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히 오간 MB 뇌물..제공자도 '뒤탈 없을 사람' 선별
[앵커]
구속 영장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금품을 받는 방식도 구체적으로 드러나 있습니다. 검은색 '비닐 봉지'에 담긴 돈 다발을 수수하는가 하면, '명품 가방'에 들어있는 현금을 건네 받기도 했습니다. 이뿐만이 아니라 뒤탈이 없도록 뇌물을 준 기업인의 신상까지 미리 점검했다고 합니다.
이지혜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 2008년 가을, 청와대 인근의 한적한 도로에 이 전 대통령 집사로 불린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앞에 차량 한 대가 도착했습니다.
당시 사업가였던 김소남 전 한나라당 의원이 창문을 내려 김 전 기획관에게 검은색 비닐 봉지를 건넨 뒤, 곧바로 자리를 떴습니다.
평범한 검은 비닐봉지로 보였지만 안에는 현금 5000만 원이 들어 있었습니다.
김 전 의원은 이같은 방식으로 이 전 대통령에게 4억 원을 제공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자신의 인사 청탁 명목으로 금품을 건넬 때 등장한 것은 명품 가방이었습니다.
241만 원 상당의 루이비통 가방 안에 5만원권 현금 1억 원을 넣어 이 전 대통령의 맏사위 이상주 삼성 전무에게 전달했고, 큰 딸 주연씨를 통해 김윤옥 여사에게 건네졌다는 것입니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이팔성 전 회장으로부터 2010년 1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3억 원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처럼 치밀하게 이뤄진 금품 수수는 뇌물 제공자를 선별할 때는 더 신중하게 진행됐습니다.
손병문 ABC 상사 회장이 2007년 12월 송정호 전 법무부 장관과 김백준 전 기획관을 통해 뇌물 제공 의사를 전달했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돈을 받아도 탈이 안 날 사람'인지 파악을 위해, 이 전 대통령 측이 전경련 임원에게 성향 등을 확인하는 절차까지 거쳤습니다.
(영상디자인 : 조영익·박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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