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뉴스] 문 대통령, 베트남에 민간인 학살 사과할까

정원식 기자 2018. 3. 21.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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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2016년 경남지역 중학생들이 한국군의 베트남 민간인 학살에 관한 수업을 들은 뒤 미안함을 담아 만든 것이다. 한베평화재단은 이 엽서 내용을 베트남 현지에 전했다. 경향신문 자료

지난 11일 한국의 민간 참배단은 베트남 꽝남성 하미마을 위령제에 참석했습니다. 50년 전인 1968년 2월22일 하미마을에서는 한국 해병대 청룡 부대가 이 마을 민간인 135명을 학살하고 가매장하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에 희생된 베트남 민간인은 최소 9000여명 이상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러나 한국 정부 차원의 공식적인 인정이나 사과, 진상조사는 없었던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베트남 전쟁에 파병되는 한국군 맹호부대의 환송식. 경향신문 자료

문재인 대통령이 3월22일 베트남을 국빈 방문합니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이 이번 기회에 베트남 전쟁 중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에 대해 정식으로 사과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강정인 교수의 3월21일자 경향신문 칼럼(‘[시론] 문 대통령의 베트남 국빈 방문에 부쳐’)이 대표적인데요, 강 교수는 대통령이 사과해야 하는 이유로 세 가지를 꼽았습니다. 그것이 국가 간 과거사 청산의 모범을 보여줄 것이고, 일본의 과거사 관련 비판에 맞설 수 있는 명분을 줄 것이며, 동아시아 평화와 화해 및 번영을 촉진하는 역사적 이정표가 될 것이라는 겁니다.

관련기사: [사설] 문 대통령은 베트남인 학살 사과해야 한다

한국 대통령이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에 대해 언급한 것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처음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김 전 대통령은 1998년 12월15일 트란 둑 루옹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불행을 겪었던 시기가 있었다”고 언급했고, 16일 루옹 주석의 공식만찬에서도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했습니다. 이어 2001년에는 “본의 아니게 베트남 국민들에게 고통을 준 것에 대해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김 전 대통령의 발언은 베트남 정부의 요구가 이날 자발적 언급이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민간인 학살’을 정면으로 언급한 것은 아닙니다.

1998년 베트남을 방문한 김대중 대통령이 베트남 국부 호치민 전 국가주석의 묘소에 헌화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4년 베트남을 방문해 “우리 국민들은 마음의 빚이 있다. 그만큼 베트남의 성공을 간절히 바란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노 전 대통령은 건강상의 이유로 호치민 묘소 입구에서 헌화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과 달리 호치민의 주검 앞에서 묵념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은 호치민 묘소에 참배했지만 과거사 관련 언급은 없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11일 호치민-경주세계문화엑스포 개막식에 보낸 영상축전에서 “한국은 베트남에 마음의 빚을 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발언 역시 간접적이라는 한계를 안고 있습니다.

관련 기사: 문 대통령 "베트남에 마음의 빚 있다"···베트남전 참전 사과

정부가 언제까지고 이 문제를 외면할 수는 없습니다. 베트남 학살 현장에서는 해마다 위령제가 열리고 있습니다.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을 처음으로 한국에 알린 구수정 한베평화재단 상임이사는 지난해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언젠가는 뚜껑이 열릴 문제다. 피해자들이 있고, 기억할 뿐 아니라 해마다 애도하고 있다. 이 문제는 한국-베트남을 넘어선다. 반인륜·반인도적인 전쟁범죄여서 유엔이나 국제사회에서 얼마든 다뤄질 수 있다. 조금이나마 다행인 것은 베트남이 제기하기 전에 한국 시민사회가 이 문제를 제기하고 먼저 사과하고 있는 거다.”

관련기사: “한국군의 베트남 민간인 학살 사죄·배상 우리는 일본처럼 하면 안 돼”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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