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난에 밥값 빠듯한데.. 김밥·컵밥 값까지 오르네요
최저시급·식재료 값 인상 후폭풍.. 지갑 얇은 청춘에 직격탄
"김밥 한줄에 라볶이가 8000원.. 최저시급 7530원보다 높아요"
예전에 없던 배달비까지 생겨 피자·치킨 시켜 먹기도 부담
편의점 도시락 '그램' 따져 사기도
최근 분식집·패스트푸드점 등이 메뉴 가격을 잇따라 올리고 있다. 기록적 한파로 채소 등 원재료 값 상승에 최저 시급(時給) 인상이 겹친 탓이다. 박리다매 메뉴로 주머니 얄팍한 20·30대가 주로 찾는 가게들이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 김밥·샌드위치 등 이른바 '청년 물가'가 뛰는 것이다. "알바비(아르바이트 임금) 오른다"며 기대하던 젊은 층이 이젠 "물가 상승으로 가계부가 오히려 마이너스"라고 한다.
15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 후문 식당가. 곳곳에 세워진 입간판 메뉴 위엔 숫자가 쓰인 종이가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식당 메뉴 가격을 수백원에서 1000원씩 올리며 수정한 흔적이다. '최저 시급과 식재료 값 인상으로 부득이하게 올렸다'는 안내문도 붙어 있었다. 한 샌드위치 집의 '멕시칸 타코 샌드위치' 가격은 500원 올라 8400원이었다. 한 대학생(23)은 "학생식당 이외에는 먹을 곳이 없다"며 발길을 돌렸다.

매주 주말에 하루 5시간씩 카페 아르바이트를 하는 취업 준비생 윤모(26)씨는 요즘 밖에서 밥 사 먹는 일이 거의 없다. "점심값이 무섭다"고 했다. 김밥 한 줄에 라볶이 한 그릇 시키면 금방 8000원. 올해 들어 최저 시급이 6470원에서 7530원으로 오르면서 윤씨의 월급도 6만원 정도 늘었다. 하지만 지난달 식비는 작년보다 10만~15만원 더 들었다고 한다.
저렴한 가격을 앞세우는 김밥천국 일부 가맹점의 '원조김밥'은 올해 들어 2000원에서 2500원으로 올랐다. '큰맘할매순대국' 순댓국은 5000원에서 6000원으로, 후식으로 먹는 '쥬씨'의 토마토주스는 1500원에서 2000원이 됐다. 한 대학가 식당 사장은 "학생들 생각하면 미안하지만, 채소값에 식당 직원 임금 올려주려다 보니 가격을 안 올릴 수가 없다"고 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이달 초 서울 대형마트에서 국내산 시금치 1단(약 400g) 가격은 1480원으로 작년 동기(850원) 대비 74% 올랐다.
서울 노량진의 학원가도 '물가 비상'이다. 대학생과 공무원 준비생들의 인기 메뉴인 '컵밥' 가격이 올랐다. 컵밥 프랜차이즈 A업체의 대표 메뉴인 '○○컵밥'은 올해 들어 2900원에서 3300원으로 인상됐다. 한 대학생은 "다른 게 다 올라도 컵밥만은 믿었는데, '마지막 보루'마저 무너진 기분"이라고 말했다.
배달 음식을 시키는 것도 어렵다. 시급 인상으로 가게들이 안 받던 배달료를 받거나 '배달 가능 최저 가격'을 올렸다. 서울 관악구의 한 편의점에서 최저 시급을 받으며 일하는 이모(25)씨는 "요즘 혼자 배달 음식 시켜 본 일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메뉴 가격도 올랐고, 배달을 시키기 위해 주문해야 하는 최소 금액도 올라 엄두가 안 난다는 것이다. 지난 1월 햄버거 프랜차이즈 KFC는 인건비 상승 등을 이유로 '최소 주문 가격'을 1만원에서 1만2000원으로 올렸다.
무섭게 뛰는 '청년 물가'에 2030들은 저마다의 절약책으로 버틴다. 회계사 시험을 준비하는 김모(26)씨는 편의점 도시락을 먹을 때 그램(g) 수를 따져 먹는다. 김씨는 "보통 도시락이 400~480g인데, 가격 대비 그램 수가 많은 것을 우선적으로 집게 된다"고 말했다. 소비를 줄이기도 한다. 직장인 이모(25)씨는 매일 저녁 다음 날 마실 커피를 만들어 보온병에 담는다. 자주 가던 카페의 카페라테 메뉴가 2500원에서 3000원으로 오른 이후다. 아르바이트를 하나 더 하면서 시간 여유가 더 없어졌다는 이들도 있다. 스마트폰으로 동영상 광고를 보는 대가로 200~300원짜리 쿠폰을 주는 애플리케이션도 청년층에서 인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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