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학생 괴롭힘 묵인·은폐한 학교..인권위 "관련자 징계해야"
신고 말리고, 목격자들 진술도 번복하게 해

(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 = 국가인권위원회가 장애학생을 상대로 한 다른 학생들의 학교폭력 사건을 묵인하고 은폐·축소하려 한 학교에 대해 관련자들을 징계하고 재발을 막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인권위는 강원도 교육감에게 장애학생에 대한 학교폭력 피해 사안을 축소·은폐한 교사들을 징계하고 유사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 방지대책을 수립할 것을 권고했다고 27일 밝혔다.
초등학교 교사 A씨는 장애가 있는 자녀 B학생이 같은 반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해 담임교사에게 수차례 이야기했으나 제대로 피해자 보호조치를 받지 못했다. 이어 학교폭력을 신고하려 하자 교장에게 만류 당했고, 신고 이후에는 교장과 교감 등이 학교폭력을 축소·은폐하려고 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지난해 3월 강원도의 한 초등학교에 발령받은 A씨는 자녀 B학생을 같은 초등학교 2학년으로 전학시켰다. B학생은 뇌병변 5급으로 보행에 어려움이 있었으며 실생활 연령은 7세 정도였다.
B학생이 전학을 오자 학기 초부터 주변 학생들의 괴롭힘이 잇따랐다. 주변 학생들은 B학생의 걸음걸이를 흉내 내거나 '좀비'로 부르며 놀렸다. 지난해 7월에는 B학생이 같은반 아이들에게 놀리며 쫓기다가 비명을 지르며 복도로 나와 우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담임교사는 피해학생이 같은반 아이들로부터 놀림을 당하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나 단순한 '장난'으로 간주하고 이를 학교폭력이나 장애아동에 대한 괴롭힘으로 처리하지 않았다. 또 피해학생이 등교를 거부하고 고통을 호소하며 학교폭력을 신고하려 하자 교장이 나서 신고를 만류했다.
상황은 더욱 악화돼 자녀가 '적응장애' 진단을 받을 정도로 증상이 심각해지자 A씨는 학교폭력 신고를 강행했다. 그러자 교장과 교감은 학교폭력전담기구와 학교폭력자치위원회에서 학교폭력 피해를 부인하는 발언을 하고 목격자들에게 진술을 번복하게 하거나 추가조사를 못하게 하는 방법으로 사건을 은폐·축소하려했다.
인권위 조사에서 해당 학교 교사들은 "피해학생이 어려움을 호소할 때 마다 상담하고 가해 학생들에게 주의를 줬을 뿐 아니라, 학교폭력 사안도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처리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장애학생은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학교공동체 내에서 쉽게 학교폭력의 대상이 될 수 있어 특별한 보호가 필요하나 교사들은 학교폭력 피해를 학생들 간의 사소한 장난으로 치부했다"라며 "사안을 은폐·축소해 피해자의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와 '피해회복과 구제를 받을 권리'를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이어 인권위는 "담임교사의 경우 피해학생이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장애학생에 대한 고려나 학생들 간의 관계에 대한 통찰 없이 가해학생들의 말만 믿고 피해 학생의 호소를 외면했다"라며 "이로써 피해학생이 장기간 학교폭력에 노출돼 육체적·정신적 피해가 커진 것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강원도교육청은 학교에서 일어난 학교폭력 사건을 은폐하고 학교를 비민주적으로 운영해온 이 학교 교장에 대한 감사를 진행해 지난해 12월 '경징계'하려 했으나 감사가 부실하게 진행됐다는 지적이 나오자 이례적으로 재감사에 착수하기도 했다.
강원도교육청은 이날 오후 2시 인권위 강원사무소와 함께 교육청 2층 기자실에서 공동브리핑을 통해 재감사 결과를 발표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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