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EU 14개국, 러시아 외교관 동시 추방.. '스파이 갈등' 확산

심윤지 기자 2018. 3. 27.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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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미국이 자국 주재 러시아 외교관 60명을 추방하기로 결정했다. 독일, 프랑스 등 유럽연합(EU) 14개국도 외교관 추방 조치를 발표했다.

영국 솔즈베리에서 지난 4일 일어난 전직 러시아 이중 스파이 세르게이 스크리팔(66) 부녀의 암살 시도를 두고 영국의 동맹국들도 ‘대러 보복 조치’에 동참하고 나선 것이다. 러시아가 이에 강력 반발하면서 서방 국가와 러시아 간의 외교 갈등도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가디언 등 외신은 2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엔 러시아대표부 직원 12명, 러시아 정보요원 48명을 포함해 러시아 외교관 60명을 추방하는 행정 명령에 서명했다고 보도했다. 시애틀에 위치한 러시아 영사관도 폐쇄조치했다. 미국 측 고위 관계자는 “우리의 가장 가까운 동맹에 대한 연대의 의미”에서 이같은 보복 조치를 단행했다고 밝혔다. 또다른 관계자는 “미국 내 러시아 스파이는 100명 이상”이며 “이번 결정으로 러시아의 간첩 역량이 현저하게 줄 것”이라고도 했다. 추방된 러시아 외교관들은 7일 이내에 미국을 떠나야 한다.

유럽연합(EU) 14개국도 추방 조치에 동참했다. 도날드 투스크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추가 추방을 비롯한 후속 조치를 예고하기도 했다. 이날 독일과 프랑스는 각각 4명의 러시아 외교관을 추방했다. 우크라이나는 13명, 리투아니아와 체코는 3명, 네덜란드는 2명의 외교관을 추방했다. 캐나다도 외교관 2명을 추방하며 대러 보복 조치에 동참했다.

영국과 러시아 양국의 반응은 엇갈렸다. 보리스 존슨 영국 외교장관은 이번 집단 추방 조처가 “역사 상 최대 규모”라며 “우리의 동맹이 보여준 놀라운 국제적 반응”이라고 환영했다.

반면 러시아 외교부는 성명을 내고 “EU 및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에 의해 취해진 러시아 외교관 추방 결정에 단호히 항의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외교부는 “(외교관 추방은) 사건 원인과 책임자 규명 과제에 부합하지 않는 비우호적인 것으로 간주한다”며 “이 국가들의 영국에 대한 악명 높은 유대를 보여주는 도발적 제스처는 상황을 악화시키는 대결적 노선의 지속”이라고 비난했다. 러시아 당국은 맞대응을 공언했지만, 구체적인 대응 조치는 언급하지 않았다.

동맹국들의 동시 행동은 어느 정도 예견됐던 사안이다. 앞서 23일에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러시아 외교관을 추방하라는 제안을 전달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EU 회원국 정상들도 지난 22, 23일 열린 EU 정상회의에서 사건의 배후로 러시아를 지목한 영국의 조사 결과를 만장일치로 승인하면서, 러시아 주재 EU 대사를 소환하기로 결정했다. 미국과 EU 동맹국들은 외교관 추방 조처를 놓고 결정 시기를 조율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영국과 러시아는 스크리팔 부녀의 암살 시도를 놓고 일촉 즉발의 갈등을 벌여왔다. 영국은 암살 시도에 사용된 신경물질이 러시아제 화학무기 ‘노비촉’으로 확인됐다며 러시아를 배후로 지목했다. 영국 정부가 러시아 외교관 23명을 추방하는 등 ‘보복 조치’에 나서자, 러시아 정부도 같은 수의 외교관을 추방하며 맞대응에 나섰다. 러시아는 영국이 제대로 된 근거도 없이 러시아를 배후로 몰고 있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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