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선생님 우리 선생님>맞벌이가정 학생에 영어夜學.. 제자들과 영화 만들어 이웃돕기 모금도

- 임재일 경기 용인 백봉초교 교사
학생과 많은 대화 할 수 있어
작은 학교 근무 10년째 자원
사교육 못받는 아이들 위해
매주 한 번 3년째 영어 지도
입소문 나 중학생도 찾아와
방과후 수업으로 영화 제작
마을주민들과 영화제 개최
소외이웃 찾아 생필품 전달
“소규모 학교에서 근무하는 저를 두고 ‘왜 험한 길을 자처하느냐’고 묻는 분도 많지만, 저는 ‘꽃길’이라 생각하고 걷고 있어요. 학생 수만큼이나 교사도 적다 보니 업무량이 많아 때론 힘들 때도 있지만, 학생들과 많은 대화를 할 수 있고 학생 개개인의 능력과 흥미에 맞는 지도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더 커요.”
임재일(38) 교사는 전교생이 34명에 불과한 경기 용인시 처인구 백암면 백봉초교에 근무하는 소감을 이같이 말했다. 백봉초교는 용인시에 있는 101개 초교 중에 규모가 가장 작다.
그는 지난 2007년 교직에 입문해 2009년 지금 백봉초교에 발령받은 이후 10년째 근무하고 있다. 보통 공립학교 교사들은 5년 단위로 학교를 이동하며 근무하는데 임 교사는 학교가 영어 초빙 교사직을 제안하면서 10년째 근무를 이어오고 있다. ‘초빙교사’는 공립 초·중·고교 학교장이 학교에 필요한 유능한 교사를 확보하기 위해 교사를 초빙하는 제도로 5년 전출을 한 차례 유예할 수 있다.
임 교사는 백봉초교 학생들에게 도심 대규모 학교 학생들도 부러워할 만한 교육 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해 애쓰고 있다. 그는 “사교육 환경이 도심 학생들보다 좋지 않은 상황”이라며 “학교에서 잘 가르치면 사교육 없이도 학생들이 공부에 흥미를 느끼고 실력도 충분히 향상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노력의 하나로 그는 백봉초교 학생들과 인근 학교 학생들을 모아 영어 야학을 진행하고 있다. 임 교사는 “매주 월요일 저녁 7시부터 한 시간 반 동안 영어 야학을 한다”며 “야학을 끝내고 학교에서 1시간 넘게 떨어진 집까지 가면 저녁 10시가 훌쩍 넘지만, 아이들 실력이 느는 것을 보면 힘든 줄도 모른다”고 말했다.
임 교사는 하교 후 갈 곳이 없던 맞벌이 또는 조손 가정 아이들을 안정적으로 지도할 수 있는 점도 야학의 장점으로 꼽는다. 그는 “어느 날 남은 업무가 많아 야근하고 있는데, 하교 후 갈 곳이 없어 운동장을 헤매던 학생들이 찾아와 내 책상 위에 놓여 있는 영영사전을 뒤적이더니 흥미를 보였다”며 야학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그때 아이들이 영어에 관해 평소 궁금했던 점을 꼬치꼬치 묻는 것을 보고 학과 시간만으로 부족한 부분을 어떻게든 채워줘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래서 교육대학 입학 전 일반대에서 영어영문학을 전공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학생들의 야학 수업을 시작했다. 2015년 8명으로 시작한 수업이 입소문을 탔고, 인근 중학생들까지 찾아와 올해는 스무 명이 넘는 학생이 야학을 듣고 있다.
임 교사는 학생들과 함께 영화를 만드는 방과 후 수업도 4년째 진행하고 있다. 그는 “수업 시간에 배운 내용을 영상에 담는 방식으로 융합교육 효과를 낼 수 있다”며 “학생들이 직접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영화를 촬영하는 과정에서 협동심을 기르고 성취감도 맛볼 수 있다”고 영화 교육의 효과에 관해 설명했다.
매년 학생들이 제작한 영상을 마을 사람들에게 선보이는 ‘별빛영화제’도 개최하고 있다. 백봉초교 학생들이 제작한 영화는 완성도와 작품성을 인정받아 2013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넓은 바다상’을 받기도 했다. 2015년과 2017년에는 교육부장관상을 받는 영예도 안았다.
최근에는 임 교사와 학생들이 불우이웃을 돕기 위한 영상을 제작하고, 영상을 토대로 마을 인근의 기업들에서 성금을 모아 백암면의 형편이 어려운 이웃들에게 이불과 쌀 등을 전달하는 행사도 했다. 2014년 학교 인근에 홀로 사는 할머니 한 분이 고독사를 한 지 일주일 만에 발견된 일이 계기였다. 임 교사는 “아이들과도 오가며 자주 보던 사이라 정이 들었던 할머니의 안타까운 죽음에 불우한 이웃들을 도울 방법이 없을지 고민하다가 영상을 제작해 모금 활동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아이들을 위해 지난 10년간 정성을 다했던 임 교사는 올해는 정든 백봉초교를 떠나 다른 학교로 전출을 가야 한다. 그는 “도심의 큰 학교로 전출을 원하느냐”는 질문에 “다음 번에도 소규모 학교로 가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싶다”고 답했다. 그는 “도심 큰 학교에서의 생활이 어쩌면 더 화려하고 사람들의 주목도 많이 받을 수 있겠지만, 학생 수가 적고 지원도 적은 만큼 교사들의 협력과 열의가 필요한 작은 학교에서 교사로서 능력을 발휘해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정유진 기자 yoojin@munhwa.com
‘선생님 선생님 우리 선생님’은 교권 회복과 아동이 행복한 환경 조성을 위해 문화일보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공동기획으로 진행하는 연중캠페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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