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이대론 '제2의 메르스·이대목동병원 사태' 또 나온다

방윤영 기자 2018. 3. 20.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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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떠난다, 한국을]⑤복지부에 간호 전담과도 없어.."인력난과 열악한 처우·근무환경 등 다 뜯어고쳐야"

[편집자주] 간호사들이 떠나고 있다. 단순한 인력유출의 문제가 아니다. 간호 인력의 부족은 환자에게 제공되는 의료서비스의 질 저하→국민 건강 저하→의료 관련 사회비용 증가 등의 악순환으로 이어져 국민경제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메르스의 급속한 전파와 신생아 집단감염이 대표적이다. 좌시할 수 없는 간호사 유출의 현장과 문제, 대책을 짚어 봤다.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킨 메르스 사태와 이화여대부속목동병원의 신생아 집단 감염 사건은 간호사의 인력난, 열악한 근무 환경과 처우, 부실한 교육시스템의 복합적인 문제가 바탕에 깔렸다. 이런 현실에 계속 눈을 감는다면 언제든 재발할 수 있고, 나아가 국민 건강권이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김소선 연세대 간호대 교수는 “간호사 한 명의 잘못으로 치부하는 시각으로는 제2의 이대목동병원 사건이 또 발생하지 않으리란 법이 없다”며 “간호사의 인력난과 더불어 훈련이 부족한 현실 등 간호 시스템 전반을 뜯어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우선 신규 간호사를 숙련된 경험·기술을 필요로 하는 중환자실 등에 무작정 투입하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도 1~2년차 밖에 되지 않은 신규 간호사가 투입됐다.

배경은 고질적인 인력난이다. 김 교수는 "수행능력이 준비된 뒤 중환자실에 배치하는 게 엄연한 순서"라며 "예컨대 미국 존스 홉킨스 병원의 경우 3년 이상 경력자에 한 해 지원하는 간호사만 중환자실에 투입한다"고 밝혔다.

또 병원 약제부의 인력난을 이유로 약제를 주사기에 나눠 담는 작업을 간호사에게 미룬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이대목동병원 사건을 조사한 질병관리본부는 이달 4일 간호사가 지질영양제 1병을 개봉해 주사기 7개에 옮겨 담는 과정에서 신생아 사망 원인인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에 오염됐을 개연성이 있다고 밝혔다.

대한간호협회 관계자는 "중환자실 환아에게 제공될 약제는 반드시 병원 약제부에서 나눈 뒤 사용해야 한다"며 "하지만 약사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무균작업대인 클린벤치(Clean Bench)를 비롯해 감염방지 시설이 없는 환경에서 간호사들은 의사의 지시와 병원 지침에 따라 주사 약제를 직접 분할해 투여해왔다"고 밝혔다.

제2의 이대목동병원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간호사 인력난 해소, 체계적인 교육, 직무환경 개선 등 조치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먼저 인력난 해소를 위해서는 임금 수준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병원간호사회가 2015년 발표한 '병원간호사 근로조건 실태조사'에 따르면 신규 간호사 초임 평균 연봉은 2944만원(4년제 대학 출신 기준)이다. OECD 국가 평균보다 10% 낮다. 따라서 OECD 평균 수준으로 최소 연봉 3600만~4000만원은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 간호사는 고강도 노동에 시달리지만 저임금을 받는 게 현실"이라며 "OECD 평균 수준으로 최소 연봉 3600만~4000만원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 지방의 중소병원(300병상)에서 간호사 초봉으로 3600만원을 제시하자 입사 경쟁률이 3대1로 치솟은 사례도 있다. 연봉 인상은 수도권 인력 쏠림 현상도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또 신규 간호사를 대상으로 한 체계적인 실습교육도 필요하다. 전국 204개 간호대학 중 해당 대학의 교육과정과 일관된 실습환경을 제공할 수 있는 자대병원(의과대학 부속병원)을 갖춘 곳은 20%뿐이다. 나머지 대학은 실습 병원을 찾아다니며 해당 병원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교육받을 수밖에 없다.

미국에서는 신규 간호사 교육으로 1년 과정의 표준화된 '간호사 레지던시 프로그램'(NRP·Nurse Residency Program)을 운영한다. 신규 간호사가 업무와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두고 맞춤 교육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직무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간호 인력 풀' 운영이나 1인당 환자 배치수를 줄이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간호 인력 풀은 병가나 휴가 등 기존 간호사가 일시적으로 근무하지 못하면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인력을 항상 대비해두는 방식이다. 예컨대 간호사 대 환자 비율을 '1대5'로 정했다면 이 조건을 항상 유지하기 위한 방안이다. 우리나라는 최소 인력으로만 유지돼 병가나 휴가 등으로 인력에 구멍이 나면 1명이 2명 몫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조성현 서울대 간호학과 교수는 "전체 공급 측면에서 간호사가 부족한 것이 아니다"며 "미국은 간호사 1명이 환자 5.4명꼴로 담당하지만 한국은 종합병원 기준 16.3명으로 3배 수준"이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전국적으로 간호사 1명당 환자 배치를 줄여 업무량 등을 조절해야 한다"며 "그래야 빠져나가는 인력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에 간호 정책을 전담하는 부서가 없는 현실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 간호담당관제는 1973년 폐지됐다. 현재 보건복지부 전체 75개 과 중 간호과는 없다. 다른 의료 전문직종은 전담 부서가 있는 것과 대비된다. 간호 정책을 얼마나 가볍게 여기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방윤영 기자 by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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