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자도 알바도 '취약계층'.."지하철 매점 일방폐쇄 유감"

임재희 2018. 3. 2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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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임재희 기자 = 26일 오후 서울 지하철 1호선 시청역 내 문 닫힌 매점 모습. 2018.03.27. limj@newsis.com

서울교통공사 "비상시 승객 대피 동선공간 확보"
2020년까지 승강장 내 매점 151곳 등 폐쇄하기로
매점 관계자들 "취약계층 운영자 생계 곤란 우려"

【서울=뉴시스】임재희 기자 = "○○역 가려면 어느 방향에서 타야 해요?" "제일 가까운 화장실은 어디 있어요?"

26일 오후 4시께 서울의 한 지하철 승강장 매점. 5년 넘게 이곳에서 과자나 떡, 음료, 껌, 신문 등을 판매해 온 문모(69·여)씨는 지하철을 이용한 시민들에게 길을 알려주느라 바빴다.

30분간 매점 양옆으로 지하철이 여덟번 멈춰설 동안 떡 6팩, 신문 3부, 껌 2통, 과자 2봉지, 우유 1팩이 팔렸다. 떡과 껌, 과자, 우유는 모두 1000원이었다. "기자 양반하고 얘기 나누는 동안 이만큼 팔았다"며 문씨가 건넨 1000원짜리 지폐와 동전을 셌더니 총 1만3600원(신문 2부 800원+1부 1000원)이었다.

이처럼 물건 판매뿐 아니라 승강장 안내소 역할까지 맡아온 매점들이 하나둘 모습을 감출 전망이다.

서울교통공사는 2020년까지 지하철 승강장 내 매점과 자판기를 없애기로 하고 이런 내용의 '승객 공간과 동선 확보를 위한 승강장 비움과 통합' 계획을 지난달 서울시의회에 보고했다고 27일 밝혔다.

매점으로 불리는 '통합판매대'는 3평 남짓(10㎡) 공간이다. 현재 서울 지하철 1~8호선에 설치된 151대다. 공사는 올해 계약이 만료되거나 공실인 30대 중 25대를 연말까지 폐쇄하고 추가 운영자를 모집하지 않는 방식으로 줄여나간다는 계획이다. 내년 2월 5대, 9월 76대, 2020년 8월 40대가 차례로 사라진다.

그러나 통합판매대는 일반 노점상과 달리 사회적 소외 계층에게 사업권이 있는 '조례대상시설물'이다. '서울시 공공시설내의 매점 및 식음료용 자동판매기 설치 계약에 관한 조례'에 따라 장애인, 65세 이상 수급자, 한부모 가족, 독립유공자 가족 등만이 임차해 설치할 수 있다.

출퇴근 시민들로 매점이 붐비던 때는 옛날이다. 신문 구매자가 줄고 승강장 내 자판기는 물론 대합실을 중심으로 편의점 등이 들어서면서 매출이 크게 줄었다. 이날 만난 통합판매대 운영자들은 하루 평균 매출을 20만~30만원이라고 말했다. 10만원을 겨우 넘기는 날도 부지기수다.

그나마 올린 수입을 전부 가져가는 경우도 많지 않다. 장애 등급이 1~2등급이면 공사 승인을 받아 대리인에게 운영을 위탁할 수 있는데, 상당수가 사업권을 따내고 운영은 다른 사람에게 일당을 주고 맡기고 있다.

문씨도 일당 6만원을 받고 하루 9시간씩 교대로 통합판매대를 관리하고 있다. 공사의 통합판매대 정리 조치에 문씨는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문씨는 "(사업자가) 경증 장애인이 아니라 중증 장애인인 경우가 많다"며 "집에서 아무것도 못하는 사람들이 우리에게 일당을 줘가며 겨우 생계를 연명해 나가는데 이것마저 없으면 그 사람들은 어떻게 살라는 얘기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내일모레면 70인 우리 같은 사람을 써주는 데가 어디 있느냐"며 "당뇨 때문에 약을 먹고 있는데 이 일이 없어지면 당장 우리도 살기 힘들어진다"고 호소했다.

【서울=뉴시스】임재희 기자 = 26일 오후 서울의 한 지하철 승강장 내 매점에서 과자 등을 1000원, 1200원 등에 판매하고 있다. 2018.03.27. limj@newsis.com

공사가 철거 사유로 내세운 비상시 승객 대피 동선 확보 및 통행 불편 해소 등에 공감하지만 생계 대책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게 통합판매대 운영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운영을 대리하는 윤모(64)씨는 "다른 곳에 생계 유지 수단을 마련해주면서 '시민들이 불편하니까 철거하겠다'고 한다면 모르겠지만 아무 대책도 없이 없애버린다고 하니까 기가 막히는 일"이라며 "30만원이 아니라도 어느 정도 수입이 생겨야 장애인들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사는 통합판매대 151대 외에 마찬가지로 조례대상시설물인 음료수자판기 404대, 5~8호선 스낵자판기 28대(1~4호선 184대는 민간업체 소유) 등도 없애나갈 방침이다.

공사 관계자는 "승강장에는 기본적으로 안전이나 시민 동선에 지장을 줄 수 있는 판매시설 신규 조성을 지양하되 계약만료 도래시기에 맞춰 순차적 철거 및 대합실 이전을 추진할 예정"이라며 "계약종료 시기가 도래하지 않은 경우에도 공사가 부담하는 조건으로 임차인과 승강장에서 대합실로 이전하는 협상을 지속해서 추진하겠다"고 했다.

limj@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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