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외수업 어쩌나"..무용지물 미세먼지 매뉴얼에 학부모들 분통

신하영 2018. 3. 27.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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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외수업 금지' 공문 보내도 원장들 안 따르면 그만
정부 "미세먼지 대응 매뉴얼만 만들고 뒷짐" 비판도
학부모들 "정부차원 대책 시급, 휴교령이라도 내려야"
맞벌이부부 "아이 맡길 데 없어 공기청정기 설치해야"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주말에 이어 서울 등 수도권 대부분 지역에서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을 나타낸 26일 서울 광화문 광장 인근에서 경찰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다.
[이데일리 김보영 김소연 신하영 기자] 봄 들어 연일 미세먼지 농도가 최악 수치를 경신하고 있는 가운데 학생 안전에 손놓은 정부에 학부모들이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특히 미세먼지 취약연령대인 유치원·어린이집 원아들은 사실상 무방비로 방치돼 부모들을 속태우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미세먼지 대응 매뉴얼을 만들기는 했지만 수업단축, 임시휴업 등의 조치는 시·도교육청과 유치원·어린이집원장 재량에 맡기고 있어 실효성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 실외수업 금지 권고해도 원장 재량 따라 제각각

지난해 정부가 마련한 ‘고농도 미세먼지 대응 실무매뉴얼’에 따르면 미세먼지 단계적 대응은 △평시 △고농도 예보(익일 예보 ‘나쁨’ 이상) △고농도 발생(PM10 81 이상, PM2.5 51 이상 1시간 지속) △주의보(PM10 150 이상, PM2.5 90 이상 2시간 지속) △경보(PM10 300 이상, PM2.5 180 이상 2시간 지속)로 분류한다. 미세먼지 주위보가 내려질 때는 실외수업이 단축·금지되며 경보 단계에서는 시도교육감이 임시휴업(휴원)을 권고할 수 있다. 이날 서울에 초미세먼지(PM-2.5) 주의보가 사흘째 이어지자 서울교육청은 각급학교에 공문을 보내 실외수업을 금지하라고 지시했다. 보건복지부도 어린이집에 ‘실외수업 금지’ 안내공문을 내려 보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이러한 조치가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 정부 매뉴얼은 강제력이 없다 보니 교육·보육기관마다 원장 재량에 따라 실외수업 여부를 결정하고 있어서다.

서울 서대문구 소재 어린이집 A원장은 “아이들의 올바른 성장을 위해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과정)에서는 매일 1시간가량 신체활동을 시켜야 한다는 지침이 있다”며 “학부모들의 건의를 무작정 받아들이면 실외활동을 전혀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미세먼지가 자주 발생하는 봄가을에 정부 지침과 학부모 요구를 제한없이 수용하면 체육활동에 지장이 크다는 것이다. 아울러 몇일씩 미세먼지가 계속되면 아이들을 통제하기 힘들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A원장은 “실내에서만 활동하도록 제한하면 밖으로 나가자고 보채는 아이들이 많다. 교사들이 떼쓰는 아이들을 달래느라 여간 힘든 게 아니다”고 토로했다.

반면 학부모들은 원장들이 미세먼지 문제를 너무 쉽게 본다는 불만이 크다. 3세 아들을 어린이집에 보내는 강모(35)씨는 “미세먼지 문제에 둔감한 원장들은 학부모들이 아무리 민원을 넣어도 야외활동을 시키는 경우가 있다”며 “보육기관도 안전하지 못하다는 생각에 미세먼지가 심한 날은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야할지 고민”이라고 했다.

◇ 임시 휴교령 주장도…맞벌이 부부는 난감

학교장이나 원장 재량에 따라 미세먼지 대한 대응방식이 다르다 보니 자녀를 아예 학교에 보내지 않는 사례도 생겨난다. 초등학교 2학년 자녀를 둔 최모(42)씨는 “주말 내내 미세먼지가 심한 걸 보면서 월요일에 아이를 등교시켜야 하나 고민이 많았다”며 “아침에 미세먼지가 하늘을 뒤덮은 것을 보며 결국 아이를 결석시키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미세먼지가 심할 경우 지역에 아예 임시휴업이나 휴교령을 내리자는 주장도 나온다. 정부 대응 매뉴얼에 따르면 미세먼지 경보단계에서는 시도교육감이 초중등교육법에 따라 초중고와 유치원에 임시 휴업을 권고할 수 있다. 서울교육청은 미세먼지 상태가 ‘경고’ 단계로 넘어가면 각급학교에 임시휴업을 권고할 방침이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선 학교장도 기상재해 등 상황이 급박한 경우에는 임시휴업을 결정한 뒤 이를 관할청(시도교육청)에 보고할 수 있다. 하지만 이같은 조치는 당장 아이 맡길 곳이 없는 맞벌이 부부들의 원성을 살 수 밖에 없어 진퇴양난이다.

세 딸을 어린이집에 보내는 맞벌이 부부 김모(36)씨는 “외벌이 부모들은 아이를 보내지 말지를 고민이라도 할 수 있지만 맞벌이 부부들은 그런 걸 고민할 선택권마저 없다”고 토로했다.

◇ “미세먼지 매뉴얼 구속력 높여야” 정부 대책 촉구

미세먼지에 대한 정부차원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학부모 강모씨는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에 공기청정기가 없어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보내기 불안하다”며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들은 미세먼지에 특히 취약하기 때문에 미세먼지 농도가 심할 경우 정부차원에서 휴업령을 내리는 등 좀 더 명확히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부모 권모씨도 “정부 미세먼지 매뉴얼 수준을 강화하고 구체화해서 구속력을 높여야 한다”며 “가장 현실적 대안은 전국의 모든 교육 보육시설에 의무적으로 공기청정기를 설치토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동곤 환경부 대기환경정책과장은 “최근 강화된 미세먼지 예보기준에 따라 변경된 기준을 적용한 매뉴얼을 마련 중”이라며 “어린이집 내 공기청정기 설치를 유도하기 위한 방편 중 하나로 ‘어린이집 미세먼지 안심 인증 마크’를 도입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각급학교 미세먼지 단계적 대응 매뉴얼(자료: 환경부·교육부)

신하영 (shy110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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