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 돌린 측근들·BH 문건 발견'..MB 수사 결정적 장면
(서울=뉴스1) 나연준 기자 = 각종 뇌물 수수 혐의, 다스(DAS) 실소유주 의혹 등을 파헤쳐온 검찰의 칼날이 마침내 이명박 전 대통령을 직접 겨눈다.
검찰은 오는 14일 오전 9시30분 이 전 대통령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하기 위해 소환을 통보했다고 6일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그동안 진행된 수사상황을 감안할 때 실체적 진실을 투명하게 밝히기 위해서 이 전 대통령 조사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소환 이유를 설명했다.
이 전 대통령이 소환에 응한다면 노태우, 전두환, 고(故) 노무현,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검찰 소환 조사를 받는 역대 5번째 전직 대통령으로 남는다. '골목길 담화' 뒤 고향인 경남 합천에 내려갔다가 체포된 전 전 대통령을 제외하면 검찰 포토라인에 서는 전직 대통령으로는 네 번째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과 관련해 Δ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불법유용 Δ다스 실소유주 및 비자금 의혹 Δ대통령기록물법 위반 등 다방면에서 수사를 펼쳐왔다. 이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은 물론 큰형인 이상은 다스 회장, 아들인 시형씨 등을 비롯해 가족들도 검찰의 수사 선상에 올랐다.
이 전 대통령이 직접 나서 '정치보복'이라고 주장하며 반박하는 등 전직 대통령을 향한 수사는 쉽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수사 과정에서 핵심 측근들이 등을 돌렸고 다스 서울사무실이 위치한 영포빌딩 지하에서는 'BH(청와대)'가 기재된 박스 수십 개가 발견되기도 했다. 거기엔 이 전 대통령의 혐의를 입증할 중요한 단서들이 담긴 문건이 다수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이 청와대의 요청에 따라 다스의 변호사비용을 대납했다고 인정하는 취지의 자수서를 제출하면서 이 전 대통령을 향한 검찰 수사는 탄력을 받을 수 있었다.
◇ '집사' 김백준·김희중 등 돌린 측근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과 김희중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은 국정원 특활비 의혹과 관련된 수사에서 결정적 진술을 쏟아냈다.
검찰은 김 전 기획관이 2008년 2월부터 2011년 12월까지 청와대에서 근무하며 김성호·원세훈 당시 국정원장으로부터 각각 2억원씩, 총 4억원의 특활비를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국고손실)로 구속기소했다. 그러나 검찰은 공소장에 김 전 기획관을 주범이 아닌 조력자로, 사건의 주범으로 이 전 대통령을 적시했다.
김 전 기획관은 이 전 대통령과 고려대 상대 동문으로 청와대 안살림을 총괄하고 개인 자산과 사적인 업무를 도맡아 '집사'로 불려왔다. 김 전 기획관은 국정원 특활비 4억원 수수를 완강히 부인해왔지만 구속 이후 전향적인 태도로 바뀌며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희중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은 2011년 10월 미국 순방을 앞두고 국정원 특활비 1억원을 이 전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를 보좌하던 행정관에게 달러로 전달했다는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실장은 1997년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되면서 이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고 이후 서울시장 의전비서관과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 등을 역임하며 핵심 측근으로 활동했다. 하지만 2012년 김 전 실장이 저축은행 사태로 구속돼 징역형을 선고받은 것을 계기로 이 전 대통령과의 사이에 균열이 생겼다. 김 전 실장은 구속수감 상태에서 아내를 잃는 아픔을 겪었고, 특별사면에서도 제외됐다.
오랜 시간 핵심 측근으로 머물던 김 전 실장의 증언은 이 전 대통령에게 치명타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과거 이 전 대통령의 측근에서 이상득 전 의원과의 마찰로 'MB계'에서 이탈한 정두언 전 의원은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 전 실장은 (BBK, 다스, 특활비) 모든 걸 알고 있다. 게임 끝난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다스 사무실에서 발견된 청와대 문건
다스 관련 수사를 진행하던 서울중앙지검 첨수1부(부장검사 신봉수)는 두 차례에 걸쳐 다스 서울사무실이 위치한 서초동 영포빌딩 지하2층을 압수수색했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청와대에서 생산된 대통령기록물 수십 박스를 발견했다. 이외에도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재임 당시 다스 관련 보고를 직접 받았다는 증거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BH'가 기재된 박스가 다스 사무실에서 발견된 것에 대해 이 전 대통령 측은 입장문을 통해 "청와대에서 이삿짐을 정리, 분류하는 과정에서 착오로 대통령 개인 집에 포함돼 이송됐다"고 해명했다. 나아가 "검찰이 법원으로부터 받은 영장은 다스 수사와 관련된 것으로, 이와 관련이 없는 물품까지 압수한 것은 영장범위를 초과하는 잘못된 압수수색"이라며 압수물에 대한 증거능력을 문제 삼기도 했다.
이에 검찰은 "압수된 자료들은 다스 관련 사건의 증거로서 입수한 것"이라며 이 전 대통령 측의 주장을 일축하면서 오히려 대통령기록물법 위반 혐의에 대한 수사 입장을 밝혔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 퇴임 이후인 지난 2013년부터 청와대에서 생산돼 반출된 대통령기록물 자료를 개인적으로 보관·은닉한 혐의를 받는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국장을 구속기소했다. 공소장에는 다스 실소유주로 이 전 대통령을 적시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영포빌딩 압수수색을 통해 검찰이 확보한 청와대 문건을 대통령기록원으로 이관해달라는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최근 검찰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삼성, 다스 소송비 대납 의혹
다스는 주가조작 사건으로 논란이 된 BBK에 투자했다 자금을 돌려받지 못하자 미국에서 김경준 전 BBK대표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을 진행하면서 다스는 변호인을 미국 현지에서 삼성과 거래해온 미국 대형 법률회사 에이킨검프(Akin Gump)로 바꿨고 2011년 김씨로부터 140억원을 돌려받을 수 있었다.
검찰은 다스와 관련된 의혹을 수사하던 중 소송비를 삼성전자가 대납한 정황을 포착했다. 뇌물공여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던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은 지난 15일 다스의 미국 소송과 관련해서 청와대의 요청에 따라 변호사 비용을 대납했다고 인정하는 자수서를 제출했다.
이 전 부회장의 자수서에는 2009년 3월~10월 사이에 3~4차례에 걸쳐 에이킨검프에 소송비용 350만 달러 안팎을 지급했다고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자수서에는 소송비용을 지원한 이유로 이명박 정부 청와대의 요청이 있었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은 삼성이 다스와 아무런 관계가 없음에도 변호사 비용을 지원한 배경에는 이 전 대통령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실제로 이 전 대통령은 2009년 12월29일 이건희 회장을 대상으로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등을 이유로 '원포인트 사면'을 단행하기도 했다.
yjra@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