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성장 출발은 공정 기회.. '혁신의 주체' 키워 국민성장 주도"

박미영 2018. 3. 5.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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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국민성장분과 위원들에게 듣다
'대기업 홀대론' 이분법적 사고의 극치
모험 필요한 혁신의 성공 여부 불확실
혁신·모험 감행하는 모든 기업에 기회
사회 속에 공정경제 개념 뿌리내려야
정부가 시장에 잘못 끼어들면 부작용
역할 최소화하고 금융시장에 힘실어야
민간 창업으로 자율적 생태계 조성 필요
규제 혁신은 구성원의 이해관계 얽혀
안전 부분 강화·신산업 부분 완화 원칙
가상화폐의 경우 보수적 접근 필요해
국제질서 살펴본 후 투명성에 초점
이한주 가천대학교 교수, 김은경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 박찬희 중앙대학교 교수, 조원희 국민대학교 교수, 김유찬 홍익대학교 교수, 김용기 아주대학교 교수, 김재훈 대구대학교 교수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국민성장분과는 혁신성장 및 4차산업혁명과 관련한 핵심 의제와 정책들을 발굴하고 있다. 국민성장분과 위원들이 디지털타임스 주최 '혁신성장 2018' 토론회에서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 혁신성장 2018 문재인 정부 혁신성장 정책방향

문재인 정부 정책 기조의 핵심은 '혁신'이다. '촛불정국'을 통해 세워진 정부인 만큼 사회 전반에 뿌리 내린 낡은 관행을 없애고, 혁신 성장을 통해 모두가 잘사는 '국민 성장'을 이루려 한다. 사실 역대 어느 정부도 혁신을 외치지 않았던 적이 없다. 그러나 기대 만큼 성공한 정부도 없었다. 혁신은 속성상 '모험'을 동반하기 마련인데, 정부조차 혁신의 의미에 대한 고민이 없어 구호에 그치거나, 과욕으로 부작용만 일으킨 경우가 많았다.

문재인 정부는 혁신을 추진할 기구를 제대로 세우는 데서 출발했다. 대통령 직속 기구로 정책기획위원회(이하 정책기획위)를 꾸려 새 정부의 혁신 정책을 기획하고, 다듬고, 관리하도록 했다. 문 대통령은 정책기획위를 가리켜 "촛불 정부의 싱크탱크이자 디자이너"라고 했다. 디지털타임스는 창간 18주년을 맞아 새 정부의 혁신성장 정책의 방향을 듣기 위해 이한주 정책기획위 국민성장분과 위원장(가천대 교수)과 위원들을 서울 창신동 정부청사 별관 정책기획위 대회의실에서 만났다.

이 위원장은 "정책기획위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를 관리하고 포괄적인 기획을 하는데 중점을 맞춰서 활동하고 있다"며 "국민성장분과는 경제적 생산성과 사회적 지속 가능성의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의 발굴과 기존 제도혁신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운을 뗐다.

◇혁신성장의 출발점은 공정한 기회의 제공="혁신성장은 공정경제와 함께 하는 개념이다." 국민성장분과 위원들이 강조하고 있는 말이다. 성장의 주체를 확대하고 성장의 과실이 국민 모두에게 고르게 돌아가도록 하는 게 혁신성장이기 때문이다. 공정한 기회의 제공이 혁신경제, 혁신성장의 출발점인 이유다.

김재훈 대구대 교수는 "혁신의 성공률은 매우 불확실하다. 누가 시장에서 살아남는 혁신을 할지 예상하기 어렵다. 따라서 가능하면 혁신 주체를 늘려야 한다"며 "대기업, 중소·중견기업, 신생창업기업, 사회적 기업 등 국민 모두가 혁신성장의 주체가 돼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기업 홀대론 당치 않은 말"=국민성장분과 위원들은 공정한 기회, 혁신성장의 주체 확대를 통해 '성장의 바퀴'를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여기서 생기는 오해를 섭섭하게 보고 있다. 바로 '대기업 홀대론'이다. 정부가 민간 중소·벤처기업을 혁신성장의 주체로 꼽고 이들만 편애한다는 것은 말 그대로 '오해'라고 했다. 위원들은 "대기업 홀대론은 당치도 않는 말로, 이분법적 사고의 극치"라고 반박했다.

조원희 국민대 교수는 "새 정부는 혁신성장 전략의 일환으로 전기·자율주행차, 사물인터넷, 에너지산업 등 5대 신산업을 정하고 집중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는 대기업이 잘하고 있는 분야"라면서 "다만, 과거처럼 대기업만 대접하지 않고 혁신·모험을 감행하는 모든 기업과 개인에게 기회를 주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기업은 보수적이고 이미 확보한 것이 많아서 모험정신이 낮으면 낮았지 높다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김재훈 교수도 "시장의 경험이나 국제적 역량 면에서 대기업은 중요하다. 내부 역량도 국제적 수준이어서 국가가 지원을 하지 않아도 잘 간다"며 "오히려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기술을 탈취하고 불공정행위로 작은 기업을 죽이는 경우가 많으니 공공질서를 확립해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문재인 정부의 혁신성장이 공정경제와 같이 가는 게 이런 맥락"이라고 강조했다.

