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백골단, 똥개", 황운하 "모욕감"..사생결단
[경향신문]

자유한국당 소속 김기현 울산시장 측에 대한 경찰 수사 이후 한국당과 경찰의 갈등이 확대되고 있다. 한국당이 “미친개는 몽둥이가 약이다”고 원색적 비난을 퍼붓자 일선 경찰관들이 “돼지의 눈으로 보면 세상이 돼지로 보인다”며 항의 인증샷 릴레이를 하고 있다. 이에 홍준표 대표(64)도 가세해 경찰을 “백골단 형태”라고 비난했다. 당사자인 황운하 울산지방경찰청장(57)은 “심한 모욕감으로 분노감을 억제하기 힘들다”고 정면대응해 양측의 사생결단 충돌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당 “미친개는 몽둥이가 약”, 경찰 “미친개가 아니라 대한민국 경찰관이다”
사건 시작은 경찰이 울산시장 비서실을 압수수색한 지난 16일이다. 한국당이 김기현 현 시장을 6·13 지방선거 후보자로 발표한 날이었다.
울산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당일 시장 비서실과 건축주택과를 비롯한 공사 관련부서 등 사무실 5곳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김 시장의 비서실장 등 일부 공무원이 울산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에 특정 레미콘업체 선정을 강요했다는 의심을 하고 있다. 경찰은 또다른 건설 현장에 외압한 행사한 혐의와 관련해 김 시장 친동생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검거에 나섰다.
이에 한국당은 19일 경찰청, 21일 울산지방경찰청을 항의방문해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공작”이라고 반발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19일 항의방문 자리에서 “문재인 정권이 전방위적으로 벌이는 무시무시한 야당 탄압”이라면서 “흔히 내사·뒷조사라고 불리는 것들 때문에 한국당 후보들이 아예 출마 자체를 포기하는 등 (경찰이) 엄청난 공안정국을 조성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울산 중부경찰서는 21일 홍준표 대표 일행의 항공기 탑승 과정에서 절차를 무시한 혐의(항공보안법 위반)로 한국공항공사 울산지사장 ㄱ씨 등 울산공항 직원 2명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한국당은 ‘폭발’했다.
장제원 수석대변인(50)은 21일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에서 경찰 수사를 ‘정치공작 게이트’로 규정한 후 청와대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국 민정수석까지 거론하며 “경찰 관련자 모두를 현행범으로 긴급체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수석대변인은 회견에서 “미친개는 몽둥이가 약이다”라며 “울산경찰청 및 경찰청의 일련의 사건들을 정권과 유착한 ‘울산경찰 정치공작 게이트’로 규정하고, 6·13 정치공작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국정조사를 비롯한 가능한 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반드시 모든 진상을 명명백백하게 밝히겠다”고 했다.
홍준표 대표도 21일 페이스북에 “소수 검찰의 사냥개 노릇도 참고 견디기 힘든데, 수많은 경찰이 떼거지로 달려든다고 생각하면 참으로 끔찍하다”고 비판했다.
‘미친개’ 발언에 일선 경찰관들은 강력 반발했다. 경찰관들은 내부 인터넷망 ‘폴넷’에 “사냥개나 미친개가 아닙니다. 우리는 대한민국 경찰관입니다”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찍은 인증샷을 올리기 시작했다. 손팻말에는 ‘시안견유시불안견유불의(豕眼見惟豕,佛眼見惟佛矣)’라는 문구가 함께 적혀 있다.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이고 부처 눈에는 부처만 보인다”는 뜻으로 장 대변인으로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홍준표 “백골단 형태”, 한국당 논평 “똥개 소리 듣지 않을 도리 없어”
주말에도 설전이 이어졌다. 홍준표 대표는 23일 페이스북에 “미친개 논평에 경찰 외곽 조직들이 조직적으로 장제원 대변인을 비난하는 모양”이라며 “어처구니 없다”고 밝혔다.
그는 “법조계에서도 이번 울산경찰청장 사건을 보고 나한테 절대 경찰에게 독립적인 영장청구권을 주면 안 된다고 많은 사람이 조언을 해 왔다”며 “사냥개 피하려다가 미친개 만난다고 비유하면서 극렬 반대했다”고 했다. 또 “나는 검사 출신이지만 이명박 정부 시절부터 검·경 수사권 조정에 경찰편을 들었던 사람”이라며 “본래 위치로 돌아가고 울산경찰청장은 즉각 파면하라”고 요구했다.
