지자들을 '나의 편'으로 끌어들인다. 이재명의 중도 확장성을 높이는 이유다.
종북 프레임과 빨갱이 프레임으로 공격을 받을 땐 "내가 진짜 보수"라고 맞받아치는 여유를 보인다. 기존의 보수정당은 부패한 기득권 집단이 보수를 참칭한 것이라 비판한다. 보수의 가치가 법질서와 원칙에 충실한 정치라면, 자신이 보수라는 설명이다.
보수와 진보 대신 ‘기득권 대 반(反) 기득권’으로 재정립하는 능력을 선보인다. 모든 청년들에게 1년에 50만원씩을 지급해 소위 '빨갱이 정책' 으로 몰렸던 청년 배당정책을 관철시킨 논리는 '납세자에게 돌려주는 세금'과 '지역경제' 였다. 정치공략을 '이익'의 개념으로 환치하는데 성공했다. 성남시민들은 다시금 이재명의 손을 들어줬다.
◇'전투형 노무현'…남겨진 숙제는?
차기 대권 도전을 위해 이 시장에 남겨진 숙제는 '통합의 리더십'으로 요약된다. 변방의 장수는 지역 울타리만 지키면 된다. 때로 지역 이기주의를 동원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러한 수십 개의 변방을 책임지는 중앙의 리더십은 또 다른 능력을 요구한다.
'정치 기득권 타파'의 선봉장이 정치 기득권을 손에 쥐려하는 아이러니를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경기지사 도전은 정치인 이재명의 그릇을 가늠해보는 좋은 기회가 됐다.
김하늬 기자 hone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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