박찬희 중앙대 교수도 "마치 사회적 기업이나 협동조합이 삼성전자나 포스코를 대체한다고 오해하는 것 같다"며 "대기업이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황소개구리가 되면 안 되는 것 아니냐. 모험기업이나 창조기업까지 다 탈 수 있는 '항공모함'이 된다면 혁신성장은 바르게 가는 것"이라고 혁신성장의 방향을 설명했다.

◇혁신성장의 핵심은 자율성=일각에서는 새 정부의 혁신성장이 에너지 등 신산업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이전 정부의 녹색성장이나 창조경제와 비슷하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특히 창조경제는 박근혜 정부의 실패한 정책 중 하나로 꼽히는 것이어서 차별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김재훈 대구대 교수는 "창조경제는 원래 영국과 미국에서 나온 개념으로 조금 돌출적이었다"며 "그나마 좀 특별한 게 있었다면 지역별로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만든 것인데, 대기업에게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 기업을 도와주도록 강요했다. 매우 관료적이라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혁신성장은 그렇게 하자는 것이 아니다. 민간 주체가 나서서 창업을 늘리고, 그 다음에는 시장의 자율성에 맡겨 생태계를 만들자는 것"이라며 "정말 혁신적인 사업을 하고 싶은 사람은 정부가 끼어들어 논의하는 게 부담이다. 또 나라가 잘못 끼어들면, 돈을 잘못 풀면 벤처기업들이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지 않고 시간을 지원금 받는 데 쓰게 되는 '역선택'이 어김없이 나온다"며 정부 역할을 최소화하되 금융시장의 역할을 강조했다.

◇규제 재설계에 방점=정책기획위는 규제 혁신을 논의하며 애를 먹었다고 한다. 규제는 이해관계에 얽혀 있어 손을 대면 누군가에겐 독이, 다른 누군가에겐 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민의 안전과 직결된 부분은 규제를 강화하고 신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최대한 풀어준다는 원칙을 정했다. 다만 각 부처별로 산업 현장에서 불편을 느끼는 규제부터 속도감 있게 개선하되, 시장의 저항이 생길 경우 이를 전면 개선하는 '유연성'을 앞세우기로 했다.

김용기 아주대 교수는 "모든 정부가 혁신·생산성·산업 발전을 위해 규제 완화를 들고 나왔지만 현실에서는 한 번도 성공을 못했다"며 "'규제는 부문·산업·현장별 특성에 맞춰 재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원희 국민대 교수도 "규제 완화냐, 강화냐를 따지는 건 무익한 이분법"이라며 "규제가 적다 해도 유연해야 한다. 규제가 경직돼 있고 현장 목소리를 외면하면 사업에 장애가 된다"고 설명했다.

◇신산업 규제 완화도 타협점 찾기가 핵심=정부는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와 규제 샌드박스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각 부처가 산업별 규제를 솎아내고 있다. 정책기획위는 시장 상황에 따른 신중한 접근과 장기적 관점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이 위원장은 "정부 정책의 방향은 규제 때문에 문제가 생기면 이를 해결하는 쪽으로 재설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드론 산업을 예로 들면서 "드론이 머리 위에서 날아 다닌다고 하면 아찔하지 않나. 드론산업과 관련한 규제를 다 푼다는 게 아니라 안전을 확보하는 범위 내에서 완화해 줄 부분을 요청하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김유찬 홍익대 교수는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에 대해 "양극단 사회에서 절충을 해 볼 수 있나 해서 나온 것이 네거티브 규제다. 거기에 포괄성을 부여해 분류 체계를 만들어 유사성이 있는 것을 묶는 한가지 시도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규제샌드 박스에 대해서는 "일단 아무 틀 없이 시작해보자, 어느 정도 퍼져서 사용되는 단계에서 틀을 만들자"는 인식을 깔고 있다고 전했다.

◇가상화폐 규제 논의, 세계적 관점으로 봐야=가상화폐 논란은 정책기획위도 고민하고 있는 문제 중 하나다. 위원들은 국제 사회의 규제 흐름과 함께 봐야 한다고 했다.

김은경 한국외대 교수는 사견임을 전제로, "가상화폐는 한국이 선봉장으로 나설 일이 아니라 보수적으로 접근할 문제"라고 했다.

그는 "가상화폐는 유럽 안에서만 봐도 독일이나 EU(유럽연합)의 시각이 다르고 법만의 문제도 아니며, 사고자 하는 사람들의 파워와도 관련돼 있다"며 "국제 질서를 봐야 하는 일로, 거래를 하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투명하게 관리하고 거래할지에 논의의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원희 국민대 교수도 "가상화폐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의 국정 과제에 포함돼 있지 않아 우리도 논의가 필요하다"면서도 "당분간은 거래 투명성을 확보하는데 집중해야 하고, 특히 규제는 국제적 움직임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블록체인 기술은 놓치지 말아야 할 기술로, 상용화하는 데는 적극적이되 다만 폐해가 있다면 적절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사진=유동일기자 eddieyou@

박미영·김미경 기자 my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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