홍 대표는 “더이상 자유당 시절 백골단 행태는 그만 두라”며 “이미 그런 시대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정호성 당 수석부대변인은 24일 논평을 내고 “숭어가 뛰니까 망둥이도 뛰고 있다”며 “일부 정치 경찰이 정권의 앞잡이가 되어 노골적인 야당 탄압도 모자라 이제 외곽 조직까지 동원해 집단적으로 제1야당을 겁박하고 있다”고 홍 대표를 거들었다. 또 “문재인 정권은 사상 최악의 청년실업률과 민생경제 파탄으로, 엉터리 여론조사와 달리 바닥 민심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선거를 코앞에 두고 전국 방방곡곡에서 노골적인 야당 탄압을 가하고 있다”며 “정치경찰이 정권의 사냥개를 자처하지 않으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이러니 정권의 ‘똥개’나 ‘사냥개’, ‘몽둥이’ 소리를 듣지 않을 도리가 없다”고 했다.

■황운하 “심한 모욕감으로 분노 억제 힘들어”
황운하 울산경찰청장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그는 24일 페이스북에 “원론적으로 정당에서 공무원의 직무수행에 대해 정치적 셈법으로 평가를 내놓거나 비판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다”면서도 “울산경찰의 수사 나아가 경찰조직 전체에 대한 참기 힘든 모욕적 언사가 계속되고 있고, 이에 따라 많은 분들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어, 제기된 의혹과 불신의 해소에 도움을 드리는 것이 도리라는 판단 하에 핵심 의혹들에 대해 거듭 소명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당 비판과 관련해 “왜 하필이면 울산시장의 공천발표가 있던 날에 시청을 압수수색을 했느냐는 것이다”라며 “압색영장이 신청된 후 검찰과 법원을 거치는 동안 어느 단계에서 제동이 걸릴지 그대로 발부될지 또 발부까지 얼마나 소요될지는 전혀 알수 없는 노릇이다. 공천발표일에 일부러 맞출래야 맞출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영장집행일이 공천발표일인지 알지도 못했지만, 설사 알았다손 치더라도 시장도 아닌 시장 비서실장의 비리의혹을 수사하기 위한 영장집행을 시장 공천발표일이라는 이유로 연기한다는건 상상하기 어렵다”며 “전후 사정이 이러함에도 이를 집요하게 문제삼으며 기획수사, 공작수사의 근거라고 비판하니 어안이 벙벙하다”고 지적했다.
황 청장은 또 수사 전 송철호 민주당 예비후보를 만난 것과 관련해 “이미 수차례 해명한 바와 같이 울산청장이 지역의 유력인사들을 만나, 경찰 현안에 대한 이해를 구하고 조언을 청취하는 것은 울산청장의 가장 기본적이고도 가장 중요한 업무 중의 하나이다”라며 “그래서 야당 국회의원 중 세분들과도 1~2차례씩 만났고, 그 즈음에 울산시장은 한달에 한번꼴로 만났다. 그 분들 중에는 언론에 시장출마 후보로 거론되는 분들도 있었다”고 했다.
그는 “야당 주장대로라면 수사대상인 시장을 한달에 한번씩 만났다는 결과가 된다”며 “야당 국회의원과 시장을 만나는건 괜찮고, 여당 인사를 만나는 건 부적절한 처신인가”라고 되물었다.
그는 “매일생한불매향(매화는 일생을 춥게 살아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의 자세로 살아왔다”며 “부패비리에 대해 어떠한 정치적 고려도 없이 원칙대로 수사하는 것 뿐인데, 그 대상이 야당인사라는 이유만으로 정치경찰이라는 비판을 감수해야 하는 건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또 “더구나 그 표현방식이 지나치게 거칠어 심한 모욕감으로 분노감을 억제하기 힘들다”며 “울산경찰은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부당한 압력에는 절대로 굴복하지 않는다는 꼿꼿함으로, 추호도 흔들림없이 일체의 정치적 고려없이 공명정대한 수사를 진행해 나갈 것임을 약속한다”고 적었다.
<강병한 기자 silverm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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